▶ 서울 핫 이슈 - 반기문 ‘불출마 선언’
▶ 지지율 하락·검증 벽에 포기 ‘문재인 대세론’에 한층 탄력, 여당 황교안 대안론 부상할 듯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시간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이하 한국시간)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국의 대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일단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대세론’이 탄력을 받게 됐다.
지난 1월 중순까지는 문 전 대표와 반 전 총장의 양강 구도였으나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보여온 반 전 총장이 이탈함으로써 당분간 대선 판세는 문 전 대표의 독주 체제가 됐다. 올해 봄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까지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번 대선 승부의 운동장이 야당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지난 1월12일 귀국해 대선 행보에 나선 지 20일 만이다. 과거 고건·정운찬 전 총리 등 제3지대 후보로 거론됐다가 중도 포기한 사례가 이번에도 되풀이됐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제가 주도하여 정치 교체를 이루고 국가 통합을 이루려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로 정치 교체 명분이 실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과 가족, 제가 10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됨으로써 결국 국민에게 큰 누를 끼치게 됐다”며 “일부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으며,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불출마 결심 배경으로 자신을 겨냥해 쏟아진 정치권의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를 꼽았다. 하지만 불출마의 결정적 요인은 설 연휴 기간의 지지율 하락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귀국 이후 검증 관문을 넘지 못하고 시련을 겪는 가운데 지지율까지 계속 하락하자 대선 도전의 뜻을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부 언론이 1일 보도한 설 연휴 기간의 대선주자 지지율 변화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 세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월 30일 전국 성인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 문재인 전 대표는 32.8%로 선두를 차지했다. 반면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은 13.1%에 그쳤다.
반 전 총장은 2위를 지켰지만 이재명 성남시장(10.5%) 안희정 충남지사(9.1%)와의 차이는 각각 2.6%포인트· 4%포인트에 불과해 2위 수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어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8.3%의 지지율로 5위에 올랐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7.6%로 6위에 그쳤다.
또 반 전 총장은 귀국 직전부터 야권의 공세에 시달렸다.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던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동생과 조카의 사기 및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고 무관하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이런 해명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퇴주잔 논란’은 반 전 총장 측이 꼽는 대표적인 ’가짜 뉴스‘ 사례다. 선친 묘소에 성묘하는 동영상이 악의적으로 편집됐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실수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반 전 총장이 보수와 중도 사이에서 정체성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데다 귀국 이후 ‘정치 교체’ 구호를 구체화할 참신한 메시지를 던지지 못한 것도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됐다.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기대됐던 반 전 총장의 중도 하차로 대선 구도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반 전 총장의 포기는 안 그래도 야권에 크게 기울었던 대선 판세를 당분간 더욱 불균형한 구도로 몰고 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 체제가 더욱 굳어지면서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때 이른 ‘대세론’은 역풍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범여권 내부에서는 대안 후보를 물색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여론 지지율이 급상승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반 전 총장의 대안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새누리당은 황 권한대행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반 전 총장 사퇴의 반사이익이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으로 향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만일 황 권한대행이 ‘총리 자리까지 비우느냐’는 비판론 때문에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경우 바른정당 소속의 유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새누리당 소속의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보수 세력의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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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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