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장미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일자리' 공약을 최우선순위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을 겨냥한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공약이 선거판의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자리 관련 공약의 주요대상인 저소득층의 투표 참여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중심으로 현재 우리나라 투표율 실태와 더불어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 투표율도 부익부 빈익빈…투표장 가기 어려운 저소득층?한국의 투표율은 OECD 34개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투표율 격차가 가장 크다.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the 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계층 투표율 격차는 29%포인트에 달한다.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투표를 안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최대 1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의무투표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호주의 경우 계층 간 투표율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하다. 룩셈부르크(3%포인트), 덴마크(4%포인트), 스웨덴(6%포인트) 등 유럽 국가들도 격차가 한 자릿수였다.
미국·영국(23%포인트), 독일(22%포인트) 등은 격차가 비교적 높았지만 한국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우선 경제적 불평등에 불만이 많은 저소득층이 정작 투표 참여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공약들이 선거철마다 쏟아지지만 결국 흐지부지되는 것도 투표율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80%가 시간 빈곤을 겪고 있어 정치에 관심을 갖거나 투표할 여유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한국, 그 가운데서도 저소득층은 선거 당일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고용정보원 권태희 박사, 미국 레비(Levy)경제연구소와 공동 연구해 발간한 '소득과 시간빈곤 계층을 위한 고용복지정책 수립 방안' 논문/*2015년 한국 연간 노동시간 2천113시간. OECD 평균인 1천766시간보다 347시간이나 더 많음)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2012년 18대 대선 후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49.6%가 '개인적인 일과 출근 등'으로 투표를 못했다고 답했다.
"백화점 입점업체 직원이라 투표날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늦게까지 일할 것 같아요. 마트도 그렇고 백화점도 빨간 날이 대목이잖아요. 사전투표도 어느새 신청 기한이 끝나 있더라구요. 애들 챙기랴 일하랴 사는 게 바쁘다 보니. 투표는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요."(40대 여성 김모씨)◇ 저소득층 투표율 증가할수록 소득 재분배 증가
조지아주 예비선거 모습[AP=연합뉴스 자료사진]
대부분의 학자는 저소득층의 투표율이 증가할수록 소득 재분배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저소득층의 요구를 정치인들이 수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로욜라대 정치학과 교수인 션 매켈루이는 지난해 1월 폴리티코에 기고한 '투표율과 소득 격차'라는 글에서 "미국은 재분배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투표율이 높다. 이는 재분배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라면서 "미국에서 부자들은 거액 기부자일 뿐만 아니라, 투표장 또한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저소득층의 낮은 투표율은 다양한 장벽 때문이다. 약 340만 명에 달하는 범죄인들(이들 대부분이 저소득층)은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고향이 아닌 다른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투표권도 제한을 받는다.
또 투표할 자격은 있지만 투표 ID(증명서)를 발급받지 않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유색인종의 경우 자신의 생업 시간을 포기하면서까지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밟으려 하지 않는다.
2014년 미국 인구 센서스를 보면 소득 1만 달러 이하 미국인들 가운데 24.5%가 투표했다고 답했고, 65.1%가 투표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10.3%는 무응답으로 기록됐다. 최소 65%에서 최대 75%가량의 저소득층이 투표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2012년 미국 대선 때 연 소득 15만 달러 이상을 버는 부유층은 80.2%가 투표 했지만, 연 소득 1만 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의 경우 단 46.9%가 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 투표율 늘리기 위한 움직임…의무투표제 도입?
투표율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은 활발하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지난해 11월 선거 투표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하는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투표시간이 늘어 시간 빈곤을 겪는 저소득층 투표율이 높아질 거란 기대가 있다.
또한 투표의 편의성을 위해 기차역과 지하철역 등에 사전투표소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형편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이들이 투표하기 쉬울 거라는 분석이다.
다만 장미대선은 기존 대선과 달리 저소득층의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박탈감을 느낀 저소득층이 이번 대선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19대 대선은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82.8%에 달한다. 이는 지난 18대 대선(78.2%) 당시보다 4.6%포인트 높다. 이처럼 유권자의 투표 의지 비율이 높아진 것은 저소득층의 투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0~11일 만 19세 이상 전국 유권자 1천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한 결과)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저소득층을 겨냥한 공약들.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이번 대선에서 저소득층은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