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촌은 선거중
▶ ‘쿠르디스탄’ 건설 이뤄지나

올 3월 터키 남부 지역에서 열린 쿠르드족 전통 축제에서 쿠르드 전통 의상을 입은 아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더 이상 적합한 시점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최적기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합니다.”세계 최대 규모의 소수민족이 누구인지 그 정체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2,500만~4,000만명으로 추산되는 거대민족이자 고유 언어도 갖고 있지만 변변한 국가 없이 중동 4개국을 중심으로 흩어져 살고 있어‘ 소수민족’인 이들.
소수민족으로 불리면 그나마 다행이고,무장조직 활동이 활발해 반군 또는 테러리스트 딱지가 더 자주 붙는다. 이러한 쿠르드족이 오는 25일(현지시간) 분리독립을 위해 12년만에 이라크 일부 지역에서주민투표를 실시한다.
문제는 쿠르드족 독립 투표를 순수한눈으로 바라보는 이 또한 없다는 점이다.
당장 영토를 잃을 수 있는 이라크뿐 아니라 자국 쿠르드족의 동요를 우려하는 터키ㆍ이란,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전선변화를 불안해 하는 미국 모두 일찍이 반대 대오를 갖췄다. 때문에 독립 실현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번 투표가 분리독립자체보다는 이해 당사국에 대한 협상력확보를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치ㆍ경제ㆍ외교 모두 불안… 왜 지금인가이른바 ‘쿠르디스탄(독립시 국가명칭)’주민투표를 위한 캠페인이 시작된 5일 투표 예정지역인 이라크 북부에서는 첫날부터 유세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상지역은 KRG가 군사ㆍ외교 등 폭넓은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도후크ㆍ아르빌ㆍ술라이마니야 등 3개주와 쿠르드계 주민이많은 키르쿠크주, 니네베주 일부고, 유권자는 500만여명이다. 현지 매체 루다우에 따르면 수도 격인 아르빌에는 새벽부터 독립 찬성론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마치 독립기념일이라도 된 듯 “9월25일”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하지만 쿠르드 주민의 기대와 자치정부의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KRG의 현상황은 어느 측면에서나 위태롭다. 우선바르자니 수반의 좁은 정치적 입지가 최대 걸림돌이다. KRG의 양대 정당 중 하나인 쿠르드민주당(KDP) 대표로서 2005년 자치정부 수반이 된 바르자니는 지난2015년 8월 지역 의회가 두번째 임기 연장을 거부했음에도 자의로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의회는 이후 현재까지 활동을거부하고 있다. KRG의 군사조직인 페슈메르가 역시 KDP당과 쿠르드애국동맹(PUK)당 계열로 분열돼 충성도가 약하다.
이에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쿠르드족 내부에서도 (정치권) 단합을 이루기전 독립 추진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거세다”며“ 이번 투표를 KDP가 11월 총선을 앞두고 애국심 캠페인을 위해 깔아둔포석으로 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쿠르드 지역은 경제적으로도상당히 불안한 상태다. 페슈메르가는 미국 주도 연합군의 IS 격퇴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음에도, 자치정부의 예산 부족으로 수개월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쿠르드 지역에 키르쿠크주 등 유전지대가 집중돼 있긴 하나 송유관을 통제하는 이라크 정부의 대금 미지급, 저유가 위기 등으로 인해 돈줄이 끊겼다. 더욱이 키르쿠크주의 경우 비(非)쿠르드족 주민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 아랍계, 투르크만 의원들을 중심으로 투표 거부 운동도일고 있다.
외교적 고립은 말할 것도 없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모하마드 호세인 이란군 참모총장은 지난달 면담을 갖고“ KRG의 독립투표는 이라크 내 갈등을 유발해 지역 전체에 부정적결과를 남길 것”이라는 입장을 공유했다고 이란 관영 IRNA통신은 보도했다. 미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바르자니 수반을 직접 만나 투표 철회를 요청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라크 전문가 주스트힐터만은 “아랍, 투르크만, (이슬람) 시아파 주민들이 (수니파 쿠르드족 독립에) 저항할 것은 자명하고 이라크 정부가 이란의 지원을 받아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협상 전략?‘ 몸값’ 떨어지기 전 최적기하지만 현 상황을 종합하면 역설적이게도 지금이 KRG가 투표를 추진할 수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결론이 나온다. 독립투표의 목적이 사실상 국가 건설보다는 미국ㆍ이라크에게 각 경제 원조와 자치권을 추가로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 마련에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이번 투표의 동기를 이해하기 한층 쉽다. 이 경우 KRG로서는 가능한 한 협상 카드가 많아야 하는데, 최근 대IS 전투가 점차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KRG도 자신들의 역할이줄어들까 조급해진 것. IS는 실제 이라크모술, 시리아 락까 등 주요 거점을 점차잃으며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다.
최근 KRG 수뇌부와 미국 정부간 잦은 접촉은 이 같은 가정을 더욱 두텁게만든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미 국방부가 페슈메르가 대원 임금을 위해 KRG에 지원해 온 2,200만달러 상당의 기금이 이번달로 만료된다. 국방부가올해 4월 약속한 무기 등 3억달러 규모의지원은 아직 이행도 되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군사지원을 투표와 연계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나, 매티스 장관과 조지프 보텔 미 중부사령부 사령관 등이 지난달에만 두차례 바르자니 수반과 회동한 점으로 보아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일 것이라는게 포린폴리시 등 여러 외신의 관측이다.
쿠르드 주민들의 계속되는 독립 열망그럼에도 모든 정세를 차치하고 나면쿠르드 주민들이 오랜 기간 지녀온 독립열망이 보인다. 페슈메르가의 IS 격퇴전에남녀 구분 없이 수많은 쿠르드 청년들이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쿠르디스탄 아메리카대학교 연구팀의 설문조사(2,339명 대상)에서 페슈메르가 대원의 73%가 참전 목적을 묻는 질문에“ 쿠르디스탄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라크를 벗어나 터키ㆍ시리아 등에 걸친 쿠르드족 영토 전체를 수호하기 위해 전투에 임한다는 응답도 8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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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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