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내 조혼 최근 10년간 17만명
▶ 강간 . 임신이나 종교적 이유로 성행, 대부분 평탄치 못한 결혼 파탄 맞아

지난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미국의 38개 주에서 17세 미만의 미성년자 16만 7,000명이 결혼했다. 지금도 플로리다에서는 1-2일 당 한 건의 속도로 16세 미만 아동이 기혼자가 된다. <일러스트레이션 Anna Parini/뉴욕타임스>
말라깽이 계집애였던 셰리 존슨은열 한 살 되던 해 어머니로부터 같은 교회에 다니던 아홉 살 연상의 오빠와 곧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그녀는 ‘교회 오빠’에게 강간을 당해 임신을 한 상태였다.
11세 소녀의 임신사실이 알려지자 아동복지국은 곧장 진상조상에 나섰고 화들짝 놀란 교회 지도자들과 “양가 부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거듭한 끝에 피해자와 가해자를 결혼시키자는 합의에 도달했다. 그것이 번잡한 형사재판을 피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묘수였다.
사고를 친 오빠는 미성년자강간범으로 장기복역을 하느니 어린 계집애와 ‘소꿉장난’을 하는 편을 택했고 존슨 역시 장로들과 부모에 등을 떠밀려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집을 가기로 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탬파 카운티의 서기는 혼인증명서 발급을 거부했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미성년자 결혼이 불법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신부가 너무 어리다”는 것이 발급거부 이유였다. 결국 이들은 혼인증명서를 손에 넣기 위해 인근의 파이넬라스카운티로 예식장소를 옮겼다.
우려했던 대로 결혼생활은 순탄치않았다. 미성년자 신부들의 3분의 2는 소꿉장난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실전을 오래 견뎌내지 못한다. 집안일과 양육으로 존슨은 초등학교조차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 현재 그녀는 플로리다 미성년자 결혼금지법 제정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미성년자 결혼을 방글라데시나 탄자니아 등지에서 일어나는 시대착오적 풍습쯤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여자아이의 조혼금지를 목표로 하는 단체인 ‘언체인드 엣 라스트’ (Unchainedat Last)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미국의 38개 주에서 17세 미만의 미성년자 16만 7,000명이 결혼했다.
지금도 플로리다에서는 1-2일 당 한건의 속도로 16세 미만 아동이 기혼자가 된다. 언체인드 엣 라스트는 알라스카,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12세 여자아이들의 결혼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다른 주들의 경우 구체적인 연령구분 대신 14세 미만이라는 항목으로 미성년자 결혼을 집계한다. 언체인드 엣라스트는 이들 38개 주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이뤄지는 미성년자 결혼실태를 파악하지 못했으나 트렌드분석 방식을 통해 같은 기간 미국 전역에서 25만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결혼의 족쇄를 찼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연방 센서스국은 지난 2014년 한 해 동안 15세에서 17세에 이르는 미성년자 5만 7,800명이 결혼했다고 밝혔다. 아동혼인율이 가장 높은 주는 아칸소, 아이다호, 켄터키의 순이다. 미성년결혼 건수는 매년 떨어지는 추세지만 미국이 모든 주가 여전히 이를 허용한다. 보통의 경우 부모, 판사 혹은 둘 모두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 게다가 전국 50개 주 가운데 27개 주는 아예 최저 법적 결혼연령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다.
아동결혼은 대부분 미성년자 여자와 성인 남성의 결합이다. 일반적으로 미성년자강간에 해당하지만 결혼을 하면 종종 합법화된다. 걸스카웃 대원 카산드라 레비스퀴는 자신이 거주하는 뉴햄프셔의 결혼허용 최저연령이 13세인 것을 알았다.
카산드라는 주 의회를 상대로 법정연령을 18세로 상향조정하자는 캠페인을 벌였지만 주 하원은 최근 그녀의 주장을 반영한 법안을 부결시켰다. 데이비드 베이츠 주 하원의원을 비롯, 최저혼인연령을 올리는데 반대하는 인사들은 사생아 출산 건수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대부분의 미성년자 결혼이 당사자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점도 법정연령 인상을 반대하는 논거를 이룬다.
‘세이브 더 칠드런’ (Save the Children)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 7초마다 한 명의 미성년자 신부가 탄생한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와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아동 결혼은 문화적이거나 종교적인 이유에서 치러진다. 11세에 결혼한 말라깽이 신부 존슨은 플로리다 주에서 최저 혼인허용연령을 정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온 가족이 보수적인 오순절 교회에 다니는 존슨은 그녀와 비슷한 나이의 다른 소녀들이 심심치 않게 결혼을 한다고 전한다. 물론 이들 대다수가 교회의 장로들에게 강간을 당한 피해자들이다. 존슨은 교회 목사와 교구민에게 연이어 강간을 당하고 열살 때 딸을 낳았다. 곧이어 교회 오빠에게 몸을 뺏겨 11세에 다시 임신을 하자 교회 장로들과 부모에게 등을 떠밀려 판사의 승인하에 억지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결혼생활이 “끔찍했다”고 털어놓았다. 공부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생활비가 모자라 늘 허덕여야 했으며 단 하루도 남편과 싸움을 벌이지 않는 날이 없었다. 남편이 정기적으로 가출을 했음에도 임신과 출산은 줄기차게 이어졌다. 그녀는 현재 9남매를 두고 있다.
존슨은 “결혼 후에 일자리를 잡을 수 없었고 차를 살수도 없었으며 면허를 따거나 전세 계약을 혼자 체결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며 “그런데도 그렇듯 어린 나이에 정부가 결혼을 허용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냐”고 항변했다.
초정통파 유대가정에서 태어난 언체인드 엣 라스트의 창립자 프레이디라이스는 “부모의 강압에 못 견뎌 나역시 19세에 결혼을 해야 했다”고 밝히고 “대부분의 어린 신부들이 가정학대에 시달리지만 셸터를 찾아가도 퇴짜를 맞거나 단순 가출자 취급을 받기 일쑤”라고 전했다.
텍사스의 학교 상담교사로 근무하는 린지 두엣도 14세 되던 해 보수적기독교 신자인 부모가 집에 들인 젊은 청년에게 수시로 강간을 당했다. 3년간 린지를 성노예처럼 부린 청년은 결국 그녀의 부모에게 둘의 관계를 털어놓은 후 선심 쓰듯 “따님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남편이 된 ‘야수’는 툭하면 체인 톱을 들이밀며“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등 폭력을 일삼았다. 린지는 혼자 힘으로 대학에 진학, 동급생들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졸업했고 일자리를 얻어 경제력을 확보한 후 남편과 이혼했다.
국무부는 한 공식문서에서 타국의 아동혼인 관습을 “명백한 인권학대”로 규정하고 “바로 이것이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이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남의 말 할 것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아동혼인 만큼이나 미국의 뉴욕과 플로리다에서 이뤄지는 미성년자 결혼 역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제 미국 땅에서 벌어지는 부적절한 혼인은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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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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