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종위기에 처한 '맘-앤드-팝' 마켓
▶ 한때 타운 정착의 중심지

콜로라도 주 샌 루이스의 R&R 마켓을 48년 동안 운영해온 펠릭스와 클로디아 로메로 부부. 1857년 오픈한 이 잡화점은 콜로라도 주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로 알려졌는데 70대에 접어든 로메로 부부는 팔고 은퇴하길 원하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어 폐점 위기에 처해 있다.

-160년 전 개업 당시 R&R 마켓은 마을의 중심지였다.

샌 루이스는 콜로라도에서 가장 오래된 타운이다.
콜로라도 주 샌 루이스, 이 외딴 사막 마을의 메인 스트릿 위로 해가 올라오는 매일 아침, 펠릭스 로메로는 자신의 이층 아파트에서 낡은 나무 계단을 내려와 자신의 아래층 식품점으로 간다.
그는 군데군데 페인트칠이 벗겨진 파란 문의 자물쇠를 열고, 불을 켠 후 청소를 시작한다. 1857년 이후 그의 가족들이 매일 해 왔듯이.
그러나 주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인 샌 루이스에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세워진 주 전체에서 가장 오랜 된 비즈니스인 이 R&R 마켓은 폐업의 위험에 처해 있다. 이곳뿐이 아니다. 동부의 메인 주에서 서부의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시골지역 식품점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미 전국에 걸쳐 동네 가게인 ‘맘-앤드-팝’ 마켓들은 소도시 비즈니스 중 가장 멸종위기에 처한 직종에 속한다. 미네소타에선 2000년 이후 비도심지역 식품점의 14%가 폐업했다. 캔자스에선 시골마켓의 20% 이상이 지난 10년간 사라졌으며 아이오와에선 1995년과 2005년 사이 식품점의 절반이 문을 닫았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곡창지대를 ‘식품 사막’(신선한 음식을 구매하기 어렵거나 그런 음식이 너무 비싼 지역을 뜻하는 신조어)으로 바꿔놓고 있는 ‘위기’라고 캔자스 주립대학의 데이빗 프록터 교수는 말한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수많은 난제에 직면한 농촌지역에서 지역경제 기반을 침식하고 있는 식품 접근 문제에 관해 집중 연구하고 있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에서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던 곳의 폐업은 그저 아쉬워하고 서운해 하는 일 정도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다른 마켓이 40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목장 마을 샌 루이스에서 R&R 마켓의 폐업 위협은 커뮤니티의 생존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로메로와 아내 클로디아는 지난 48년 동안 빵과 타말레 가루, 기저귀와 낚싯대, 약과 목장용기구 등을 팔며 주 7일 쉬지 않고 이 가게에서 일해 왔다. 이제 70대에 접어든 로메로 부부는 정말 간절하게 가게를 팔기 원한다.
문제는, 동네 식품점 운영이 고위험 비즈니스가 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2018년 예산안이 푸드스탬프와 작은 식품점 위한 비즈니스 대출 등 농촌지역 지원 예산 수십억 달러 삭감을 촉구한 요즘, 구매자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백악관은 미래 세대위한 부채를 줄이기 위한 플랜이라고 하지만 민주·공화 양당은 모두 농촌 지역에 미칠 영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샌 루이를 방문하면 극단적 환경에도 불구하고 끈기 있게 버티어온, 마치 하나의 다른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다.
뉴멕시코와의 접경 바로 북쪽 인구 645명의 이 마을 주민 대부분은 갈레고, 몬드라곤, 로메로 등 서부개척의 어려운 시대에 이곳으로 들어 온 멕시칸 정착민들의 후손이다.
마을에선 아직도 선조들의 스패니시가 사용되고, 주변에는 정착민들이 손으로 판 개천의 물로 키웠다는 알팔파 들판이 펼쳐져 있다. 연 강수량이 몇 인치에 불과한 고지대 사막 마을로 은행도 없고 개스관도 들어오지 않았으며 전기는 몇 시간씩 끊어지기 일쑤다.
R&R마켓은 1857년 로메로의 고조부인 호세 다리오 갈레고라는 상인이 지어 개업했다. 곧 마을의 중심지가 된 마켓은 이후 갈레고의 후손들이 채소와 콩, 칠리 등으로 선반을 채워가며 운영해 왔다.
농사와 메인 스트릿에 새로 생긴 두 곳의 마리화나 가게 외엔 일자리가 없는 이 마을 주민의 대부분은 가난하다. 주민의 3분의1, 아이들의 3분의 2가 빈곤층이다. 카운티 주민의 30%가 받는 푸드스탬프가 이곳에선 현금으로 통한다.
로메로 부부의 R&R 마켓은 외상으로 식품을 주고, 영세와 장례 물품들을 공급하며, 첵캐싱을 해주고, 사냥 라이선스를 발급하며 로컬 택스를 낸다. 그러나 이젠 지쳤다며 이들은 은퇴를 고대하고 있다.
“클로디아와 난 이 마켓을 하느라 우리 삶을 포기해 왔어요. 내가 오랜 가문의 전통을 깨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여기서 남은 인생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71세의 로메로는 자신이 쓰고 있는 소설도 마치고 싶다고 했다.
전국의 작은 마켓들도 유사한 난관에 직면해 있다. 현재 소유주들은 대부분 은퇴연령에 도달했으나 마켓을 인수하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윤폭이 너무 적다. 보통 1~2%에 불과하다. 소비자 기반은 줄어들고 운영비는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전국식품협회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개인소유 마켓의 4분의 1이 손실을 보았다.
혹 누가 인수하기 원한다 해도 매입은 거의 불가능하다. 위험부담 높은 비즈니스인데다, (샌 루이스 마을 주민 상당수가 그렇듯이) 가난하면 은행이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최근 일부 커뮤니티에선 동네 식품점 살리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콜로라도의 월시, 캔자스의 아이올라, 아이오와의 아니타 마을 등에선 실제로 협동조합이나 민관 파트너십 형태로 동네 식품점을 살리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로메로 부부에겐 두 아들이 있지만 각자 제 직업이 있어 마켓 운영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조카들에게도 권해 보았지만 모두 고개를 저었다. 로메로도 이젠 가업인 마켓이 자기 손에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래도 이웃 주민들이 가게 옆을 지나갈 때면 문에 기대 선 로메로는 으레 묻는다. “가게 살 생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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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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