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세는 안방 온라인 극장
▶ 넷플릭스 정교한 알고리즘, 그 날의 기분까지 감안해 추천
“빌어먹을 넷플릭스, 영화는 극장에 앉아서 보는 거야!”
지난 3월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영화 박람회인 시네마콘 무대에 오른 탐 로스만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오는 10월 개봉 예정작을 소개한 뒤 별안간 외친 말이다.
개봉일에 맞춰 극장으로 향해야 할 관객들을 안방 TV나 스마트기기 앞에 앉히는 넷플릭스를 향한 비판이었다. 넷플릭스는 어쩌다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들의 ‘공공의 적’이 된 걸까.
190여개국 1억 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거느린 넷플릭스는 일방적으로 영화관이 선택한 작품들 안에서 영화를 수동형으로 골라야 했던 유서 깊은 관례를 ‘맞춤형 추천 기능’으로 무너뜨렸다. 넷플릭스는 성별, 연령, 시청 이력 등 기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취향을 분석한다. 넷플릭스 이용자가 시청한 콘텐츠 중에는 직접 검색이 아닌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제시된 추천작의 비중이 75%에 달한다.
비결은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프로그램 실행 명령어들의 순서)이다.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지만 넷플릭스가 자체적으로 구분하는 영화 장르가 무려 7만여개로 알려져 있다. 이용자가 좋아하는 특징을 조합해 ‘영국을 배경으로 무거운 스토리를 담아 시각적으로도 화려한 연출이 돋보이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범죄 스릴러’ 등으로 정리한 뒤 이와 가까운 영화를 추천하는 식이다.
시청 시간도 분석해 잔인한 장면에서 영화를 꺼버리면 이후부터 잔인한 영화는 추천 대상에서 뺀다. 최근에는 그날의 기분까지 맞춰주도록 고도화했다. 서비스를 접속할 때 고르는 프로필을 ‘스트레스 받은 날’ ‘술 한 잔 한 날’ 등으로 5개까지 설정해 두면 매일 다른 작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스트레스 받은 날 주로 액션 영화를 찾는 이용자라면 그날 기분을 알려주는 것만으로 아직 보지 못한 액션 영화를 소개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왓챠플레이도 유사한 방식이다. 2억7,000만개에 달하는 이용자의 평점 정보를 활용해 영화를 추천하는데 출시 1년 만에 누적 가입자 64만명을 달성했다. 영화에 대한 예상 평가 점수를 계산해줘 이용자는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받을 수 있다.
통신사 영상 플랫폼 중 이용자 1위인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도 지난해 8월 빅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기능을 대폭 갱신한 뒤 방문고객은 9%, 콘텐츠 이용량은 32% 늘었다. 40~60대 이용자가 많은 케이블업체 CJ헬로비전은 중장년층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만을 모아 특집관을 신설, 글자 크기를 키우고 화면 전환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정확한 추천은 실제 구매로도 이어져 국내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서도 영화가 38.9%로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 기반 맞춤형 추천 서비스들의 공세에 영화관들은 오프라인 공간 차별화로 눈을 돌렸다. 고객을 집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집 안에선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 대형 상영관을 갖춘 멀티플렉스는 온몸으로 영화를 체험하는 4차원(4D) 상영관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고, 비행기의 ‘퍼스트클래스’에 앉은 듯한 프리미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최고급 음식을 먹으면서 영화를 보는 ‘씨네드쉐프’, 고급 침대에 누워서 즐기는 ‘템퍼시네마’ 등이 대표적이다.
영화관에만 있는 대형 스크린을 활용하면서 개인의 목적에 따라 즐길 수 있는 소규모 극장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나만의 공간에서 원하는 영화를 골라 보는 대관 전용 미니 영화관부터 50석 안팎의 작은 규모와 일반 영화관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즐기는 미니 극장, 독립영화 팬을 위한 6석의 초미니 극장도 등장했다. 영화뿐 아니라 공연, 전시 등을 접목하며 복합문화 공간을 지향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영화 상영관에서 클래식 공연을 펼치거나 인기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을 소재로 한 전시회가 열리기도 한다. 유모차 공간을 별도로 마련한 상영관이나 어린이 전용 극장 등 일반 영화관을 찾기 힘든 고객을 노리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멀티플렉스 극장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모바일 기기 대중화로 ‘극장 동시 개봉’ VOD를 즐기는 고객까지 늘면서 극장가 성장이 정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관만의 장점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라며 “영화관을 중심으로 공연장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쇼핑 공간 등을 마련하는 것도 오프라인 영화관을 방문해야 하는 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나 홀로 본다 ‘혼영족’5년새 두배로…“주말보다 주중에 더 봐”
최근 영화 시장에는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나를 위해 소비하겠다는 솔로이코노미의 바람이 거세다. 극장도 과거처럼 여럿이 즐기는 공간이 아닌 혼자 사색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홀로 당당하게 극장을 즐기는 이들(혼영족)의 특징은 뭘까.
CJ CGV 리서치센터가 올해 1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전체 관객(CGV회원 기준) 중 1인 관객 비율을 조사한 결과, 2012년 7.7%에서 16.9%로 증가했다. 5년 사이 혼영족이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홀로 영화를 본 경험도 2014년 25.6%, 2015년 29.2%, 지난해 32.9%로 계속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혼영족은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영화 팬들이 지인과 함께 영화를 즐기기 위해 주로 주말에 극장을 찾는 것과 달리 혼영족은 주말보다 주중에 주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GV 관계자는 “시간과 장소를 맞춰 누군가와 함께 극장을 찾기보다는 홀로 맘에 내킬 때 영화를 즐기기 위한 경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영족이 선택하는 영화도 2인 이상 같이 볼 때와 차이가 났다. 온전히 취향대로 선택하는 것이다.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부산행’은 혼영족, 일반 관객 모두 가장 많이 본 영화였으나, 초대형 스크린 방식을 이용한 촬영기법(IMAX 3D)이 특징이었던 ‘닥터 스트레인지’나 끔찍한 장면이 많았던 스릴러 영화 ‘곡성’ 같은 영화의 경우는 혼영족의 선택이 집중돼, 혼영족 만의 취향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관객 설문에서도 ‘혼자 영화를 볼 때 주위를 의식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5년(62.5%)에 비해 12.6%포인트 증가했다.
혼영족은 또 영화를 극장에서만 즐기지는 않았다. 올해 혼영족이 극장에서 관람한 평균 영화 수는 2.5편으로 일반 관객(2.9편)에 비해 적었다. 지난 한 해 동안도 3.3편으로, 일반 관객보다 1.5편 부족했다.
CGV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손쉽게 영화 등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인터넷 동영상(OTT) 플랫폼 활용도가 높은 듯하다”며 “앞으로 혼영족을 어떻게 극장에 끌어들이느냐가 업계에선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종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