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영부인 공식지위’ 추진에 20만명 반대서명…여론 싸늘
사무실·직원·경호원·연간 53만달러 가량 별도예산 배정 추진
“국방예산·지방교부금 삭감하더니”…대통령 지지율 급락세도 큰 부담
최근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부인에게 공식지위를 부여하겠다던 대선 공약을 지키려다 역풍을 맞았다.
7일 온라인 청원 사이트 ‘change.org’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짓 여사에게 공식 역할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하는 청원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19만1,000명이 참여했다.
자신을 ‘화가이자 사회참여 시민’으로 소개한 티에리 폴 발레트 씨는 “공공예산으로 영부인을 지원할 어떤 이유도 없다”면서 “브리짓 마크롱은 현재도 2∼3명의 참모와 2명의 비서와 2명의 경호원을 두고 있는데 이 만큼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국방예산과 지방교부금을 삭감하는 등 긴축재정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영부인의 대외활동에 예산을 추가로 들이는 것은 국민 정서에도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회의원과 각료의 가족을 보좌관으로 채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통과된 상황에서 영부인에게 공식 역할 부여하는 논의는 여론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영부인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해 공식적인 지위를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하겠다고 공약했었다. 단, 국민의 세금으로 영부인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프랑스에서 영부인에게 공식 역할을 주는 것에 대한 논란은 지난주 의회에서 의원과 각료가 보좌관으로 가족을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불붙었다.
강경좌파 소수정당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소속 의원들이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도 급여나 수당이 지급되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법에 넣자고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실제로 이 주장이 관철되지는 않았다.
대통령의 부인에게 ‘영부인’(first lady)이라는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미국과 달리 현재까지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공식 역할이나 직함은 없다. 다만, 의전 차원에서 대통령의 외국 순방 시 동행하는 정도의 수동적 역할에 그쳤다.
영부인의 공식지위가 인정되면 브리짓 여사에게는 사무실과 직원, 경호원 등이 추가로 배정되고 이를 위해 연간 45만유로(약 53만달러)가량의 별도예산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동거녀였던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의 경우, 비서 등 5명의 보좌진을 두고 이들의 급여로 월 1만9,000 유로(약 2만2,000달러) 가량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눈에 띄는 대외활동은 거의 없었다.
반면에, 남편의 후보 시절부터 공식 무대에 빠짐없이 함께 등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브리짓 여사는 남편의 당선 이후에도 교사 경력을 활용해 교육·여성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대외활동에 나서고 있다. 브리짓은 이미 고교시절 자신의 제자였던 25세 연하의 마크롱과 결혼한 스토리로 남편의 후보시절부터 전 세계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청원 참여자가 20만명에 육박하는 등 영부인의 공적 역할 부여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어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고민이다. 최근 유거브 여론 조사에서 마크롱의 지지율은 36%로 한 달 전보다 7%나 빠지는 등 역대 대통령들의 같은 시기 지지율 중에서도 최저수준을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브릿지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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