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주위에 있는 분들로부터 ‘반일(反日)운동 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하는 질문을 받는다. 한민족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반일운동이 요즘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 불안하게 보일정도로 부정적 모습으로 비치고 있음을 볼 때 부끄럽고 생뚱맞다.
여기에 더하여 반일운동을 마치 좌파적 입장을 지닌 사람들이 근거 없는 감정이나 이념적 편향에 따라 국익이나 안보를 외면한 채 벌이는 행동으로 규정하여 그 의미와 가치를 평가절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제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역사 해석이나 반일운동조차 진영논리(?)에 매몰되는 것 같아 참으로 당혹스럽다. 반일운동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그동안 국민들 사이에 커다란 간극 없이 존재하던 반일감정 혹은 반일운동을 대하던 입장에 심각한 분열이 일어났다. 반일운동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주장들이 세(勢)를 얻고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지난 7월에 출판된 『반일 종족(種族)주의』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저자들은 반일 독립운동이나 반일운동의 근거를 혈연과 감정에 근거한 종족주의와 거짓 사실이나 감정에 뿌리를 둔 근거 없는 샤머니즘적 세계관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러한가?
우리 민족은 반일 독립운동을 시작하며 기미독립선언문에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인류평등(人類平等)의 대의를 극명하며… 민족의 항구여일한 자유발전을 위하야…” 라고 분명하게 반일운동의 동기와 목적을 인류평등과 세계 모든 민족의 독립적이며 자주적 발전에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저자들의 주장은 명백히 틀렸음을 알 수 있다. 반일 독립운동을 한낱 종족주의로 보는 저자의 주장은 민족의 자존과 세계인류의 평등과 평화를 내걸고 불의에 항거한 우리 민족의 위대한 저항적 독립운동에 대한 모독이다. 책의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제목만 보더라도 일제군국주의를 미화하는 일본학자들의 식민지근대화이론이나 수정주의적 역사해석의 입장과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와는 달리 반일운동의 동기와 의미를 긍정하는 주장을 담은 책으로 바로 이달에 발행된 『일제 종족주의』를 들 수 있다. 이 책은 『반일 종족주의』를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 역사를 부정하는 ‘부왜노’(附倭奴)의 입장에서 쓴 책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저자들은 일본민족의 상징인 일왕(천황)을 위하여 주변국을 침략하고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키고 인권을 유린한 일본제국주의야말로 저열한 ‘종족주의의’ 표상이라고 주장한다.
반일운동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반일운동은 우리 스스로 힘을 길러 다시는 외세에 침략을 당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이바지하며 살겠다는 자강(自强), 자주(自主), 무실(務實)을 향한 내면적 반성과 각오에서 출발하였으며, 세세(歲歲)토록 일본과 원수지간으로 지내자는 게 아니라, 속히 역사의 매듭을 풀고 선린(善隣)관계로 나아가려는 마음에서 비롯하였다.
반일운동에 분명히 할 점은 일본 전체를 반대하고 부정하고 미워하는 운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일본의 학자, 지식인, 종교인, 기업인, 시민들은 모두 한 동네 지구촌 시민으로 따듯한 사귐과 협력의 대상이다.
반일운동의 대상자들은 주변국에 아픔을 주었던 역사적 과오에 아직도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 세력들, 전쟁범죄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나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하여 사과를 외면하고 되려 무역전쟁으로 응답하는 사람들, 욱일기(旭日旗) 흔들며 일본군국주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틈만 나면 헌법개정을 통하여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세력들이다.
반일운동은 결코 종족주의운동이나 샤머니즘에 근거한 감정적 운동이 아니다. 반일운동은 반일제(日帝) 반군국주의운동이요, 반전쟁 반침략 반식민지운동이며, 역사적 과오에 대하여 진지한 반성과 사과를 통하여 평화로 나아가자는 운동이다. 반일운동은 과거의 군국주의로 돌아가려는 집단적 미련과 유혹을 내려놓고, 함께 좋은 이웃으로 공존공영(共存共榮)하며 살아가자고 옷소매 이끌어 초대하는 미래지향적 평화운동이다. 반일운동? 해야지요. 평화운동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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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 성공회 워싱턴 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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