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글속‘원숭이 신의 도시’
▶ 열대우림 들어갔다가 살아 나온 사람 없어 탐험작가-다큐제작자 등 유적 찾기 도전, 흙피라미드 발견 후 흡혈충에 물려 죽을 뻔
탐험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더그 프레스턴은 저주나 주술 따위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최근 남미 열대림 속에 꽁꽁 숨어 있던 ‘사라진도시’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기괴한 병에 걸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현지의 원주민들은프레스턴이 성스런 금단의 땅을 무단으로 침입했기 때문에 ‘저주의 살’을 맞았다고 주장한다. 세대를 이어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온두라스와 니카라과에 걸쳐진 2만 평방마일의 열대우림 ‘모스퀴티아’의 어딘가에 ‘원숭이 신’을 섬기는 은둔자들의 도시가 숨어있다. 물론 이곳은 풍문으로만 존재한다. 원숭이 신이 지배하는 정글 속의 도시에 들어갔다가 살아 돌아온 사람이단 한명도 없다는 것 역시 시간의 벽을 뚫고 전해져 내려온 실체 없는 입소문이다.
구전을 종합하면 전설에 등장하는 옛 도시는 한마디로 외부 침입자들에게 저주를 비처럼 쏟아 붓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혹자는‘ 원숭이 신의 도시’를 ‘백색 도시’라고도 부른다. 전설을 따라가 보면 백색도시는 잇따른 재앙으로 주민들이 떠나는통에 인적이 끊어진 폐허가 되어버린다. 원숭이 신이 그들에게 노했다고 믿은 주민들은 모든 소지품을 놓아둔 채 서둘러 도시를 떠났다.
1500년대 이후 이 도시에 관한 전설은 탐험가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백색 도시에 집착해 온 스티브 엘킨스도 그중 한명이다.
그는 “미스터리를 지닌 스토리를 누군들 좋아하지 않겠느냐”며 “그래서 우리도 직접 가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한번 지켜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2012년 모스퀴티아의 정글로 향했다. 프레스턴은 탐험여행의 전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기 위해 그가 초빙한 사람이다.
프레스턴은 스티브가 사라진 도시를 찾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탐사여행에 동행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설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해도 뭔가 그럴듯한 얘깃거리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킨스는 이전의 다른 탐사대와 달리 LIDAR라는 레이저지도제작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 낡은 경비행기 세스나 스카이 마스터의동체 아래쪽에 구멍을 뚫고 설치한 LIDAR를 통해 내려다보면 단 며칠만에 빽빽한 숲으로 가려진 수백평방 마일을 스캔할 수 있다.
LIDAR를 사용하려면 최소한 1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엘킨스로서는 감당가능한 범위 밖의 액수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영화 제작자인 빌 베넨슨이 팀에 합류하면서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됐다.
갑부인 베넨슨은 탐험의 전 과정을 단독으로 필름에 담는다는 조건으로 거금을 쾌척했다.
비행기에서 모스퀴티아 정글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붕처럼 덮개를 이룬 열대림으로인해 그 아래쪽에 무엇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베넨슨은 “덮개 아래 존재하는 것들의 윤곽을 잡을 수만 있다면 100만 달러를 투자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의 계산은 맞아 떨어졌다.
LIDAR가 드러낸 열대림 덮개 아래의 모습은 팀 멤버 모두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LIDAR가 잡아낸 것은 직사각형의 구조물이었다. 앙쪽 면의 모서리는 완벽한 일직선을 이루고 있었고 위쪽의 가름대와는 정확히 직각을 유지했다. 엘킨슨은 그들이 고대 도시의 유적을 발견했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그의 능력밖의 일이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콜로라도 주립대학의 고고학자 크리스 피셔다.
무려 3년간의 사전준비 끝에 좀처럼 인간의 접근을 허용치 않는 밀림을 뚫고 엘킨스 팀을 따라 백색 도시를 직접 답사한 그는 탐험대가 찾아낸 도시의 흔적이 마추 피추처럼대단치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나지역적인 측면에서 보면 피라미드처럼 보이는 구조물은 대단히 중요한 유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LIDAR로 유적을 찾는 것과 정글을 헤치고 현장까지 도보로 여행하는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큰삼각머리 독사가 우글거리는 정글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정글 속을 걸어가는 것은 마치 촘촘히짠 카펫을 뚫고 나가는 것과 같았다.
짙은 그늘로 대낮에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좁디좁은 열대림의 터널과 독충이 우글거리는 늪을 우회하다보니 하루 종일 서둘러도 실제 이동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의 눈앞에 흙으로 지어진 피라미드가 나타났다.
이렇다 할 돌 구조물은 아예 눈에 띄지도 않았다. 탐험대원들 사이에서 “이게 전부냐”는 실망어린 탄식이 새어나왔다.그러나 보물은 그들의 전면이 아니라 발치에 널려 있었다. 피라미드의 토대처럼 보이는 흙벽 주변에는글과 그림이 새겨진 돌로 만든 조각품과 주민들의 소유물로 추정되는 장신구와 공예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피셔는 1500년 경 유럽인들을 피해 밀림 깊숙이 숨어든 원주민들이백색 도시를 세운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탐험대가 원숭이 신의 도시를 답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인들은 “성지를 범한 침입자들에게 저주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설을입에 올리며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수군댔다.
아닌가 아니라 정글에서 나온 지수개월 뒤 더그 프레스턴은 흡혈곤충인 샌드 플라이에게 물린 곳이 아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미국립보건원은 그가 무시무시한기생병인 라슈마니아증에 걸린 것으로 진단했다. 샌드플라이를 통해 숙주의 몸으로 들어오는 기생충은 코와 입의 점막을 먹어치운다. 이 때문에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입과 코가 썩어서 떨어지는 등 얼굴 전체가 거대한 악창이 되어버린다.
그로부터 1-2개월이 지나자 탐험대원들 가운데 절반가량이 라슈마니아증 초기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기생병에 걸리지 않아 고통스런 치료를 면제받게 된 빌 베넨슨과 스티브 엘킨스는 그들의 탐험에 관한 다큐멘터리의 최종편집에 들어갔다. 프레스턴은 “유적발굴 작업이 거의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정글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다시 들어갈 생각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정글은 지금도 외부인들로부터 그들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듯 보인다. 뚫고 들어가기 힘든 열대림의 베일로 인해 600여년 전 백색 도시에서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거나 불가능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고고학자들에게는 바로 그것이 원숭이 신이 내리는 가장 큰 저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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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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