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을 제일 먼저 충족시켜준 것은 풍선이다. 조셉-미셀과 자크-에티엔 몽골피에 형제는 1783년 11월 21일 가열된 공기를 채운 풍선에 사람을 싣고 최초로 하늘을 나는데 성공했다.
이 열기구는 파리 상공 900m까지 날아올랐다 무사히 착륙했다. 윌버와 오빌 라이트 형제가 노스 캐롤라이나의 키티 호크에서 동력이 있는 비행기에 사람을 태워 비행에 성공한 것은 이보다 120년이 지난 1903년 12월 17일이었다.
하늘을 나는 기구를 무기로도 이용할 수 있겠다는데 생각이 미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중 먼저 무기로 사용된 것 역시 풍선이었다. 1849년 베네치아를 공격하던 오스트리아군은 풍선에 무기를 실어 시내로 보내려 했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바람에 200개 풍선 중 시내에 떨어진 것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엉뚱한데로 가거나 오히려 오스트리아 진영에 추락했다.
무인기의 움직임을 바람에 맡길 것이 아니라 인간이 통제해야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고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한 나라는 영국이었다. AM 로우가 만든 ‘에리얼 타겟’은 라디오를 이용해 방향을 조절할 수 있었다. 이것이 동력 무인 항공기(UAV, 일명 드론)의 시조로 불린다.
1960년 소련이 미국의 정찰기 U-2기를 격추시키자 미국은 무인 정찰기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1964년 통킹만에서 베트남군과 교전이 벌어지자 최초로 군사용 무인 항공기가 투입된다. 월남전에서 미국은 3천400회가 넘는 무인기 정찰 작전을 벌였다.
그 후 드론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73년의 욤 키푸르 전쟁이다. 이때 이스라엘은 드론을 미끼로 교전국이 비싼 방공 미사일을 낭비하게 만들었다. 그 뒤로도 이스라엘은 무인 제조 회사를 만드는 등 드론 개발에 적극 나섰다.
90년대 이후 기술 발전으로 드론의 소형화와 고성능화가 진행됐고 2012년 미공군의 전체 비행기의 1/3에 달하는 7천500개의 드론을 갖게 된다. 이제는 사진 촬영에서 레저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NASA는 토성의 달 타이탄을 탐사할 드론까지 개발중이다.
그러나 드론의 기능 중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역시 군사용이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실은 트럭을 러시아 내부 깊숙이 배치해 놓고 동시에 출격시켜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를 비롯 수십대의 항공기를 파괴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사용한 117기의 드론은 대당 2천 달러선으로 총작전 비용은 100만달러 미만으로 추산된다. 반면 러시아가 입은 피해는 10억 달러가 넘으며 가까운 시일내 복구하기도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전함보다 항공모함과 폭격기의 중요성을 보여준 일본의 진주만 기습에 비견하면서 군사 적전에서 드론의 역할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드론의 중요성을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지난 주 이스라엘은 수개월전 밀반입해둔 드론을 이용해 이란군 수뇌부를 제거하고 핵 시설을 폭격했다. 모하메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 혁명 수비대 총사령관 등이 사망했는데 이들은 자택 침실에서 자다가 최후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정보와 드론만 있으면 누구라도 제거될 수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다.
드론의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목받는 나라가 있다. 중국이다. 드론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상업용 드론 시장의 90%를 점하고 있다. 중국의 DJI는 세계 최대 드론 제조회사고 중국 셴진은 세계 드론의 수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중국이 드론 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은 중국 정부가 비용을 아끼지 않고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업체는 고품질 드론을 싼 가격에 만들수 있고 이를 통해 상업용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 중국의 희토류 독점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의 70%를 채굴하고 93%를 생산한다. F-35 전투기 한대에는 440 kg, 이지스함의 2.4톤이 들어가기 때문에 미국의 첨단 무기는 희토류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최근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서둘러 봉합한 가장 큰 이유가 중국의 희토류 공급 중단 위협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국은 이미 2010년 일본과의 선박 충돌 분쟁 때 희토류 수출 중단을 무기로 사실상 항복을 받아낸 선례가 있다. 날로 커지는 드론과 희토류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세상이 미국 뜻대로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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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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