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회 가을음악회 900여명 성황…김유진ㆍ전승철도 출연
‘세계 3대 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서혜경은 역시 달랐다.
이번이 시애틀에서의 첫 연주는 아니었지만 지난 21일 밤 워싱턴대학(UW) 미니홀에서 열린 워싱턴주 음악협회 ‘제40회 가을음악회’에서의 리사이틀은 그녀가 또다른 모습으로 여전히 건재함을 여지없이 확인시켜줬다. ‘로맨틱 피아니스트’인 서혜경이 펼치는 건반 위에서 시애틀이 그야말로 ‘황홀경’에 빠졌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900여명의 한인들이 찾아 성황을 이룬 가운데 펼쳐진 이날 서혜경 콘서트에서의 압권은 앵콜곡에서 나왔다.
연주가 끝난 뒤 관객들의 끊임없는 박수로 3번째 앵콜 연주에 나선 서혜경은 “어렸을 적 엄마가 무서운 ‘타이거 맘’이었다”면서 “마치 한석봉이 어둠에서 붓글씨를 쓴 것처럼 불을 꺼놓고도 완벽하게 피아노를 칠 정도로 연습을 시켰다”고 회상한 뒤 공연장 불을 꺼놓고 연주를 해보겠다고 나섰다.
공연장에 불이 꺼져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그녀는 쇼팽의 ‘녹턴’을 그야말로 감미롭게 흘려보냈다. 뉴욕타임스가 “가장 아름다운 연주였다”고 호평을 했을 만했다.
가을음악회 2부 순서로 단독 연주에 나선 서혜경은 우선 드뷔시의 ‘기쁨의 섬’과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등 두 곡을 연주했다.
두 곡 모두 피아노 건반을 통해 그림 슬라이드나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를 정도였다. 특히 서혜경 특유의 빼어난 곡해설에 이어 펼쳐진 피아노 연주는 관객들에게‘음악을 통해서도 머리 속에서 그림이 그려진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줬다.
그녀의 연주를 보는 동안 관객들은 “피아노 연주가 손가락으로만 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온몸으로 치는 것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연주가 끝난 뒤 계속되는 앵콜 요청은 그녀는 슈만이 클라라에게 바쳤던 ‘헌정’과 쇼팽의 ‘즉흥환상곡’은 연주한데 이어 마지막으로 어둠 속 연주로 쇼팽의 ‘녹턴’까지 3곡을 추가로 선물했다.
서혜경의 연주회로 다소 빛을 바랬지만 가을음악회 1부도 멋진 가을밤의 공연이었다.
음악협회 김무웅 회장과 협회 이사인 김경곤 변호사가 공동으로 사회를 맡은 가운데 에버그린합창단이 첫 무대를 장식했다.
해가 갈수록 기량이 향상되고 있는 에버그린합창단은 UW음대 박사 출신인 변효경씨의 지휘로 ‘꽃파는 아가씨’란 한국 가곡과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가운데 아리아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구성지게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올해 청소년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안예진양이 차이코스프스키가 유일하게 썼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자유로운 소나타형식인 D장조 Op35 ‘Finale’를 연주했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 경력을 가진 안양의 연주는 프로 연주가 못지않은 기량을 선보여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음악협회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한 명인 소프라노 김유진씨와 LA에서 활동중인 테너 전승철씨도 한국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 등으로 가을이 시작된 이날 시애틀의 밤을 아름다운 선율로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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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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