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대상 된 미술품’ 갤러리도 빈익빈 부익부
비중 커진 아트페어, 상품성 높은 유명작가 치중
개방성 사라지며 이머징 아티스트 설 땅 줄어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온 스텔라 레이스 갤러리. <사진 Kirsten Kilponen>
뉴욕의 로어 이스트사이드에 있는 온 스텔라 레이즈 갤러리는 2016년 4월에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공간을 4,500 스퀘어피트로 늘여서 더 야심찬 전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지하 공간에서는 퍼포먼스도 벌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약 1년이 지난 2017년 6월 이 갤러리는 폐쇄를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 뉴욕에는 이런 갤러리가 한둘이 아니다. 지난 2월 첼시에서 27년이나 갤러리를 운영해온 안드레아 로센은 웨스트 24가에 있는 전시장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마이크 웨이스 갤러리, CRG 갤러리, 로렐 기틀렌 갤러리, 머레이 가이, 캔사스, 포이어/메슬러, 리사 쿨리 등의 화랑들

온 스텔라 레이스의 업주 캔디스 매디가 폐쇄를 결정한 텅 빈 전시장에 서있다. <사진 Nathan Freeman>
이 최근 폐점한 곳들이다.
LA에서는 33년 업계의 베테런 화상인 마크 무어가 작년 12월 컬버 시티에 있는 갤러리를 폐업했고, 이번 달에는 20년 넘게 화단을 지켜온 애크메 갤러리가 문을 닫았다. 런던에서도 리몬셀로와 빌마 골드 갤러리가 최근에 셔터를 내렸다.
대형 기업들이 중소기업을 잡아먹는 현상이 예술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가고시언, 데이빗 즈워너, 하우저 & 워스 등과 같은 메가 갤러리들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중간 규모의 갤러리들이 사투를 벌여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미술시장이 심하게 상업화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많은 갤러리들이 폐쇄, 이전, 합병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저가 시장에 대한 서포트가 점점 없어지면서 작은 갤러리와 큰 갤러리 사이의 갭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다 첼시처럼 갤러리가 위치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아트페어들이 많아지는 것도 큰 요인이다. 요즘 콜렉터들은 아트페어를 돌아보고 거기서 작품을 구입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보통 갤러리들이 아트페어에 한번 나가려면 수십만달러의 비용이 들곤 하는 것이 현실이다.
콜렉터들은 이제 더 이상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신진 작가를 발굴하지 않는다. 소규모 혹은 중간급의 갤러리들이 소개하는 이머징 아티스트들에게 투자하기보다는 이미 주요 딜러들에 의해 상품성이 보장된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때로는 작품을 직접 보지도 않고 인스타그램이나 온라인 이미지만 보고도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통계가 이런 사실들을 그대로 증명한다. 아트 바젤-UBS 아트 마켓 2016년 리포트에 의하면 규모가 50만달러 이하인 딜러들은 판매가 7% 감소했고, 50~100만달러의 딜러들은 5% 하락했다. 반면 100~1,000만달러 규모의 딜러들은 7% 증가했고, 1,000만달러 이상 파는 갤러리들은 2% 성장, 5,000만달러 이상 움직이는 딜러들은 19%나 매상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갤러리들이 자꾸 문을 닫는 이유가 반드시 이런 경제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온 스텔라 레이스의 업주인 캔디스 매디는 “갤러리 사업이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가 돼버렸다”는 그는 자발적 즉흥성이나 개방성을 가졌던 미술계가 더 이상 아니라고 말했다.
매디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전시 사이클 때문에 작가들과 긴밀하게 일할 여유가 없고 다음번 쇼에는 뭘 전시할지, 아트페어에는 뭘 들고 나갈지를 논의하느라 늘 서두르고 실리적인 면에 치우치게 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25년 운영해온 갤러리를 지난 5월 정리한 CRG 갤러리는 미술품이 유동자산으로 변질된 것이 가장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공동대표 글렌 맥밀란은 “미술품이 투자 품목이 되고 국제적인 비즈니스가 되면서 엄청난 돈이 미술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우리 같은 소규모 화랑들은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화랑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과거에 토요일이면 관람객들이 줄을 이었는데 지금은 주말이고 주중이고 한산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었고, 거의 매달 열리는 아트페어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 화상들이 모두 화단을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렌트비가 좀더 저렴한 지역으로 옮겨서 작은 갤러리만이 할 수 있는 기능을 강화하려는 곳도 있고, 생존력 있는 화랑에 합류해 계속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고객들의 미술품 콜렉션에 자문을 제공하거나 사적인 공간에서 예약 손님만을 받아 작품을 거래하는 딜러로 변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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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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