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 정상들과 통화 내용 그대로 고위 권력자들간 경쟁·불협화
▶ 여론 떠보기 고의 유출설 부터 ‘오바마 사람들’소행 주장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이슬람국가’ (IS) 격퇴전을 수행하는 플로리다주 맥딜 공군기지 소재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를 방문, 지휘부 및 장병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격려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오찬 테이블에서 장병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언행을 종잡을 수 없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못지 않게 그의 행정부에서 두드러지는 것이 계속되는 기밀 정보 유출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보름여 만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정보유출 실태와 원인을 조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유출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 맬컴 턴불 호주 총리의 통화 내용이다.
외교 문제로 비화할 우려 때문에 정상 간 통화는 대변인이 밝히는 내용 외에는 공개되지 않는 것이 관례인데도 트럼프 대통령과 두 나라 정상의 통화는 녹취록까지 유출됐다.
또 대법관 지명과 관련한 백악관 상황 관리의 구체적 내용이 노출됐고 동성 커플 차별,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감옥인 ‘블랙 사이트’ 부활에 관한 행정명령 초안 등 굵직굵직한 기밀 사항들이 줄줄이 폭로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극비 보안을 요구하는 정책들이 사전에 누출된 양태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유출자들은 해당 정보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싶어 하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AP통신 등 주요 언론들의 공신력에 기대 정보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려 했다. 기밀유출은 대부분 이 메이저 언론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런 정보유출 사례들은 트럼프 정부 권력자들 사이의 경쟁, 정책에 대한 이들의 자신감 결여, 불안도 보여 준다.
국민과 독자는 이런 유출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 그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오른팔’ 스티브 배넌 등 측근들의 사고방식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일부 언론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독 잦은 정보유출은 이 정부 내의 혼란과 무질서를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이 혼란의 정점에는 백악관 업무 관례와 기준을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 잡고 있어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일련의 유출 사건이 일종의 내부자 고발이라고 본다. 종교와 도덕을 이유로 동성 커플을 차별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CIA 비밀감옥을 부활하는 행정명령 초안은 사전에 유출되면서 여론의 역풍을 초래해 사실상 무산됐다. 정책으로 굳어지기 전에 폐기됨으로써 내부자 고발의 목적은 이루어진 셈이다.
논란의 여지가 큰 정책들이 사전에 유출된 것은 ‘애드벌룬’, 즉 여론 떠보기란 시각도 있다.
주요 유출 사건과 관련, 트럼프 정부는 누출자 색출을 지시하기는 했어도, 유출된 내용 자체를 부인한 적은 별로 없다. 이 정보들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격월간지 ‘마더 존스’의 데이빗 콘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리 방식이나 권력 내부 경쟁을 고려할 때 정보유출 사태가 이른 시일에 중단될 것 같지 않다”며 “이는 국민과 언론에는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멕시코 정상과의 전화통화에서 ‘막말’이 오갔다는 식으로 언론에 흘린 이들이 “오바마의 사람들”이라고 6일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폭스뉴스 진행자인 빌 오라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사람들이 최근 호주·멕시코 정상과의 전화통화의 당혹스러운 세부 사항을 언론에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악관과 국가안보회의(NSC)에 여전히 남아있는 오바마 정부 사람들을 교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출자로 왜 “오바마 사람들”을 지목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그들이 언론에 (정보를) 유출하는 것은 수치스럽다. 이는 우리나라에 매우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유출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두 정상과의 전화통화에서 매우 화를 냈다고 보도된 것은 매우 잘못된 묘사”라며 양국 및 양국 정상과 긍정적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통화하면서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체결된 양국 간 난민 교환협정이 “사상 최악”이라며 거칠게 몰아붙였다고 WP가 보도했었다.
WP는 또 그날 각국 정상과 연쇄 통화를 한 트럼프 대통령이 턴불 총리와의 통화가 “단연 최악”이라고 비난하며 1시간 정도로 예정됐던 통화를 25분 만에 갑자기 끊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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