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대 중반인 스파키 캠퍼넬라는 2015년 대리모를 통해 아들을 얻었다. 대리모에게 지급한 사례비와 법정경비, 의료비 등을 포함해 총 12만 달러 이상을 지불한 ‘늦둥이 프로젝트’였다. <에밀리 벌/뉴욕타임스>
‘자유로운 영혼’을 자처해온 독신주의자 스파키 캠퍼넬라는 54세라는 느즈막한 나이에 새내기 아빠가 됐다. 생물학적 욕구보다는 사회적 충동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지금이라도 2세를 두지 않을 경우 인생의 귀중한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뼈아픈 상실감에 사로잡힐 것”이라는 불안감이 만들어낸 결정이었다. 그러나 캠퍼넬라는 입양이나 자녀를 둔 이혼녀와의 재혼 따위는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피를 타고난 혈육이었다. LA에서 순수예술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캠퍼넬라는 결국 대리모를 통해 늦둥이 아들 라이스를 얻는데 성공했다.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캠퍼넬라처럼 50이 넘은 나이에 뒤늦게 아이를 가지려는 남녀가 늘어나는 추세다.
부모노릇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밤잠을 설쳐가며 아기에게 우유를 먹인다거나 극성스럽기 짝이 없는 두 살배기를 보살피는 것은 독신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감당하기 힘든 작업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된 위치를 확보한 50대 독신자들은 늘어난 기대수명을 감안해 스스로에게 육아의 책임을 지우려한다.
이를 입증하듯 유명인들 사이에서도 늦둥이 붐이 일고 있다.
2015년에는 유명자선 사업가이자 투자자인 니콜라스 버그루엔(54)이 대리모를 통해 두 명의 자녀를 얻었다. 다국적 트레이딩 하우스인 ‘마가리타 루이스-드레퓌스 커머더티’의 마카리타 루이스 회장은 53세에 쌍둥이 자매를 낳았고 재닛 잭슨은 50번째 생일을 2주 앞두고 임신사실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세계적 성악가 루시아노 파바로티는 65세에, 루퍼트 머독은 70을 넘긴 나이에 새 아빠가 됐다.
하지만 50 이후의 출산은 아직도 드문 케이스에 속한다. 질병예방센터의 전국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2014년 출산을 한 50-54세 미국 여성은 총 743명에 불과했다. 중요한 사실은 건강과 윤리에 관한 숫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늦둥이 출산이 문화적으로 용인된다는 점이다. 특히 부유한 집단에서 늦둥이는 일종의 트렌드를 이룬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50대를 기점으로 한 ‘신 중년기’는 인생의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는 시기가 됐다. 그리고 이들이 내린 결정 가운데에는 인생의 후반기를 부모로 지내려는 계획도 포함된다.
아이를 갖는 경로는 다양하다. 입양과 대리출산 외에 난자를 기증받거나 냉동보관해온 자신의 난자를 이용한 체외수정도 가능하다.
이 모든 방법은 만만치 않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캠퍼넬라는 대리모를 이용했는데 법정경비와 의료비 등을 포함해 12만 달러를 지불했다.
샌프란시스코소재 퍼시픽 퍼틸리티센터의 생식내분비학자인 필립 체네티는 “과거에 비해 건강이 크게 개선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55세를 넘긴 나이에도 정기적으로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며 “식사를 조절하고 체중을 떨어뜨리면 50대의 몸은 전에 할 수 없던 일을 너끈히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덤으로 얻은 시간을 자녀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독신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몇몇 인공수정병원은 시술가능 한 환자 연령을 상향조정했다. 현재 퍼시픽 리프로덕티브의 컷오프는 여성 55세, 부부 합산연령은 110세다.
이에 비해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 퍼틸리티 인스티튜트는 아예 연령제한을 두지 않는다. 인스티튜트의 창업주겸 메디컬 디렉터인 마지드 페이텐 박사는 “우리 병원의 환자 중 한명은 57세에 첫 아이를 낳았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의 가족구성전문변호사인 스티브 클라인은 “대리모 프로그램이 주류로 진입하고 있다”며 “특히 생식적령기를 넘긴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을 자녀를 가질 수 있는 실행가능한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2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한 퀸스 소재 초이시스 위민스 메디컬센터의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 멀리 호프만(70)은 50대 중반을 넘긴 후 공허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오랜 숙고 끝에 그녀는 자신의 허한 마음을 채워줄 유일한 존재가 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호프만은 나름대로 다양한 측면의 사랑을 겪었다고 자부한다. 이성간의 애욕과 어머니의 모성애, 이념에 대한 사랑 등을 두루 겪었다고 자부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궁극적이며 무조건적 자식사랑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늦둥이를 두는데 대한 일반의 견해는 두 가지로 갈라진다. 일부는 나이든 아빠나 엄마에게 아이가 독립할 때까지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능력이 있느냐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윤리적인 문제를 꺼내든다.
자녀 양육이 돈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실을 외면하려든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너무 이기적이 아니냐는 비판론이다.
의사들과 변호사들도 곧잘 비판적인 의견을 쏟아놓는다. 미국생식의학협회는 지난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55세를 넘긴 여성에 대한 배아기증에 반대했다. 노년의 체외수정은 임신중독증, 당뇨병, 고혈압 등의 위험을 수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이든 남성이 아버지가 되는 데에도 위험이 따른다. 이 경우 아기가 자폐증, 신경분열증과 왜소증 등을 갖고 태어날 위험이 높아진다.
보다 실질적인 문제도 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뻘 나이인 엄마, 아빠를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들의 급속한 성장속도에 맞춰 보호자로서 적정한 보조를 취하는 게 가능한지, 성장기에 들어선 자녀들이 부모의 존재를 가장 필요로 할 때 과연 그 곁을 지켜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서건 아이가 노후의 쓸쓸함을 달래줄 도구나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생전 처음 아빠나 엄마가 되고 싶은 50대 중반 이후의 ‘신 중년’이 곱씹어야 할 황금률이다.
<
한국일보-The New York Ti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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