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文 거부권 행사 난망·필리버스터 무용론 속 ‘돌파구’ 아이디어
▶ 법적 요건 논란에 ‘신임투표’ 변질 우려까지…일각서 “코미디”

(서울=연합뉴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26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하자, 찬반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전격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기도, 원내 의석수 열세로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도 어려운 사면초가 상황에서 꺼낸 맞불 전략으로 해석된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7일 오후 인수위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선인 비서실이 당선인에게 국민투표안을 보고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민주당과 야합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국민께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현직 대통령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대신 국민에게 선언적 의미의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논리를 펴는 것으로 보인다.
장 비서실장은 취재진에게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양당 간 합의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검수완박에 힘을 실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무용론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설 계획이지만, 민주당 측이 강제 종료권을 행사할 경우 금세 위력을 잃게 된다.
장 비서실장은 윤 당선인에게 보고하기 전이라고 했으나, A4 용지에 정리된 문구를 갖고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이미 그와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투표는 여야 합의가 파기되고 민주당 단독 처리 가능성이 높아진 이번 주 들어 인수위 주변에서 '돌파구'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로 거론됐다.
이대로라면 정권 교체가 무색하게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했다.
윤 당선인을 지지해온 신평 전 경북대 교수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국민투표를 제안하며 "민주당 측이 이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들의 위헌적인 행동에 대한 비난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전 국민에게 투표권이 주어지는 6·1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
다만, 윤 당선인 취임 후 실제 국민투표를 치르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먼저 검수완박이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규정했다.
당선인 비서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검수완박은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국가 중대사"라고 했지만, 여야 찬반이 뚜렷한 법안을 국민투표에 붙인 전례가 없는 만큼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 나아가 입법은 국회의 고유 권한인 만큼 현직 대통령이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권한 행사에 나섰다는 지적도 제기될 여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중진조차 이날 통화에서 "헌법상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코미디이고 해프닝"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상임위원장, 간사단 의원들이 27일 국회 본관 2층 계단에서 열린 ‘검수완박 강행처리 저지를 위한 연좌농성 선포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4.27 [공동취재]
정무적으로는 국민투표가 새 대통령에 대한 신임·불신임을 묻는 투표로 변질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만일 반대보다 찬성이 많을 경우 윤 당선인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는 기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투표가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앞서고 있기도 하다.
법률적으로 국민투표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4년 국민투표법 일부 조항을 헌법 불합치로 판단한 이후 8년째 해당 조항이 보완되지 못해 국민투표 자체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선관위는 이날 언론 공지에서 "재외국민의 참여를 제한하는 현행 법 조항의 효력이 헌재 결정으로 상실됐다"며 "투표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해 국민투표 실시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당선인 비서실이 원내 지도부와 충분한 논의 없이 국민투표안을 성급히 공론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장 비서실장의 국민투표 언급 이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모르겠다"며 "처음 듣는 얘기라서 검토도 안 해봤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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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교묘하게 하는 정치인 믿음이 안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