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왜 잠을 자는가?
▶ 신경세포 접합부 엄청한 정보 집적…수면중 가지치기 통해 과열 막아
시냅시스 내부의 특정 단백질 규명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는 가지치기 작업이 일어난다. 정상 수면 상태의 뇌를 찍 은 펫 스캔. [사진Hank Morgan/Science Source]
사람이 잠을 자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랜 세월 과학자들은 이를 규명하기 위해 애써왔다.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한 것이다, 뇌가 세포에 쌓인 쓰레기를 청소하는 시간이다, 습격을 피해 가만히 누워있어야 했던 동물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다 등등 갖가지 요인이 거론되었다.
최근 사이언스 저널에 발표된연구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첨가했다. ‘우리는 매일 배운 것 중일부를 잊어버리기 위해 잠을 잔다’는 것이다.
우리가 학습을 할 때는 뇌의 신경세포들 사이에 커넥션 혹은 시냅시스(synapses, 접합)가 증가하게 된다. 이 커넥션은 신경세포들이 서로 빨리 효율적으로 신호를 보내도록 해주고, 우리는 새로운 기억을 이 네트워크에 저장해둔다.
2003년에 위스컨신-매디슨 대학의 생물학자들인 줄리오 토노니와 치아라 시렐리 교수는 낮 시간 동안 시냅시스가 너무 활발하게 자라기 때문에 뇌의 회로가 시끄러워지고, 잠을 잘 때는 이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 우리의 뇌가 커넥션을 줄인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두 학자는 이후 다른 학자들과 함께 한 연구에서 연접 항상성(synaptic homeostasis) 가설을 뒷받침할 상당량의 간접 증거를 찾아냈다. 말하자면 수면 중에 뇌신경들은 접합을 감축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증거는 뇌가 방출하는 전자파에 관한 것으로, 깊은 잠에 빠지면 전자파가 느려지는데 닥터 토노니와 시렐리는 접합이 줄기 때문에 그런 변화가 온다고 주장했다.
4년전 두 학자는 전자 현미경법으로 쥐의 뇌에서 일어나는 나노(nano) 수준의 변화를 관찰했다. 즉 시냅시스 자체를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의 이론을 규명하는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함께 연구한 루이사 드 비보는 깨어있는 쥐와 잠든 쥐에서 뇌 세포를 취해 아주 세밀한 노력 끝에 총 6.920개의 접합부를 찾아냈다. 그리고 몇 시간 수면을 취한 쥐는 뇌의 신경세포 접합부가 깨어있는 쥐의 것보다 평균 18%나 준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뇌의 신경세포 접합부가 축소되는 걸 의미하는데, 다음 날의 새로운 정보 입수를 준비하는 단계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과열방지를 위해 콘센트에 전자제품을 한꺼번에 많이 연결하지 않듯이 수면 중에 접합부가 축소되는 것은 뇌의 정보과다 상태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수면은 연접 재정상화(synapse renormalization)에 가장 적합한 시간이다. 사실 깨어있는 시간에 우리는 다양한 자극에 대한 반응, 새로운 학습 등으로 ‘순간의 노예‘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한 시렐리 박사는 “뇌 신경세포 접합부의 약 80%가 축소 대상이었지만 비교적 큰 접합부는 예외였다”면서 이런 큰 접합부엔 중요한 정보나 기억이 보관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옥스퍼드대학교 ’수면 신경과학 기관‘의 대표인 러셀 포스터는 시렐리와 토노니의 연구를 칭찬하며 뇌의 신경세포 접합부 축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뇌의 신경세포 접합부를 수면 중에 전지(pruning)하는 건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일시적인 신경세포 접합부에 쌓인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면 중에 제거하지 않으면 뇌가 과열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정보만 남게 하려면 가지치기 작업이 필수다.”
두 번째 연구는 존스 합킨스 대학의 닥터 그래함 H. 디어링과 동료들이 실시한 것으로 연접 항상성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쥐의 뇌 소에 있는 단백질을 연구했다. 그들은 먼저 쥐의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창을 만들고 단백질 시냅시스 표면에서 빛을 내는 화학물질을 투여했다. 그 창을 통해 연구진이 발견한 것은 잠을 자는 동안 단백질 표면의 빛이 상당수 사라지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연접이 줄어들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연구진은 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분자유인을 찾아냈다. 밤 동안에 시냅시스 내부에서 수백개의 단백질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호머 1A 라고 불리는 단백질이 두드러졌다.
앞선 실험에서 호머 1A 는 시냅시스를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닥터 디어링은 이것이 수면에서도 중요한 일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졸음이 오면 신경세포는 호머 1A를 만들어서 시냅시스로 보낸다. 수면에 들면 호머 1A는 가지치기 기계로 변한다.
이 가지를 쳐내는 것이 학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 연구진은 보통 쥐에 기억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바닥 한쪽에 약한 전기충격이 가해지는 방에 쥐들을 넣었다. 그날 밤 그 중 일부의 쥐들의 뇌에 신경세포가 시냅시스를 줄이지 못하도록 막는 화학물질을 투여했다. 다음날 연구진이 모든 쥐를 그 똑같은 방에 넣었더니 모든 쥐들은 전기충격이 두려워 꼼짝 못하고 있는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연구진이 쥐들을 다른 방에 넣었을 때 큰 차이가 나타났다. 보통 쥐들은 호기심에 차서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녔지만 자는 동안 뇌의 시냅시스가 줄지 않은 쥐들은 거기서도 꼼짝 않고 있는 것이었다. 그 쥐들은 어떤 특정한 방에서만 전기충격이 일어난다고 기억을 세분화하지 못한 것으로 연구진은 결론지었다.
아침마다 새로운 정보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밤새 뇌가 가지 치는 작업을 잘 할 수 있도록 푹 자는 것이 좋겠다.
<
한국일보-The New York Tims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