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계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가 압승을 거둔 프랑스 대선은 여러 면에서 유럽과 대서양 건너 미국에 큰 반향을 일으킨 중대 정치 사건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선택과 도널드 트럼프의 예기치 않은 미 대통령 당선 이후 프랑스 대선은 마크롱이 내세운 자유주의와 EU 통합, 그리고 국수주의적, 보호주의를 앞세운 극우 마린 르펜 후보 간의 전례 없이 치열한 이념 노선의 대결장이었다. 유럽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친유럽주의자 마크롱이 승리한 프랑스 대선의 5가지 의미를 지적했다.
▲ 친유럽, 세계화 세력의 승리
이번 대선은 프랑스가 경제 및 산업적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유럽과 세계화에 대한 국민투표의 성격이 짙었다. 프랑스 우선의 보호주의를 앞세운 르펜의 득세가 이러한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개방 경제의 득실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했다. ‘유럽’은 프랑스가 당면한 문제들의 해결책이지 문제 자체가 아니라는 주장을 내세운 마크롱은 EU와 다른 동맹들로부터 대선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지지를 받았다. 비록 상당수 좌파 유권자들이 르펜의 승리를 저지하기 위해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에게 표를 던졌지만 마크롱의 예상 밖 ‘압도적인’ 승리는 이번 대선의 승자가 유럽과 단일통화 및 자유경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오랫동안 EU 탈퇴를 주장해온 르펜 마저 유권자들의 불안을 무마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 단일통화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수정하기까지 했다.
▲ 미국과의 협력관계 유지
만약 르펜이 당선됐더라면 그동안 보여온 친러시아 성향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협력관계가 지속될지 의문이 제기됐을 것이다. 마크롱은 대선 후보 가운데 러시아에 대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후보였다. 선거 막판 마크롱 캠프를 엄습한 대규모 해킹이 이를 대변한다. 마크롱은 미국과의 관계 및 프랑스 이익 보호에서 실용주의를 표방해왔으며 따라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포함한 프랑스 대외 관계에서도 앞서 정부의 외교 노선을 답습할 것임을 표명해왔다.
예전 같았으면 나토를 포함한 기존 대외 공약 준수를 표명한 후보의 당선을 미국 정부로선 전폭 환영할만한 상황이지만 지금은 ‘이례적인’ 시기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전망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마크롱은 다른 모든 후보와 마찬가지로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을 유럽에 대한 ‘불확실성의 원천’으로 지목했다.
▲ 극우 주춤, 그러나 포퓰리즘은 건재
오는 14일 취임하는 르펜은 예상 밖 압도적 표차로 패했지만 그의 극우 국민전선(FN)은 지난 대선에 비해 괄목할만한 진전을 이룩했다. 결선에서 1천만 명 이상의 지지를 얻었다. 1차 투표에서 우파의 피용 후보나 극좌파 장 뤼크 멜랑숑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 상당수가 르펜에 표를 던졌다.
반면 극우파 뿐 아니라 개방 경제를 둘러싼 논란에서 나타난 좌파 움직임 등을 통해 포퓰리즘은 건재를 과시했다. 1차 투표에서 나타난 극좌파 후보 멜랑숑의 약진은 결선에서 마크롱을 지지한 상당수 유권자가 마크롱의 노선에 동조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크롱이 6월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차지 한다 하더라도 향후 이들 세계화 불만층의 분노와 좌절을 어떻게 치유하느냐가 국정 수행과 개혁 이행 능력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 ‘앙마르슈’의 3라운드 - 의회 총선
마크롱 신임 대통령은 우선 다음 달 총선에 에너지를 집중할 것이다. 창당한 지 불과 1년에 자금력도 부족한 신생정당 앙마르슈가 대선의 동력을 타고 총선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할지는 미지수이다. 마크롱은 앙마르슈 의원의 절반 정도를 초선으로 희망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사회당이나 공화당 같은 기성정당 정치인들로부터 지지를 바라고 있다. 이미 일부 양당 정치인들은 앙마르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파의 공화당은 다수의석 확보를 노리고 있으며 만약 공화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하게 되면 마크롱은 공화당과의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 구성이 불가피해지면서 자칫 명목상 대통령으로 남을 위험성도 있다. 문제는 사회당이다. 1차 투표에서 자당의 브누아 아몽 후보가 6% 지지에 그쳐 존립위기에 몰린 사회당 의원들은 마크롱을 지지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당을 고수할 것인지 조만간 결정을 내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에서 다양한 정책을 내건 마크롱 신임 대통령이 결국 최종적으로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가 좌우 진영의 협력을 구하는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개혁이나 치유(힐링)냐”
프랑스가 대도시와 중소 도시, 동북부와 남서부, 식자층과 비식자층 등 고질적인 지역과 사회 계층 간 극심한 분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크롱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자신의 개혁 과제를 지체 없이 이행함으로써 장기적인 경제적, 사회적 걱정거리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수행하려면 이전의 개혁들을 좌초시켜온 노조와 시위대 및 파업 등을 통한 극단적인 반대를 넘어서야 한다. 마크롱도 선거 후 지지자들에게 “다수가 개혁을 선택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마크롱이 회의주의자들과 반대자들을 설득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빠른 결과를 얻는 것이다. 의회와 정부에 대거 신인을 등용하고 정치 절차를 보다 투명하게 하는 등 일단 국내 낡은 정치 관습을 바꾸려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대통령직 최대 도전은 그의 어젠다 변화가 그렇지않아도 혼란스런 사회 내에서 야기하는 긴장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이다. 어떻게 개혁과 치유를 동시에 이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자(왼쪽)가 8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개선문에서 열린 2차대전 참전용사 추모행사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함께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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