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한 그리스도’ 상 수세기만에 빛 봐
1514년 위촉, 제작… 로마 외곽에 기증
▶ “아무도 진품이라 상상도 못해
나폴레옹 약탈·2차 대전서 살아남아
실패한 미완성작… 세계 순회전시 나서

미켈란젤로의 조각품 ‘부활한 그리스도’. 거의 400년 동안 묻혀 있다가 1997년 이탈리아의 한 시골 성당에서 발견됐다.
7피트나 되는 미켈란젤로의 예수 조각상이 수세기 동안이나 누구의 작품인지 모른 채로 방치돼 있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르네상스 거장이 만든 기념비적 조각품 ‘부활한 그리스도’(Risen Christ)는 17세기에 로마에서 35마일 떨어진 시골 교회로 옮겨진 후 완전히 잊혔다가 1997년에 학자들의 발굴로 그 진가를 알리게 됐다.
바사노 로마노 외곽에 있는 산 빈센초 수도원의 부원장 클레토 투데르티 신부는 1644년 제작된 이 조각물에 대해 “다들 미켈란젤로의 모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고 “어느 누구도 이게 진짜 미켈란젤로의 조각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 작품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도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신부는 덧붙였다.
투데르티 신부에 의하면 18세기에 나폴레옹의 프랑스 군대가 이탈리아를 침략했을 때 그들은 바사노 로마노 지역도 약탈했지만 이 조각상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또 2차 대전 중에는 독일군이 바사노에 전투 사령부를 설치했지만 역시 이 조각상을 약탈하지 않았다.
그리고 1941년 오데스칼치 가문이 다 허물어져가는 이 수도원을 교회에 기증했을 때도 가족들은 다른 유물은 모두 가져갔지만 이 조각상은 남겨두고 갔다고 투데르티 신부는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설명했다.
“다행히도 아무도 이게 진품인지 몰랐지 뭐에요.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었고, 여기 바로 이 원래의 자리에서 잘 보존됐던 겁니다”
이 조각상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으로 판명되고 난 후 수도원은 이 보물이 세계 곳곳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기꺼이 대여하고 나섰다. 3월15일부터 6월25일까지는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열리는 ‘미켈란젤로와 세바스티아노: 인 포커스’(Michelangelo and Sebastiano: In Focus) 전시에 선보이는 데 이어 로마, 베를린,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여러 미술관에서 전시가 예정돼 있다.
‘부활한 그리스도’는 1514년 부유한 로마 귀족 마르타 포르카리의 조카인 메텔로 바리가 위촉한 작품이다. 포르카리는 유언으로 로마의 산타 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교회 내에 그녀를 기념하는 채플을 지을 것을 명시했고, 바리는 이 채플을 장식하기 위해 미켈란젤로에게 벌거벗은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들고 있는 실물 크기의 조각품을 만들어 달라고 위촉했다.
그러나 작품을 제작하던 중 미켈란젤로는 대리석의 얼굴 왼쪽 뺨 부분에 검은 색 줄무늬가 깊게 나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작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피렌체로 돌아간 그는 실패한 이 작업에 대해 무척이나 괴로워했다. 1518년 12월 미켈란젤로가 은행 대리인 레오나르도 셀라이오에게 쓴 편지에 남아있는 “괴로워 죽을거 같다”는 구절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그는 두 번째 ‘부활한 그리스도’의 조각을 시작했고 1521년 완성했다. 그리고 그 작품은 지금도 산타 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교회에 남아있다.
그때 미켈란젤로는 미완성의 첫 번째 조각상 역시 작품을 위촉했던 바리에게 주었다. 그러나 그 미완성의 작품은 바리가 1554년 죽은 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고 말았다. 그로부터 약 50년 후 로마의 부유한 콜렉터 집안인 지우스티니아니 패밀리가 이 조각상을 구입했다. 카라바지오의 후원자로 유명한 이 패밀리가 조각상의 내역에 관해 알고 사들인 거 같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들은 이 작품을 다른 조각가에게 맡겨 완성했고, 1644년 바사노 로마노에 새로 지은 산 빈센초 마르티레 교회로 옮겨져 그곳의 주 제단에 1979년까지 서있었다. 그 당시의 수도원 부원장인 일데브란도 그레고리 신부는 주 제단을 예수 성상에 바치기로 하고 ‘부활한 그리스도’를 성구보관실로 옮겼다.
이 조각상의 존재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묘사한 글들을 통해서만 알려졌을 뿐이었다. 그러나 로마 라 사피엔자 대학의 실비아 다네시 스콰르치나 교수는 1997년 지우스티니아니의 고문서들을 연구하다가 이 조각상의 존재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문서들이 나오면서 마침내 이 작품이 미켈란젤로의 진품임이 확인되었을 때 학계에서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조각상을 어디에 세워야 하며 어떤 모습으로 보여야 하는지에 관해 한동안 토론이 있었다. 이유는 원래 나신이던 조각상이 옷을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콰르치나 교수에 따르면 미켈란젤로가 그리스도를 나신으로 조각한 이유는 1514년 당시는 그리스 고대유물과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외심이 지배적이던 르네상스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훗날 반종교개혁 운동의 관습으로는 그리스도를 벌거벗은 모습으로 묘사한 것이 불경스럽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사타구니를 청동망으로 가려서 제단 옆에 세워놓게 됐다.
“수도사들은 주 제단에 벌거숭이 조각이 서있는걸 원치 않았어요. 그러나 우리는 미켈란젤로가 원래 창조한 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타협점을 찾았죠”
조각상에서 청동 옷은 제거됐고, 메인 채플이 아닌 부속 예배당에 세워졌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엄중한 철제 방어벽과 알람이 설치된 건 물론이다.
런던의 내셔널 갤러리에는 미켈란젤로가 제작한 ‘부활한 그리스도’ 두 작품이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미네르바 교회에 있는 조각상을 석고 모형으로 만들어 나란히 전시함으로써 미켈란젤로의 손을 떠난 지 400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들은 두 작품을 직접 비교해볼 수 있게 됐다.
내셔널 갤러리의 16세기 이탈리아 회화부 큐레이터인 마티아스 위벨은 “두 작품 사이의 진화가 무척 흥미롭고, 미켈란젤로와 세바스티아노의 스토리 또한 들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시는 미켈란젤로와 그의 수제자였던 화가 세바스티아노의 작품 및 관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로 화단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바스티아노는 스승의 두 번째 ‘부활한 그리스도’ 조각상을 미네르바 교회에 설치하는 작업에 관련됐으며 그 사실을 묘사하여 미켈란젤로에게 보낸 편지들 역시 런던 쇼에 함께 전시될 예정이다.
투데르티 신부는 이 조각상으로 인해 수도원을 찾는 방문객들이 많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비앤비(bed-and-breakfast)를 운영하고 있는 이 수도원은 동네 사람들도 거의 찾지 않는 곳으로, 더구나 이런 곳에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상상조차 못했다는 것이다.
런던 쇼가 끝나면 조각상은 일본으로 가서 또 다른 전시에 서게 된다. 무게가 1톤이나 나가고 군비행기를 이용해 공수되는 이 조각상이 이렇게 많이 돌아다니다가 혹시라도 손상을 입거나 잃어버리지는 않을지, 일부에서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투데르티 신부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은 신이 보내준 선물이라며 이를 전시에 대여함으로써 얻게 되는 수익으로 거액의 세금부채를 갚고, 콩고 공화국에 짓고 있는 수도원 재정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로 딱 맞는 때에 조각상의 정체가 밝혀졌다고 봅니다. 가뜩이나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었는데 이 조각상이 가끔씩 우리를 도와줄 수 있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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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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