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55) 서원과 선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9개 한국의 서원 중 병산서원에서 조선 중기의 대유학자 류성룡(柳成龍, 1542~1607) 선생의 후손들과 유림들이 모여 이틀 동안 연중행사인 가을 추제사를 지내고 있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9개 한국의 서원 중 병산서원에서 조선 중기의 대유학자 류성룡(柳成龍, 1542~1607) 선생의 후손들과 유림들이 모여 이틀 동안 연중행사인 가을 추제사를 지내고 있다. 병산서원 1박2일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요즘 세대에 맞는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고 사는 선비정신’ 인성교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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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병산서원은 조선시대의 건축물 중에서도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1550년에 조선 명종이 친필로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고 내린 편액(扁額: 현판 懸板). 조선왕이 서원 이름과 서적을 하사하고 학전(學田)과 노비를 내리면서, 소수서원 토지와 노비에 대해서는 사설교육기관으로 면세와 면역(免役)의 특권을 줬다.
[Photo ⓒ 2021 Hyungwon Kang]

영주 소수서원(榮州 紹修書院)의 강학당에서 창호문을 매달 수 있는 등자쇠가 처마 밑으로 내려와 있다. 영주 소수서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9개 한국의 서원 중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임금이 이름을 지어 내린 사액서원이자 사설교육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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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유교의 성리학에서 충효사상을 중심으로 한 유교적 윤리관과 도덕적 실천을 공부할 때 쓰인 소학(小學). [Photo ⓒ 2021 Hyungwon Kang]

명분에 합당한 순절(殉節), 꼿꼿한 지조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움이 없는 강인한 기개, 옳은 일을 위해서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력으로 무장된 선비정신의 대명사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글을 인장 대신 손도장으로 완성한 표현.
[Photo ⓒ 2021 Hyungwon Kang]
유교의 사상이 우리문화의 기본적인 도덕기준과 행동의 지침, 윤리적인 가치관으로 전해 내려온 지는 조선조 500년을 넘어 그 역사가 깊다.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을 일컬어 고려시대에는 선비(션비, 션뷔)라고 문인(文人)을 높이는 말로 쓰이다가, 조선시대에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깨우친 성인군자(聖人君子)를 목표로 공부하는 유학자를 선비로 부르게 되었다.
문자로 역사를 기록하기 전의 시대를 선사(先史)시대라고 하는데, 고대 은나라(殷 기원전 1600년경~기원전 1046년경) 때는 우리 선조들이 썼던 한자 문자 이전의 갑골문자로 모든 중요한 일은 점복(占卜)에 의해 결정되던 시기였다.
공자의 가르침으로 은나라(상나라) 당시 미신적인 풍습을 합리주의적이고 현실에 입각한 유교사상으로 체계화하는 사상으로 여러 세대를 거치며 발전해왔다.
혼란한 춘추시대 말기에 공자의 하늘과 사람은 합일체라는(천인합일, 天人合一) 인간 중심 사상의 가르침에서 유교사상이 우리의 문화로 자연스럽게 뿌리를 내렸다.
“유교는 사실 조상신을 섬기는 종교가 아니라 하느님(天), 사람(人), 땅(地)을 신으로 섬기던 한국인 고유의 신앙입니다. 이 신앙이 고조선에서 남하해 세운 상나라(은나라)에 의해 중원에서 각종 제기와 절차(禮)를 만들며 체계화됩니다” 라고 ‘동이(東夷) 한국사’의 저자 이기훈 작가는 말한다.
전통 유교사상에서 으뜸가는 가치는 충효열(忠孝烈) 정신이다. 나라에 충성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지조와 절개를 기본사상으로 가르쳐왔다.
또한 유교하면 제사를 중요시하는 사상이다. 유교에서 조상 숭배는 대가나 보상을 요구하는 구복(求福)으로 연결되지 않고,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음을 제사의 형태로 유지하면서 자신의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과 존경을 표현함으로써 자손으로서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
오랫동안 우리 유교전통에서는 사대봉사(四代奉祀) 즉, 부모로부터 고조부까지 4대에 이르는 조상들의 제사를 모셨다.
“우리 큰댁에서는 사대봉사를 하다가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면서 요즘에는 증조부 까지만 모십니다.” 30대부터 시암 배길기(是菴 裵吉基, 1917-1999) 선생으로부터 서예를 배운 올해 89세의 김태균 병산서원 원장은 말한다.
선비를 양성하는 사설교육기관인 서원은 조선시대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의 집합장소였는데, 오늘날 400여개가 넘는 대학교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현재 서원의 역할은 대부분 제사를 지내는 사당으로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9개 한국의 서원 중에 병산서원에서 조선 중기의 대유학자 류성룡(柳成龍, 1542~1607) 선생의 위패를 모셔놓고 후손들과 유림들이 모여서 이틀 동안 연중행사인 가을 추제사를 지냈다.
급변하는 21세기를 반영하듯이 병산서원의 올해 가을제사에 참석한 유림들 중에는 젊은이들과 여성은 보이지 않았다.
“전통문화가 사실은 우리 생활의 바탕인데 그것이 허물어지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병산서원 김태균 원장은 말한다.
“젊은 세대들은 제례 같은 것에 큰 관심이 없어요.” “유교에서는 며느리가 들어오면 자식으로 생각합니다. 여자들을 비하했다는 것은 잘못 해석되었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다를 뿐이지요. 남존여비 사상은 사실은 잘못 전달된 것입니다. 제례에도 남자가 없으면 여자가 대행해서, 며느리도 제사를 모실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마지막 선비로 “안창호 선생 같은 분들의 사상이나 생활이 우리가 본받아야할 선비상”이라고 말하는 김태균 원장이 우려하는 것은 전통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다. 그는 “옛날 풍습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려시대에 와서는 불교와 도학의 영향으로 신유교 주자학(朱子學)이 탄생했다. 주자학(朱子學)을 고려로 도입해 성리학을 조선시대에 자리 잡히게 한 고려 말기의 학자 안향(安珦, 1243~1306)을 모신 서원이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이자 사설교육기관인 소수서원이다.
1550년에 조선 명종이 친필로 ‘소수서원(紹修書院)’이라고 내린 현판(懸板)이 걸려 있는 소수서원에는 조선왕이 서원 이름과 서적을 하사하고 학전(學田)과 노비를 내리면서 소수서원의 토지와 노비에 대해서는 사설교육기관으로 면세와 면역(免役: 조선시대 16∼60세의 양인 남자는 누구나 국역에 종사할 의무)의 특권을 주었다.
조선의 서원들은 고려 때(958)부터 국가 경영 엘리트 지식인을 선발하던 과거제도를 통해서 국가 필수 지배세력을 교육시켜왔다.
조선시대 성리학에서 자리 잡은 핵심사상은 명분이다. 명분은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와 분수를 예법으로 확립하면서, 명분을 실현하고 사회적 질서를 도모했다.
도덕적 정당성의 전통적 기본 규범인 ‘삼강오륜’에서는 부모와 자식,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사이를 정의했고, 나라를 지키다 생명을 잃는 순국(殉國)이나 진리를 옹호하다 생명을 잃는 순도(殉道)는 고결한 가치가 높이 인정되는 명분이었다.
우리 역사에는 수많은 순국 영웅들이 있지만,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의 대의명분을 실천하는 지식인의 모습은 유교의 최고 덕목인 성인군자(聖人君子)의 경지를 성취한 진정한 선비정신이었다.
21세기 우리 문화에서 추구하는 높은 교육열과 보편적인 윤리와 사상의 기준은 그 기원이 고조선부터 시작해 조선시대로 이어져 우리와 함께한 공자의 가르침에서부터 발전해 온 유교사상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에서 인생 성공의 척도가 물질적인 부의 축적으로 이해하는 가치관 속에서 자라는 다음 세대에게 우리 문화의 전통 인성교육이 절실한 때가 지금이다.
병산서원에서는 서원체험을 통해서 인성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한 해에 500명 정도가 1박2일이나, 2박3일 프로그램으로 충효사상을 배워갑니다. 군인들도 많이 찾아옵니다.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인성교육이 가능하다고 봐요. 부자유친(父子有親), 부부유별(夫婦有別) 등 삼강오륜을 가르칩니다”라고 병산서원 류시역 향사는 말한다.
지성(知性)과 인격(人格)을 겸비한 실천하는 지식인을 배출하는 교육 기관의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퓰리처상 수상자 강형원 기자의 우리·문화·역사 Visual History & Culture of Korea 전체 프로젝트 모음은 다음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kang.org/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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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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