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성 마르타’마을 연례축제
▶ 지난 1년간 구사일생 주민들 관 속에 누워 모의 장례 행진

지난 주말 필라 도밍게즈 뮤노즈와 8명 주민이 담긴 관들을 운구하는 행진이 성 마르타 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뮤노즈는 “성 마르타님 덕에 내 딸이 다시 걷게 된 것”을 감사하기 위해 자신의 모의 장례를 치르며 죽음을 체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마르타 마을의 묘지를 찾은 주민들.
지나 토요일, 스페인 북서쪽 갈리시아 지방 작은 마을 산타 마르타 데 르바르테메의 조그만 교회에서 필라 도밍게즈 뮤노즈는 옷매무새를 바로 잡고, 선글라스를 낀 후 관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딸 우시아는 관을 옮기는 사람들이 어머니가 누운 관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을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았다. 그러나 뮤노즈 자신은 관 행렬이 브라스밴드에 맞춰 거리를 행진하는 동안 상당히 평화롭게 쉬고 있는 듯이 보였다.
어쨌든 그녀는 완벽하게 살아 있고 그녀의 딸도 살아 있지 않은가. 그것이면 된 것이다!
인구 수 백 명의 성 마르타 마을에선 매년 7월29일에 종교 축제인 특별한 ‘장례의식’이 열리는데 뮤노즈는 금년에 장례 체험 당사자로 참여한 9명 주민 중 하나다.
좀 으스스하게 보이긴 하지만 이 페스티벌은 지난 한 해 동안 죽음의 문턱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들에게 축하를 보내며 감사하는 행사다. 의식은 지역 교구의 가장 중요한 성인인 성 마르타를 기리는 축일에 치러진다. 마르타는 예수가 그 집을 방문해 죽음에서 되살려낸 나자루스(나사로)의 여동생이다.
“우릴 정신 나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알지요. 몇 년 전 내가 참여하겠다고 했을 때 우리 어머니도 그랬으니까”라고 이전엔 자신의 모의 장례를 치렀고 금년에 관을 옮기는 사람으로 참여한 카리나 도밍게즈는 말했다.
일부 참여자는 심한 사고나 질병에서 살아난 후 죽음 체험에 자원하고, 어떤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척을 구해준 것을 성 마르타에게 감사드리기 위해 참여한다.
뮤노즈는 2년째 연속 참여하고 있다. 뼈가 부서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는 딸 우시아의 건강이 호전된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리고 싶어서다.
“작년 행진 때 나는 관 속에 누워있었고 두 발목이 부러진 우시아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요. 그런데 성 마르타님 덕분에 올해엔 내 딸이 저렇게 걷고 있습니다”라고 뮤노즈는 감사해 했다.
중세부터 시작되었다는 장례 행진은 지역 마녀들의 병을 고치는 신통력에 대한 설화가 풍부한 갈리시아 지역의 이교도 풍 종교적 열기의 한 단면이다. 이 마을의 페스티벌이 좀 독특하고 이례적이긴 하지만, 프랑스의 루드르, 포르투갈의 파티마를 비롯한 전 세계의 주요 가톨릭 순례지의 핵심 테마도 이곳과 마찬가지로 신체적·정신적인 병을 고치는 ‘치유’다.
타운홀 관리인 호세 멘데즈는 이 축제가 “죽음을 이긴 삶의 승리”를 기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제의 유례는 불분명하지만 아마도 이 마을이 가난하고 소외된 것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20세기까지 봉건사회였던 이곳 주민들은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을 길이 없어 신앙과 신통력이 있다는 치유자들에게 의존했었으니까요”
요즘은 순례지로 이름나면서 방문객들이 늘어나 관광 행사에 대한 공공 보조금을 받고 스페인 공식 축제의 하나로 공인받는 로비까지 벌이고 있다.
금년엔 마을 교회가 처음으로 관 대여비로 개당 100 유로를 받아 일부 참여자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사제인 알폰소 베사다는 행진 참여를 종교적 믿음이 아닌 그저 민속놀이로 생각하는 날라리 참여자를 솎아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구원을 받기 위해선 “장례 의식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미사에 참가하고 고해성사를 해야 한다”고 사제는 말했다.
죽음 체험 행진을 마을 주민 전체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살아있는 시신’을 지켜보는 것이 불편하다고 털어 놓았다. “난 순례의 모든 것을 좋아하지만 저 관들은 아닙니다…하나님도 저렇게까지 원하신 것은 아니라고 난 확신합니다”라고 은퇴자인 호세파 도밍게즈는 말했다.
행렬 자체는 인상적이라는 그래픽 디자이너 베르나르도 알론소는 “누구나 제각기의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저렇게 관 속에 눕기까지 하려면 아마도 대단히 절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진이 시작될 무렵 가랑비가 그치고 뜨거운 여름 태양이 내려 쪼이기 시작했다. 관 속에 누운 ‘살아있는 시신들’은 제각기 강렬한 햇살을 피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했다. 우산을 쓰기도하고, 미니 선풍기로 땀을 식히는 가하면 하얀 파나마모자 속으로 얼굴을 감추기도 했다.
행진을 마치고 관들이 교회로 돌아온 후 ‘시신들’은 관 밖으로 튀어나와 굳어진 팔다리를 흔들며 연신 땀과 눈물을 닦아냈다. 그중 한 사람 마르코스 로드리게즈(38)는 6살짜리 아들 니콜라스를 안아 올리며 “이제 정말 안심된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아빠가 왜 계속 울어대는지 어리둥절해 하는 아들 니콜라스는 지난 해 7월29일 뇌수술을 받았다. “만약 내 아들을 살려주신다면 성 마르타님께 감사드리겠다고 맹세했었다”는 로드리게즈는 이제 성공적으로 회복한 어린 아들을 보며 “그때 생각이 나서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 같은 끔찍한 일이 또 닥친다면 물론 나는 다시 이 죽음 체험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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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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