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도층 야당 지지 13%P 늘어 “손님 줄어서 편하시겠다” 정세균 총리 발언도 파문
▶ 잇단 의원 불출마 선언 등 통합 보수야권은 전열 정비, ‘여당 우세’서 접전양상으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
4·15 총선을 57일 앞두고 선거 지형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당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으나 여야가 균형을 이루는 운동장으로 바뀌고 있다. 중도층과 무당(無黨)층을 비롯한 부동층 표심이 여당에 등을 돌리고 야당 쪽으로 향하는 가운데 여당에는 돌발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다.
반면 보수야권은 통합해 ‘미래통합당’을 출범시키고 현역 의원 연쇄 불출마 선언을 이끌어내면서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우선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4월 총선에서 여당보다 야당의 승리를 기대하는 의견이 처음으로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 비공개, 민주당의 인재 영입을 둘러싼 논란, 보수야권 통합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갤럽이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결과 ‘정권 심판론’이 ‘야당 심판론’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현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은 45%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43%)에 비해 2%포인트 높았다. ‘모름·무응답’은 13%였다.
작년 이후 갤럽이 5차례 실시한 조사에서 정부 견제론이 오차범위 내에서 조금이라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달 전 조사에서도 정부 지원론(49%)이 정부 견제론(37%)에 비해 12%포인트 높았다. 중도층 다수가 여당에 등을 돌린 게 정부 견제론 급상승의 원인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조사 당시 중도층에서 ‘여당 승리’가 52%로 ‘야당 승리’(37%)보다 높았지만, 이번엔 ‘야당 승리’가 50%로 ‘여당 승리’(39%)보다 더 높았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도 ‘야당 승리’(49%) 의견이 ‘여당 승리’(18%)를 압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도 최근 약간 주춤해졌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0~14일 전국 유권자 2,51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일주일 전보다 0.3%포인트 내린 46.6%였다. 부정평가는 0.5%포인트 오른 49.7%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0.3%포인트 내린 39.9%였다.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1.8%포인트 오른 32.0%를 기록하며 민주당과의 격차를 좁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최근 돌발 악재가 잇따라 터지자 당황하고 긴장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민주당을 비판하는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신문 칼럼에 대해 당 차원에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알려져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임 교수는 지난달 하순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민주당에 대해 “촛불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면서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주장했다.
칼럼에 대한 고발은 이례적인 것으로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자 당 지도부는 하루 만에 고발을 취하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이낙연 전 총리는 고발 취하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고,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고 칼럼 고발을 비판했다. 홍의락 의원(대구 북 을)도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고 했다.
임 교수가 고발을 취하한 민주당에 거듭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당 지도부가 분명한 사과를 하지 않자 이낙연 전 총리는 17일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는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 국민들께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서울 신촌의 상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요새는 손님들이 적으니 편하시겠다” “그간에 돈 많이 벌어놓은 것 갖고 버티셔야지” 등의 말을 해서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총리실측과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지만 야당은 “서민들의 아픔을 모르는 무개념 발언”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이와 함께 순조롭게 진행되던 민주당 현역 의원 공천 물갈이 작업이 지지부진해진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하순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 22명에게 결과를 개별 통보했으나 이 가운데 자진 불출마 의사를 표명하는 의원이 나타나지 않았다. 당초 민주당은 큰 폭의 물갈이를 추진하려 했으나 의원들의 ‘버티기’로 인해 물갈이 비율을 20~30%로 낮춰 잡았다. 민주당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이해찬 대표와 정세균 총리 등 모두 17명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지난 연말 이전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미래통합당에서는 보수 야권 통합 직전인 15~17일 사이에 김성태·박인숙·정갑윤·유기준 의원 등이 연쇄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 미래통합당의 불출마 선언 의원은 18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선 “이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는 국민들이 집권당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면서 “여당은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당초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할 것이란 얘기도 있었으나 여당에 악재가 잇따라 생기고 중도·무당층이 야당 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여야 접전으로 바뀌고 있다”고 판세 변화를 설명했다.
<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