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수사국(FBI)은 연방 정부 조직 상 법무부 산하에 있지만 독립된 수사기관이다. 그래서 FBI의 수사는 대통령이나 연방 의회도 간섭할 수 없다. FBI 국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연방 상원 인준을 받아 임명하는데, 10년 임기를 보장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국장을 해임한데서도 보듯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1935년 FBI가 현재의 명칭으로 재탄생한 이후 역대 7명의 FBI 국장 가운데 10년 임기를 제대로 마친 사람은 드물다. 건강과 무능력 때문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인물도 있고, 제임스 코미 전 국장처럼 대통령이 해임한 경우도 두 번이나 된다.
역대 FBI 국장들의 면면은 이 조직이 미국 정치에 깊이 관여한 역사를 보여준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존 에드거 후버 초대 국장이다. 후버 국장은 FBI 전신인 DOI 시절부터 이 조직의 총수에 임명돼서 1972년 77세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48년간 재임했다. 1935년 FBI로 개명 이후에만도 36년을 재임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프랭클린 루즈벨트부터 리처드 닉슨까지 무려 8명의 대통령이 그를 거쳐 갔다.
FBI 국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또 해임할 수 있다. 그러나 후버 국장처럼 국내외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기 때문에 임명권자인 대통령과도 갈등을 빚어 왔다. 일부는 대통령에 의해 해임되기도 했다.
임기를 못 채우고 해임된 국장으로 1993년 윌리엄 세션스 국장이 대표적이다. 관용기로 부부동반 여행을 하고, 공금을 유용하고 사적 업무에 FBI 요원을 동원한 일 등으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해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국장의 옷을 벗겨 욕먹는 것처럼 당시에도 FBI 독립성을 침해 논란이 빚어졌다.
세션스 국장 후임인 루이스 프리 국장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마찰을 빚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자금에 중국 정부가 관여됐다는 정황을 수사하면서 백악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백악관이 연루돼 있을지 모를 사건의 수사를 왜 백악관에 보고하느냐’는 말을 남기며 수사의 독립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조직 안팎의 비난을 견디지 못해 자진 사퇴했다.
물론 대통령과 일반의 신뢰를 받은 국장도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의 윌리엄 웹스터 국장은 ‘미스터 클린’이라는 별명답게 대통령 신임을 받았다. 그래서 임기 종료를 앞두고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CIA 국장에 발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 유착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에 임명된 로버트 뮬러 전 국장도 미국 정치권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9.11 테러 발생 직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명으로 FBI 총수가 되었는데, 10년 뒤 임기가 종료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별 요청으로 2년 더 재임했다. 의회도 엄중한 시기 유능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퓰러 국장의 추가 재임을 인정했다. 그는 재임 당시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아내하고만 골프를 쳤다고 할 정도로 결벽에 가깝게 주변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J. 에드가 후버 1대 FBI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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