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디에고~샌타바바라 농장 20여곳 커피나무 재배
▶ 산도 낮은 고품질 생산… 태동 단계지만 가능성 커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커피나무 재배를 시작한 제이 러스키가 아보카도와 여러 과실나무가 함께 자라는 자신의 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Morgan Maassen/ NY Times>
아보카도의 주산지였던 남가주가 커피 생산지로 새롭게 탈바꿈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현재 샌디에고에서 샌타 바바라에 이르는 지역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농장은 20여개로, 하와이 코나 커피를 제외하고는 미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커피 생산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주의 농부들이 커피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국내외적 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캘리포니아 아보카도 나무들이 노령화하면서 수확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멕시코 수입산 아보카도와의 경쟁도 심해졌고, 수자원 부족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샌타 바바라 지역에서 커피 비즈니스의 선구자로 알려진 굿 랜드 오개닉스(Good Land Organics)의 제이 러스키 대표는 아보카도 나무의 무성한 가지와 잎들이 고 품질 커피 관목에 필요한 풍성한 그늘을 제공해준다는 사실을 처음 간파한 사람이다.
태평양 연안 해발 650피트 산등성이에 자리잡은 농장에서 그가 생산하는 커피 빈 중에 파카마라(Pacamara)는 캘리포니아의 흙냄새와 봄의 신록 냄새를 뿜어낸다. 게이샤(Geisha) 빈은 산도가 낮고 가벼우면서 과일 맛을 내고, 버본(Bourbon)에서는 초콜릿 맛이 느껴진다.
그를 비롯한 이 지역 커피 농장 운영자들은 맛있는 커피 한 잔에 8~12달러를 기꺼이 지불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높은 생산비도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해 세계 커피원두를 거의 대부분 생산하는 열대 고원지대의 커피 수확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점도 연 200억달러에 달하는 커피 수출 시장의 문을 열어주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의 소규모 커피 농장들은 가뭄과 폭염으로 수확량의 90%를 잃었다. 서인도제도의 수마트라도 비슷해서 많은 농부들이 거의 수확하지 못했다고 한다.
제이 러스키가 캘리포니아에서 커피 농장을 시작한 것은 10년이 넘는다. 하지만 그의 커피가 각종 대회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시작한 것은 3~4년 전부터이며, 그 이후 다른 농부들도 커피 농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피츠(Peet’s) 커피의 로스트 매스터 더그 웰쉬에 의하면 13년전 러스키가 처음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한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키우는 커피 관목은 30배로 증가해 현재 1만4,000그루 정도 자라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커피원두를 모두 합쳐도 피츠 커피가 하루에 볶는 양에도 못 미칠겁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죠. 아직 초기 태동 단계이지만 하와이의 커피 산업 정도로는 충분히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굿 랜드 오개닉스 농장에서 커피 원두를 로스트하고 있다. <사진 Morgan Maassen/ NY Times>
현재 하와이에는 800여개의 커피 농장이 있으며 일년에 900만 파운드의 생두를 생산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나오는 생두는 기껏해야 몇 백 파운드 정도. 전세계적으로는 연간 120억 파운드의 원두가 소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커피 재배자들이 목표로 하는 것은 프리미엄 커피 시장이다. 전국 커피협회 통계에 의하면 미국 성인 커피 드링커의 절반 이상이 매일 스페셜티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이는 2010년보다 두배 늘어난 수치다.
스페셜티 커피협회의 피터 줄리아노 수석연구원은 “커피가 아침 식사의 음료일 뿐이어서 아무 커피나 마셨던 우리 할머니 세대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은 좀더 특별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돈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은퇴한 테크놀러지 기업 간부이며 샌타바바라 동쪽 자기 땅에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있는 앤디 멀린스는 “스페셜티 생두 가운데 비싼 것은 파운드 당 120달러를 호가한다”면서 “생산가를 파운드 당 30달러 이하로 맞출 수 있으면 이만큼 수익 마진이 좋은 장사도 없다”고 말했다.
멀린스는 러스키의 커피 농장을 방문한 후 자신도 커피나무를 키우기 시작했다. 다른 농부들도 러스키가 커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을 본 후에야 초기 투자비용을 감수하면서 커피 농사에 뛰어들었다. 커피나무가 제대로 된 열매를 맺으려면 4년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빠른 자본 회수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투자인 것이다.
또 하나 난제는 커피 농사는 인력 중심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이 지역 농장주들은 브라질 커피 농장들이 수확 및 공정과정에서 기계 사용으로 인건비를 크게 절감하고 있는 방법을 벤치마킹하려고 구상 중이다. 쉽지 않은 점은 그런 기계들은 넓고 평평한 공간에서 작동이 용이한데 캘리포니아는 해안 산악지대라 지형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세월 동안 캘리포니아 농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물은 아보카도였다. 기르기 쉽고, 비료도 거의 필요 없으며, 돌보거나 관리할 것도 없는 농작물이기 때문이다. 단지 하나,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인데, 근래 물 값이 비싸지고 나무들이 고령화하면서 수확량이 줄어들자 농부들이 대체 작물을 찾던 중 커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굿 랜드 오개닉스 농장에서 익어가는 커피 열매.
멀린스도 은퇴 후 샌타바바라에 집을 사서 이주했을 때 딸려있는 4에이커의 아보카도 농장을 보면서 처음엔 흥분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곧 이 나무들이 수령 30년을 넘어서 수확량이 적다는 사실은 알고는 전부 베어버리고 새로 심느냐, 아니면 가지치기하여 재생을 시도하느냐, 고민하다가 그 지역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러스키의 굿 랜드 오개닉스 농장을 찾아가게 됐던 것이다.
거기서 멀린스가 본 것은 자기 농장과 똑같이 정글처럼 빽빽한 관목들이었다. 거기서 자라는 아보카도와 각종 열대과일 나무들이 토양을 보호해주고 그늘을 풍성하게 제공해주어 커피나무 재배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멀린스 부부는 곧바로 커피 농사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들이 재배하는 커피는 파나마의 스페셜티 품종인 게이샤와 콜럼비아의 고급 원두 카투라 품종이다.
커피 업계 컨설턴트인 윌렘 부트는 남가주 해안 지역의 기후가 커피 재배에 이상적이라고 말한다. 낮에 따뜻하고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지만 영하로는 떨어지지 않는 날씨가 일관되기 때문에 커피 농사가 잘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아보카도와 오렌지와 와인의 특산지인 캘리포니아가 이제 커피 생산지로 세계 지도에 이름을 올리게 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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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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