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시내티 4형제 하버드·예일 동시 합격 화제
▶ 서로의 개성·성격 다르지만 자신들만의 독특한 경험 에세이 함께 써 눈길 잡아
인공임신 많은 시대 맞아 “참신한 스토리” 어필 같은 학교 진학할지 불투명
하버드와 예일에서 모두 합격 통지를 받은 웨이드 네쌍둥이가 라코타 이스트 고교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재크, 아론, 나이젤, 닉. [AP]
흑인 네쌍둥이 형제 전원이 하버드와 예일에서 입학허가를 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신시내티 외곽의 라코타 이스트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재크(Zach), 아론(Aaron), 나이젤(Nigel), 그리고 닉 웨이드(Nick Wade)가 경사의 주인공.
이들은 네쌍둥이로 자라고 공부한 자신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대입 에세이를 작성, 입학사정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처음에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은 닉이었다. 그는 칼리지 컨피덴셜이라는 입학 자문 웹사이트의 채팅 룸에서 네쌍둥이 주제의 에세이를 쓰면 어떻겠냐고 물었고, 칼리지 에세이 어드바이저가 “너무나 좋은 아이디어”라며 “네쌍둥이로 사는 삶이 어떤지를 써보라”고 청신호를 보냈다. 그 조언에 따라 닉과 함께 쌍둥이 형제 모두가 그들의 이야기를 쓴 것이 결국 최고의 효과를 거둔 것이다.
웨이드 형제 4명은 자라면서 각자 개성을 찾고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대학 입학을 앞두고 내린 선택은 다 함께 해보자는 ‘패키지 딜’이었다. 처음에는 공동으로 에세이를 작성해 함께 제출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도 오갔지만, 이들이 내린 결정은 네쌍둥이로서 각각 자기의 경험과 이야기를 써보기로 한 것이었다.
더 기발한 것은 네 명의 형제가 각각 따로 에세이를 쓰되 다 함께 읽으면 하나의 완전체가 되는, 마치 4쪽의 퍼즐과 같은 에세이를 쓴 것이다. 한편 한편이 모두 재미있고 매력적이지만 함께 읽었을 때 더 빛을 발한 그 에세이들을 본 아이비리그 입학사정관들은 과연 이들을 따로 떼어놓고 싶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 패키지 딜에 오케이를 하게 된 것이다.
닉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웨이드. 웨이드. 웨이드. 웨이드. 풋볼 코치가 엄청 빠른 속도로 출석을 불렀다. 우리는 다함께 한 목소리로 ‘왔습니다’(Here)라고 외쳤다”
아론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뭐라고, 나이젤?’ 하고 선생님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나이젤의 책상을 바라보았다” 네 명이 모두 다르게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은 다 똑같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나이젤은 이렇게 시작했다. “0.00000125 퍼센트. 그것이 우리 엄마가 네쌍둥이를 낳을 확률이었다. 100 퍼센트. 그것은 이 여인이 우리들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말썽꾼들이라고 야단 칠 확률이었다”
마지막으로 재크의 에세이는 이렇다. “‘너 셔츠 갈아입어’라고 내가 말했다” 아침식탁에서 만난 그와 아론이 똑같은 셔츠를 입고 왔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다.
네 사람이 균형을 이루는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아론은 말했다. “우린 네쌍둥이의 한사람으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쌍둥이와 관계없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것이 좋게 평가받은 거 같아요. 각자 개인적인 포부와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개성있게 받아들여졌다고 봅니다”웨이드 네쌍둥이는 인공임신을 통해 태어난 ‘퍼틸리티 베이비’(fertility baby)들이다. 지금 대학 들어갈 연령층에서 이런 출생을 가진 쌍둥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머잖아 입학사정관들은 쌍둥이 에세이라면 지겨워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선 아주 참신한 스토리인데, 특별히 웨이드 가족은 부모가 네쌍둥이를 모두 아주 우수한 남학생들로 길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모두 공부를 잘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이들은 말한다. 제너럴 일렉트릭 사의 소프트웨어 설계사인 아버지 대런 웨이드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거짓말을 하거나 규칙을 위반하면 윗몸 일으키기, 엎드려 팔굽혀펴기, 동네 한바퀴 뛰기 등의 벌을 주었고, 학교 교장인 어머니 킴은 아주 어려서부터 단어 퍼즐, 구구단 외우기, 독후감 쓰기 등을 하도록 만들었다.
아버지 웨이드의 자녀교육 철학은 “산타클로스는 없어도 하나님은 계시다”였다. 그 말은 곧 세상에 공짜는 없지만, 열심히 일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반드시 보상받는다는 것이다.
웨이드의 부모는 미시시피 주 출신으로 그 지역 흑인들의 대학인 잭슨 주립대학 수학 클래스에서 만났다. 이 대학은 네쌍둥이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러브콜을 보냈으나 그리로 진학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네 소년은 많은 대학에 원서를 보냈지만 특별히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데 대해 무척 놀라워하고 있다. 니콜라스와 아론은 20군데 정도, 재크와 나이젤은 10여 군데 원서를 보냈으며 수많은 학교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다. 많이 넣은 이유는 가장 좋은 학비 보조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 네 명을 동시에 대학에 보낸다는 것은 아무리 여유있는 중상류층 가정이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받은 재정보조 딜 중에 가장 좋은 것은 예일에서 오퍼한 것으로, 예일은 이들을 끌어오기 위해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 심지어 캠퍼스 투어를 위해 뉴 헤이븐까지 여행 경비를 부담하겠다고 나섰을 정도다. 예일 대학은 2010년에도 흑인 가정의 네쌍둥이(2남2녀)를 입학시킨 적이 있다.
그러나 웨이드 형제들이 예일의 오퍼를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게 패키지 딜인 경우 만일 아론 혼자 다른 곳으로 간다면 그래도 나머지 셋의 입학을 원하는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론은 스탠포드를 가고 싶어했고, 입학허가를 받은 상태다.
“스탠포드에서 제공하는 전공 중에 상징체계(symbolic systems)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걸 공부해서 인공지능 분야로 나가고 싶어요. 컴퓨터 사이언스, 인지과학, 언어학, 철학, 수학 등이 다 포함되는 이렇게 거대한 학제 간 포커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정말 궁금하거든요”
신경과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나이젤은 스탠포드의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고, 화학공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재크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건 이들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쟁자의 입장에 서게 된 경험이었다.
아론은 ‘공립 아이비’로 불리는 오하이오 주립대와 마이애미 대학을 비롯해 케이스 웨스턴, 잭슨 주립, 브라운, 유펜, 밴더빌트, UC 버클리, 미시건 대학 등에 모두 입학허가를 받았고 노스웨스턴과 툴레인에만 불합격했다.
외교관이 되기를 원하는 닉은 형제 중에 유일하게 단 한군데서도 불합격하거나 대기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이다. 신기하다고 웃는 그는 학교 성적으로는 자기가 가장 덜 준비된 상태였다며 아마도 모로코에서 국무부 장학금을 받고 아랍어를 공부했던 것(친구들은 그를 ‘오바마’라고 부른다)이 입학사정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의 입학 허가에 대해 하버드 대학에서는 쌍둥이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고, 예일은 아무런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웨이드 형제들은 학교 성적에 관해선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 다만 네 사람 모두 학교 졸업반 전체에서 상위 10% 안에 들었고, 아론은 탑 25명 중에 들었으며, 이들의 ACT 점수는 94~99 퍼센타일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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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The New York Ti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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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다 잘생기고 인재들이네요~ 부모님들이 무척 자랑스러워 하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