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겨진 가족들 상실감 따뜻한 위로 무료 봉사
▶ 주름 흉터 정맥까지 생전의 특징 생동감 넘쳐

죽은 사람의 핸드 캐스트는 가족들에게 만질 수 있는 추억을 선사한다.
트리시 로저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가족들을 위해 조금 특별한 일을 하고 있다.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환자의 침상에서 죽어가는 사람의 손을 주형물로 뜨는 것이다. 환자의 손만을 뜨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랑하는 사람과 맞잡은 손을 함께 만들기도 한다. 주형물은 손의 모든 세부 표정을 그대로 재현한다. 주름, 흉터, 정맥들, 손톱, 그 외에도 이상하거나 특이한 부분까지 그대로 담고 있어 마치 얼굴처럼 그 사람만의 독특한 특징을 남기게 된다. 로저스는 이런 서비스를 누구든 원하는 가족이 있으면 무료로 해주고 있다.
달라스의 베일러 대학 메디컬 센터에서 행정 보조직원으로 일하는 로저스가 이 병원에서 이 일을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이다. 한 동료가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미술 전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분야에 재능이 있었던 그녀는 가족들이 겪는 상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으니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한다.
제니퍼 포스터는 남편이 트럭에 치여 죽게 됐을 때 손 주형물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나를 위한 것임을 즉각적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32세였던 남편 크리스토퍼는 뇌사 상태에 빠졌고 장기 기증 등록자였다. 로저스는 크리스토퍼가 장기 적출을 하러가기 직전 중환자실에서 주물을 뜰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가 손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는 사고를 당한 날 응급실에서 빼내져 아내 제니퍼가 목걸이에 걸고 있었다. 로저스와 제니퍼는 그 반지를 다시 남편의 손에 끼운 다음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형태를 만들었다.
양쪽 집안의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로저스는 울고 있는 제니퍼와 크리스토퍼의 손을 젤이 들어있는 버킷에 담갔다. 주형틀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젤이 모양을 잡자 두 사람의 손을 빼낸 다음 거기에 회반죽을 부었다.
일주일 후 로저스는 나무 판 위에 고정시킨 주형물 캐스트를 제니퍼에게 선사했다. 그녀는 캐스트를 침실 선반위에 남편 사진과 유골함과 함께 놓고 매일 바라보고 있다.
“그의 손과 정말 똑같더군요. 모든 부분이 같았어요. 정말 소중한 선물입니다. 사고가 났던 날 병원에서 그의 손을 붙잡고 절대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지요. 그런데 지금 그의 손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절대 보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로저스는 처음 캐스트를 만들었던 때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오랫동안 병을 앓아온 젊은 여인의 손 주형물이었다.
“그때 얼마나 울었는지 눈물을 한 양동이는 쏟았을 겁니다. 그렇게 한동안은 캐스트를 만들 때마다 울었어요. 그러다가 우는 대신 땀을 엄청나게 흘리던 시절도 있었죠. 지금은 눈물도 땀도 흘리지 않아요. 이 일이 유족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죠”

베일러 대학 메디컬 센터에서 임종 환자들의 손 주형물을 만드는 트리시 로저스
로저스는 아직까지 자기 가족의 캐스트를 만든 일은 없다. 돌아가신 엄마의 손 주형물을 갖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는 그녀는 아마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캐스트를 만들기 훨씬 이전인 1996년 작고했다.
그녀의 주형물에 관한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고 더 널리 전해지면서 캐스트 요청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작년 여름부터 벌써 60개의 캐스트를 만들었다니 한달에 거의 10개 정도씩 만드는 셈이다.
어린 영아가 죽은 부모들에게는 아기의 발을 안고 있는 두 부모의 손을 주물로 만들어준다. 부모가 죽었을 때는 자녀 모두에게 캐스트를 만들어 선사한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어린 경우 가족들은 그 주물을 갖고 있다가 커서 상황을 이해할 시기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닥터 버디 허스트는 46년간 결혼생활을 함께 했던 아내 캐롤린이 2015년 먼저 떠났을 때 로저스로부터 그녀의 손 캐스트를 받았다. 캐롤린은 손톱 관리에 매우 공을 들였고 직접 매니큐어를 칠하곤 했는데 그 깔끔한 손 모양이 주형물에 그대로 담긴 것을 보고 너무 기뻤다고 말한다. 닥터 허스트는 로저스에게 부탁해서 3개의 캐스트를 더 만들고 세 딸에게 엄마의 손을 선사했다고 전했다.
“우리 가족에겐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선물이에요. 손이란 자기만의 표정을 가진 대단히 독특하고 금방 알아볼 수 있는 신체부위죠. 로저스가 하는 일은 파워풀한 성직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상실감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만질 수 있는 추억을 선사하니까요. 다른 곳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어서 좀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면 유족들에게 굉장히 귀중한 위로와 추억을 안겨줄 수 있을겁니다”
[사진 Baylor University Medical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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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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