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생과학-스마트 선글라스 ‘글라투스’, 수면패턴·실내공기·눈깜빡임 3단계로 인지, 졸음을 경고
▶ 안경다리 앞쪽 좌우에 센서, 자외선 지수 실시간 측정...30분 이상 노출땐 대피 경고
주변 밝기 따라 0.1초만에 전기방식 렌즈 색깔 변화...터널에 들어가면 밝아져

스마트 선글라스 ‘글라투스’의 안경다리에는 자외선 지수와 빛의 밝기 등을 실시간 측정하는 다양한 센서가 내장돼 있다. 그리고 안경다리 뒤쪽은 일반 안경처럼 말랑말랑한 형태여서 얼굴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이노션 제공]

글라투스 프리미엄 모델은 어두운 실내에서는 렌즈가 밝아지고, 햇빛이 강한 야외에서는 렌즈가 어두워지는 등 실시간으로 렌즈 색깔이 바뀐다. [이노션 제공]
자동차 운전대를 잡고 있는데 자꾸 눈이 감긴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뒤 껌을 씹고 음악을 크게 틀어놔도 별 소용이 없다.‘졸리면 제발 쉬어가세요’라는 안내 표지판이 눈앞을 휙 스쳐 지나간다.‘딱 30분만 졸음쉼터에서 쉬었다 갈까’하는 마음이 생기다가도‘조금만 더 가면 도착인데’라는 생각에 다시 운전대를 고쳐 잡는다. 그러나 굳센 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눈은 또 감긴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건‘눈꺼풀’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이때 어디선가“지금 졸음운전 위험이 있으니 빨리 휴식을 취하라”는 경고 알람이 나온다면? 대부분의 운전자는 아무리 급해도 잠시 쉬었다 가는 쪽을 택하지 않을까. 현대차그룹 계열 종합광고회사 이노션이 만든‘글라투스’는 이런 졸음운전 경고 기능을 갖춘 스마트 선글라스다. 장시간, 장거리 주행에 따른 졸음운전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7%인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성인 남성이 소주 2병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니 선글라스가 아찔한 만취 운전을 막아주는 셈이다.
■졸음운전 기미가 보이면? 옐로 카드
글라투스는 운전자의 졸음운전 가능성을 3단계 과정을 통해 인지한다. 먼저 글라투스와 연계된 애플리케이션(앱)이 휴대폰의 다양한 센서를 이용해 수면시간을 파악한다.
빛 감지 센서가 불이 켜져 있는지 여부를 체크해 잠든 시간을 계산하고 움직임을 측정하는 자이로 센서는 뒤척임 등의 동작으로 수면의 질이 어떤지 판단한다.
수면시간이 평소보다 짧거나 수면시간이 충분하더라도 수면의 질이 낮으면 앱은 다음 날 오전 1차로 ‘수면부족’ 경고를 준다. 이노션에 따르면 이 앱은 수면시간의 경우 99%, 수면 질은 80% 안팎의 정확도를 보인다고 한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 글라투스는 차 안의 공기 질 파악에 들어간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져 산소가 부족해지면 졸음이 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차량 청결도 등에 따라 초기 이산화탄소 농도가 다르므로 센서는 이산화탄소의 절대적인 수치 뿐 아니라 상대적 수치까지 고려한다. 운전 초기에 비해 지속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면 글라투스에서 “창문을 열고 환기하라”는 음성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보는 건 운전자의 눈 깜빡임 속도다. 사람마다 눈을 깜빡이는 특징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졸음운전의 경우 눈을 감았다가 뜨는 속도와 유형이 평소와 확연히 다른데 글라투스에는 이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다. 이런 눈 깜빡임이 반복되면 글라투스가 경고 음성을 내보낸다. 글라투스를 개발한 이노션 넥스트 솔루션 본부의 백현정 부장은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면 그땐 이미 늦은 것”이라며 “졸음운전을 유발할 수 있는 각종 환경요소를 감지하고 알려줘 졸음운전을 미리 예방하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강한 햇빛도 터널도 문제 없다
글라투스에는 자외선 지수와 조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센서도 탑재돼 있다.
포털사이트나 앱에 있는 자외선 측정 프로그램 대부분은 여러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외선을 예측하는 시스템이라 정확도가 떨어진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외선 측정기를 구매해 배낭이나 열쇠고리에 달고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자외선 센서가 평면 장치에 부착돼 있기 때문에 계속 움직이는 해의 각도를 모두 반영하기 힘들다.
글라투스는 기존 자외선 센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안경 특유의 구조를 최대한 활용했다. 글라투스 자외선 센서는 ‘템플(temple)’이라 불리는 안경다리 앞쪽에 좌우 하나씩 들어 있다. 이 센서는 측면에서 상단으로 이어진 ‘기역자’로 꺾인 형태다. 측면에만 센서가 있으면 태양이 정중앙에 떠 있을 때 자외선 지수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좌우 센서가 연결된 듀얼 시스템이라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더 정확한 수치를 취합한다. 백 부장은 “안경다리의 여러 위치에 자외선 센서를 놓고 수많은 실험을 했다. 해가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질 때까지 다양한 각도의 자외선을 감지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노션은 이 기술의 특허 출원을 마쳤다.
자외선 지수는 국제표준에 의해 낮음(지수 범위 0~2)부터 보통(3~5), 높음(6~7), 매우 높음(8~10), 위험(11이상) 등 5단계로 구분되는데 글라투스는 보통 단계부터 사용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경고를 했는데도 15~30분 이상 지속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면 “화상 위험이 있으니 대피하라”는 음성이 나온다.
산악지대가 많은 지역을 운전할 때는 수많은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선글라스를 썼다 벗었다 반복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아예 선글라스를 벗어놓는다는 사람이 많다.
글라투스는 일반 모델과 프리미엄 모델 두 종류인데 프리미엄 모델의 경우 이런 불편함도 해결해준다. 바깥에 있다가 실내로 들어갔을 때 자동으로 렌즈가 밝아지거나 반대로 차량이 터널을 통과한 뒤에는 곧바로 렌즈가 다시 어두워져 자동으로 시야를 최적화 해주는 기능이다.
변색 렌즈를 장착한 선글라스가 시중에도 있지만 대부분은 렌즈 색깔이 마치 염색되듯 서서히 밝아졌다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렌즈를 덮고 있는 분자들이 빛의 밝기에 따라 변하는 화학적 변색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색깔이 바뀌는데 짧게는 10~30초, 길게는 10분 이상 걸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터널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에 비해 글라투스는 ‘스마트 리액션’이라는 불리는 전기 방식을 택했다. 선글라스에 내장된 센서가 주변 밝기를 인지한 뒤 그에 맞게끔 0.1초 안에 렌즈 색깔을 바꿔준다. 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많이 지나는 미국, 유럽의 운전자들에게도 크게 호평을 받은 기술이라고 한다.
■일반 선글라스처럼 쓴다
스마트 글라스의 시초는 2013년 구글이 선보인 ‘구글글라스’다. 구글글라스는 렌즈 앞에 달린 초소형 모니터를 통해 검색, 촬영, 이메일 확인 등을 할 수 있는 기기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방대한 기능을 담았고 비싼 가격(1,500달러), 사생활 침해 논란까지 겹쳐 상용화에 실패한 채 일부 산업 현장에서만 사용되고 있다.
반면 글라투스는 가볍고 착용이 편리하다. 글라투스의 무게는 36g으로 일반 선글라스와 비슷하다. 처음 안경을 맞출 때 안경다리 뒷부분을 휘었다 폈다 하며 착용자 얼굴에 최적화하는 과정을 ‘프레임 피팅’이라 하는데 글라투스는 프레임 피팅도 가능하다. 각종 센서가 안경다리 앞쪽에 내장돼 있어 뒤쪽은 일반 안경처럼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 부장은 “기존의 스마트 글라스나 선글라스는 기술 구현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무거운 데다 착용도 힘들어 일상에서 쓰기 힘들다는 불만이 많았는데, 글라투스는 자외선 차단과 운전 보조 역할이라는 선글라스 본래의 기능에 충실했다. 혁신적인 기술보다 삶에 녹아 드는 기술의 편리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글라투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판매된다. 일반 제품은 295달러, 프리미엄 제품은 355달러다. 한국내에는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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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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