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자들에게 가장 으스스한 말은 ‘돌파감염’(breakthrough infection)일 것이다. 한국말 번역이 실감나게 들리는 돌파감염은 말 그대로 방어 진지를 파괴하고 공격(감염)에 성공했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침투를 막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백신을 맞은 후 면역이 형성된다는 시간이 지났다. 그 전에 마스크를 쓰고, 부지런히 손도 씻고, 거리두기를 지키는 등 예방에도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인간이 개발한 최고의 항바이러스 방어 체계, 믿었던 마지막 무기가 무력화된 것이다.
영국에서는 사지 자벳 보건부 장관이 돌파감염의 희생자가 됐다. 뉴욕 양키스의 선수와 미국 올림픽 체조 국가대표도 돌파감염을 당했다. 한 나라의 최고 보건 책임자나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었을 운동선수에게도 돌파감염은 일어나고 있다.
알려진 사실이나 100% 효과 있는 백신은 없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효능은 90%이상, 나머지 백신은 60%나 70% 선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시험 시기, 조건, 시험에서 중점을 둔 부분, 예컨대 일반 예방이냐 아니면 중증도 예방 효과냐 등의 문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숫자만으로 효능의 정도를 일괄 평가하기는 어렵다.
성공적인 백신의 하나로 꼽히는 소아마비 백신도 예방 효과가 80~90% 정도로 평가된다. 가장 효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홍역 백신은 대규모 감염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다수 구성원이 예방접종을 마친 상황에서의 효능을 94% 정도로 보고 있다.
95% 효능을 백신접종으로 95%가 보호되는 반면 나머지 5%는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면 잘못된 것이다. 백신의 효능은 같은 조건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접종자와 미접종자의 감염 위험을 상대적으로 측정한 수치를 가리킨다. 예를 들면 효능 95%는 미접종자 1만명 중 100명이 코비드19에 걸릴 때 접종자가 걸릴 확률은 5명이라는 뜻이다. 백신으로 1만명중 9,500명은 보호되고, 나머지 500명은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코로나 돌파감염은 예상보다 더 자주 보고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델타 변이 등이 원인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하지만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감염되는 사례는 여전히 아주 드물고, 감염돼도 대부분 무증상이거나 경증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4월 미국 46개 주와 자치령에서 발생한 코로나 감염 1,180만건 중 질병통제예방센터 CDC에 보고된 돌파감염은 1만건을 조금 넘었다. CDC는 지난 5월부터는 입원이나 사망이 아닌 경우 별도의 돌파감염 케이스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지난 7월중순까지 돌파감염으로 인한 입원환자와 사망자는 6,000명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백신 접종자는 1억5,900만명이었다.
제대 군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나, 뉴욕에서 별도 실시된 한 조사에서도 돌파감염은 전체 접종자의 0.07%에서 0.16% 정도로 파악됐다. 이중 입원이 필요한 중증은 극히 일부였다.
돌파감염이 현실이기는 하나 최선의 예방책, 특히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으려면 백신접종 밖에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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