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그(Vogue) 첫 트랜스잰더 표지 모델

프렌치 보그 3월호가 브라질의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티나 삼파이오를 모델로 사용한 2개 버전의 표지.
프랑스의 패션잡지 보그(Vogue)가 3월호 표지모델에 브라질의 유명한 트랜스젠더 모델 발렌티나 삼파이오(Valentina Sampaio)를 실은 것이 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갈색머리에 긴 팔다리와 매혹적인 미모를 가진 삼파이오는 이 잡지가 20년 역사상 처음으로 커버에 게재한 성전환자 모델이다. 보그의 편집장 엠마누엘 알트는 “발렌티나 삼파이오는 아름다운 외모 뿐 아니라 훌륭한 인성의 소유자”라고 말하고 “관습에 저항하는 트랜스젠더의 선택이야말로 보그가 지지하고 축하하는 아이콘”이라고 편집자의 글에서 밝히고 있다.
패션잡지가 트랜스젠더 모델을 커버에 실은 것은 프렌치 보그가 처음은 아니다. 하리 네프는 2014년 패션과 아트 매거진 프리셰(Frische)에 나왔고, 안드레야 페직은 1년전 마리 클레어(Marie Claire) 스페인 지에 등장했다. 그리고 삼파이오 자신도 작년 10월 엘(Elle) 브라질에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보그의 커버는 이 유명한 매거진의 제국뿐 아니라 프랑스 패션업계에서 모두 획기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별히 커버 이미지에서 삼파이오의 얼굴 아래에 ‘트랜스젠더의 아름다움이 세계를 뒤흔들다’(Transgender beauty: How it’s shaking up the world)란 제목을 달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프렌치 보그의 편집자들은 오래 전부터 사회적 관습의 한계를 뛰어넘는 선택을 하곤 했다. 1970년대에는 에로틱하고 엽기적인 사진작가 기 부르댕과 헬무트 뉴튼의 섹시한 이미지들을 실어 화제가 됐고, 1979년에는 패션계에서 처음으로 레즈비언임을 공표한 지아 카랑기와 중성적인 외모를 지닌 여자모델에게 입생로랑 이브닝 가운과 턱시도를 입혀 서로 유혹하는 사진을 실어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트랜스젠더 모델 커버 호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성소수자들의 권리 보호 지침을 폐기했던 그 주간에 가판대에 등장함으로써 더욱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프렌치 보그의 모회사인 콩데 나스트 인터내셔널의 조나단 뉴하우스 회장은 이 커버를 쓴 것은 ‘탁월한 결정’이었다면서 “언론과 패션계에서 대담하고 혁신적이며 대단히 시의적절한 목소리를 내는 보그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시켜주었다”고 말하고, 상업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커버를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잡지의 부 편집장 올리비에 랄란은 대중의 반응이 긍정적이고 격려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하고, 현재까지 이에 대한 반발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삼파이오 역시 “수퍼쿨한 피드백만을 받았다”고 밝혔다. 잡지가 나온 이후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어가 수천명이 늘어나 5만3,000명이 되었고, 보그 커버 이미지 사진에는 “너무 아름답다” “역사를 새로 썼다” “마침내” 등의 코멘트들이 줄을 이었다.
이처럼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진 데는 사진작가 메르 알라스(Mert Alas)와 마커스 피곳(Marcus Piggott)의 창조적인 작업이 큰 기여를 했다. 이들은 커버 사진과 이에 따른 내지 스토리 사진을 찍으면서 삼파이오를 상투적이거나 보여주기 식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보그 프렌치는 커버를 2개 버전으로 만들어 발행했는데 하나는 삼파이오가 보라색 조명을 배경으로 금박의 생로랑 이브닝 가운을 입고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을 썼고, 다른 하나는 붉은 조명 아래 얼굴을 더 가까이 클로즈업 한 사진을 사용했다. 내지에 쓴 패션 사진들에서 삼파이오는 1970년대 풍의 일련의 섹시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루이뷔통의 블랙 바디수트 위로 걸친 얇은 은색무늬 블랙 가운, 발렌시아가의 붉은 파피 무늬 블라우스와 몸에 붙는 타이트 팬츠, 돌체 앤 가바나의 표범 무늬 시퀸 바지 위로 상체를 벗은 이미지 등이다.
브라질 북부의 어촌 아키라즈에서 성장한 삼파이오는 항상 자신을 소녀라고 느꼈다고 말한다. 성전환하여 발렌티나가 되기 이전의 본명을 밝히지 않는 그녀는 그러나 “어부였던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는 그녀의 선택을 언제나 지지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보아온 학교의 친구들도 그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수년전 패션을 공부하던 어느 날 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발굴돼 상파울루의 모델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다. 처음에는 트랜스젠더 모델을 쓰지 않겠다는 고객들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고 모델 커리어를 그만 둘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다른 트랜스젠더 모델들이 주류 패션계에서 당당히 자리 잡으면서 삼파이오 역시 매거진에 나오기 시작했고 패션쇼 런웨이에도 꾸준히 설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로레알은 삼파이오에 관한 단편영화를 만들어 국제 여성의 날에 개봉했으며 지금 그녀는 로레알의 홍보대사 중 한명이다.
그녀를 보그 편집진에게 소개한 사람은 사진작가 알라스와 피곳이다. 편집자 알트와 랄란은 곧 그녀의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표지모델로 전격 결정했다.
12월에 런던으로 날아가 촬영에 임한 삼파이오는 자신의 모습이 커버에 실리게 될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알트 편집장은 “성전환자가 패션매거진의 커버로 포즈를 취하게 될 날을 오래 기다려왔다”고 밝히고 “이젠 더 이상 이 주제에 관해 사설을 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잡지가 나온 후 삼파이오의 인스타그램은 팔로어가 5만3,000명으로 크게늘어났다.
<사진 Mert & Marcus for V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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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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