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 송금 후 양국 수감자 5명씩 맞교환 완료
▶ 일각 “인질극에 몸값” 혹평 불구 “핵합의 복원 협상 길 열어” 평가…바이든 “도움 준 한국 등에 감사”
![포로 석방 ‘8조원 딜’…미·이란, 핵합의 복원 ‘빅딜’ 발판 포로 석방 ‘8조원 딜’…미·이란, 핵합의 복원 ‘빅딜’ 발판](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3/09/19/20230919221148651.jpg)
미국과 이란 간의 수감자 맞교환으로 풀려난 시아마크 나마지(왼쪽 두 번째)와 모라드 타바즈(맨 오른쪽)가 카타르 도하 국제공항에 도착해 미 정부 관계자들과 포옹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이 제재로 묶어 뒀던 8조 원 규모의 동결 자금을 풀어 주고 이란으로부터 미국인 수감자 5명을 돌려받았다. 동수의 이란인 수감자와 교환하는 형식이다. 핵무기 개발을 막을 수 있는 대(對)이란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작게나마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몸값을 치르고 인질을 데려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혹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란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5명의 석방 사실을 공개하고 이에 도움을 준 한국 등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풀려난 이들은 모두 간첩죄가 적용된 이란계 미국인들로, 8년을 복역한 시아마크 나마지도 포함됐다. 이들은 카타르 도하를 거쳐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대가는 일단 불법 로비와 대이란 제재 대상 장비 수출, 군사 장비 불법 취득 등 혐의로 미국이 구금했던 이란인 5명의 석방이었다. 더불어 미국의 제재로 2019년부터 한국에 묶여 있던 석유 판매 대금 60억 달러도 동결이 해제돼 이란으로 이체됐다.
긍정적 평가가 없진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을 시도한 2015년 합의를 내팽개친 뒤 고조돼 온 이란과의 긴장을 어떻게든 완화해 보려고 바이든 행정부가 줄곧 기울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랜 적 사이의 얼어붙은 관계가 부분적으로나마 해빙될 조짐”이라고 논평했다.
관계 회복의 관건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여부다. 그러나 미국·이란 간 입장 차이가 커 전망이 썩 밝지는 않다. 이란이 주목하는 변수는 내년 미국 대선이다. 알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는 WP에 “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란이 핵합의 복원 협상에 적극 나서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외교의 문을 완전히 닫진 않았지만, 원칙적 기준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담 교착을 불렀던 장애 요인도 여전하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침공전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에 무인기(드론)를 제공했고, 1년 전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가 촉발한 ‘히잡 시위’를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다. 서방이 용납하기 어려운 행태다.
그러나 돌파구가 마련될 가망성이 아예 없진 않다. WP는 “이번 거래로 이어진 수개월간의 대화가 협상 의제 확대로 향하는 길을 열어 줄 수 있다”며 이를 협상 초기의 “신뢰 구축 단계로 본다”는 미 정부 관리 발언을 인용했다. 영국 가디언은 “수감자 교환이 (중국·러시아 쪽으로 경도되는) 이란의 동방 정책을 바꿀 수 있는지 테헤란 상황을 미리 살펴보는 게 미국의 최선책”이라고 짚었다.
물론 칭찬 일색인 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무능한 바이든은 5명을 위해 60억 달러를 줬지만 나는 한 푼 안 들이고 북한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58명을 데려왔다”고 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공화당이 적들의 인질극을 부추길 유인을 만들었다고 경고하며 동결 자금 해제 결정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물품 구입에 용도가 제한된다는 게 미 정부 설명이지만, 자금 이동 감시가 쉽지 않아 범죄 전용(轉用)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도 공화당에서 나온다.
시점도 오해를 살 만하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앞두고 성사된 이번 교환은 공교롭게도 아미니 의문사 1주기와 시기가 비슷하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센터(CHRI)의 하디 가에미 국장은 NYT에 “끔찍한 이란 인권 상황에 집중됐어야 할 시선이 분산됐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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