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올리언스= AP/뉴시스]뉴올리언스 시의 결정에 따라 올 5월19일 시내 리 서클 광장의 높이 30미터짜리 로버트 리 장군 동상이 철거되는 광경. 20세기 초에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남부동맹 재건운동에 의해 곳곳에 세워진 리 장군 동상과 기념물들은 미국사회 구성원의 인구비의 변화에 따라 퇴출 압력을 받으며 찬반 시위대의 충돌도 곳곳에서 일어났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폭력시위 대결과 차량 돌진 범죄의 중심에 놓여있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 동맹의 영웅 로버트 E. 리 장군의 동상 철거 문제가 리 장군의 생애에 대한 관심과 영웅에서 인종주의 상징으로 전락하게 된 시대적 변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리 장군 동상 문제야 말로 미국 사회의 인종, 신화, 남북전쟁 이후 수백년간의 사회 분위기 변화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20세기 초에 건립된 리 장군의 기념비, 동상, 학교와 시설에 붙인 이름이 인구통계학적으로 사회구성원의 비율이 변화한 미국에서 사회적 재검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AP 통신의 인종 · 민족 팀은 이와 관련해 리 장군은 누구이며 그를 기리는 기념물과 동상은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자료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군인 리 장군》
미국 독립전쟁의 영웅인 "라이트 호스 해리"(Light-Horse Harry) 헨리 리 장군의 아들로 태어난 로버트 E. 리 장군은 웨스트 포인트를 졸업하고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남북전쟁이 일어나고 상관인 윈필드 스코트 장군이 남부동맹군과 싸우라며 남부진압 사령관 직위를 제안하자 그는 고향 버지니아주와는 싸울 수 없다며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남부 동맹의 지휘관이 되어 싸웠다.
대부대의 지휘 경력이 없었던 그는 고전했지만, 남부 장군으로 승전과 패전을 거듭하며 자리 잡았다. 가장 유명한 패전은 게티스버그 전투이다. 역사가들은 단발 소총 시대에 넓게 트인 평원에 대부대를 이끌고 포진한 그의 어이 없는 전략적 실패를 참패의 원인으로 꼽는다.
남부군 총 사령관이 된지 불과 몇 주일만에, 리 장군은 1865년 4월9일 버지니아 주 법원에서 북부군 사령관인 율리시스 그랜트 장군에게 정식 항복했다.
《 노예 소유주 리 장군 》
직업군인인 리 장군은 모친에게서 노예 몇 명을 유산으로 받은 것 외에는 재산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버지니아주 최대의 노예 소유주인 알링턴의 커스티스 가문의 딸과 결혼해 재산을 모두 물려받았다. 장인이 죽었을 때에는 휴가를 내서 혼란에 빠진 처가의 영지에 가서 해방을 기대하고 있던 노예들의 저항에 부닥쳐야 했다.
역사 자료에 따르면 리 장군은 노예들에게 가혹한 사람이었고 가문의 노예감독들에게 탈출하다가 붙잡힌 노예들에게 심한 매질을 하도록 시켰다고 한다. 1856년에 쓴 한 편지에서는 노예제도가 "도덕적, 정치적으로 악"이라고 썼지만 그러면서도 같은 편지에서 노예해방은 하느님도 책임을 져야할 사안이며 흑인들은 아프리카에 있을 때 보다 미국에 와서 더 잘살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남부 동맹의 상징 리 장군 》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 리 장군은 남부에서 자신을 기려 기념비를 세우려는 움직임에 반대했다. 미국은 남북전쟁을 뛰어넘어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사망 후 남부 재건운동을 펼치던 사람들은 리 장군을 남부동맹의 상징이자 중심 인물로 내세웠다. 남부인들은 지는 전쟁인 줄 알면서도 대의를 위해 싸웠으며 남북전쟁은 노예제도를 두고 싸운 게 아니라 더 높은 헌법적 가치를 위해 싸웠다는 명분도 내 세웠다.
패배한 대의를 주장하는 이런 주장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를 주장하는개인과 단체들은 리 장군의 지휘관으로서의 무능과 노예소유주라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그를 우상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1920년대 백인들의 흑인 테러단체 큐클랙스 클랜(KKK)단의 재활약과 인종차별에 입각한 흑백 분리법의 통과시기에 기념사업과 그의 동상 건립이 성행했다.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의 리 장군 동상은 1924년 세워졌고, 1년 뒤에는 미 하원에서 알링턴 국립묘지 부근의 리 장군 저택의 복원 경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조폐국은 리 장군을 기리는 동전을 내놓았으며 우표에도 사진이 실렸다. 북군과 북부 연방정부에서는 에이브람 링컨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그만큼의 영예를 누린 인물이 없다.
《 리 장군 추모에 대한 사회적 변화 》
흑인 민권운동이 시작된지 한 세대가 지났을 때부터 미국의 흑인과 라틴 계 국민들은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동맹 기념물과 동상들을 철거하도록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 뉴올리언스, 사우스 캐롤라이나, 휴스턴 같은 곳들이 대표적이다.
이런 반 남부동맹 운동의 근거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남부 동맹의 깃발이나 이미지를 이용했다는 점과 역사가들이 과연 실패한 남부동맹의 이념을 숭상하는 게 합법적인지 의문을 제기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뉴올리언스 시 위원회는 2015년 표결에 의해서 시내에 있는 남북전쟁 기념물 4 개를 철거하기로 결정했고 그 중 마지막으로 리 장군 동상을 철거했다. 휴스턴시 교육청도 로버트 리 고등학교의 학교명을 변경하기로 표결했다. 이 학교는 대다수 라틴계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있어 학교 이름을 마가렛 롱 위스덤 고교로 변경했다.
버지니아주 샬러츠 빌에서도 시 위원회에서 올해 시립공원 내의 리 장군 동상 철거를 결정했지만 이에 대한 반대파들의 법정소송이 잇따르며 철거가 연기되어왔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기존의 백인 우월주의 세력 뿐 아니라 리장군과 남부 동맹을 존경한다는 신 나치 극우파들까지 가세했다. 결국 이들이 이번에 반대파 맞불 시위대를 향한 차량돌진 범죄까지 자행하면서 최소 3명이 죽고 수십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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