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러시아를 조롱하며 우크라이나 지지로 ‘깜짝’ 선회한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토로하고 있다. 트럼프는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나라라면 1주일 이내에 충분히 승리했을 전쟁을 삼년 반 동안 질질 끌고 있다”며 러시아를 ‘종이 호랑이’에 비유했다. 트럼프는 이어 키이우는 서방측의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트럼프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그의 메시지는 전혀 새롭지도 특이하지도 않다. 러시아에 맞서 키이우를 지지하겠다는 트럼프의 결정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그가 평화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입증할 충분한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전쟁을 끝낼 기회를 붙잡는 대신 러시아의 독재자는 수 개월 동안 트럼프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올여름, 트럼프는 푸틴과 전화로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며 푸틴 역시 평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 정상의 통화 직후 퍼스트 레이디(멜라니아)는 트럼프에게 “러시아가 지금 막 너싱홈을 폭격했다”며 “그러면서 평화 운운하다니 이상하다”고 말했다. 퍼스트 레이디가 헛소리를 한 게 아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분석에 따르면 푸틴은 트럼프와 대화를 가진 후에 정기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푸틴의 대실수는 지난 8월 트럼프의 알래스카 정상회담 초대에 응한 것이었다. 트럼프는 레드카펫까지 깔아놓고 국제적 문제 인물인 푸틴을 정당한 세계적 지도자로 대우했다. 알래스카 정상회담은 푸틴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양자회담 및 트럼프까지 참여하는 3자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암묵적 합의를 전제한 것이었다. 푸틴은 호사스런 행사를 즐겼고, 트럼프가 그에게 부여한 명예를 챙겼으며, 약속을 어겼다.
사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겨냥한 공습을 극적으로 확대했다. 알래스카에서 트럼프는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들을 위해 평화를 이루자는 멜라니아의 감동적인 서신을 푸틴에게 직접 전달했다. 이에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한 유치원에 공습을 가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미국 영부인의 뺨을 때린 셈이다.
이어 9월7일, 푸틴은 우크라이나 총리와 고위 각료들의 사무실이 입주한 키이우의 내각 본무건물을 파괴하는 등 개전 이후 최대규모의 공습을 가했다. 이는 명백히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였다. 그로부터 며칠 뒤 푸틴은 폴란드와 루마니아 영공에 무인기를 날려보냈다. 이어 1주일 뒤에는 세 대의 러시아 전투기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했다.
도널드 트럼프에게는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트럼프는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초래한 것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유약함 때문이었다며 당시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우크라이나전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옳은 얘기다. 이제 푸틴은 트럼프의 결의를 시험하면서 그의 약점을 찾아내려 한다. 하지만 그건 실수다. 트럼프는 푸틴의 확전 의지 앞에서 결코 뒷걸음질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번 전쟁에서 푸틴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직적인 노력이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글로벌 시장에서 몰아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집권 1기에 이란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글로벌 시장에서 밀어낸 바 있다. 이번에도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구입하는 국가에 엄격한 2차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2차 관세 대상국 중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포함되어 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최대 수입국이다. EU는 러시아 액화천연가스 수출의 51%, 파이프라인 가스 수출의 36%를 구입한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러시아 화석연료 수입이 우크라아나에 대한 EU의 금융지원 규모를 넘어섰다. 트럼프가 유엔 기조연설에서 밝혔듯 “EU 회원국들은 스스로 러시아에 전비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의 가장 심각한 위반국은 트럼프의 우군 빅토르 오르반이 이끄는 헝가리이고 슬로바키아, 프랑스,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러시아 원유의 최대 구매자는 터키로 러시아 전체 오일 수출의 25%를 소화한다. (트럼프는 지난주 백악관 집무실에서 레세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환담했다.)
트럼프는 유럽국가들에게 즉각적인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중단을 촉구해야 한다. 그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강력한 관세를 부과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지만” “관세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유럽국가들이 우리와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앞으로 러시아가 나토 영공을 침범할 경우 강력한 맞대응을 해야 한다. 트럼프는 국경을 넘어온 러시아 비행물체를 격추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X에 “알았음”(Roger that)이라고 응답했다. 넘어선 안되는 레드라인이 그어진 셈이다.
셋째, 러시아군을 수세로 몰기위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무기를 판매하고 나토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한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 지난 8월 트럼프는 소셜 트루스를 통해 “침략국가를 공격하지 않고 전쟁에서 승리하기는 대단히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하다”며 “무능하기 짝이 없는 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에게 싸우지 말고 방어만 하라고 지시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라고 되물었다. 옳은 얘기다. 이제 우크라이나의 족쇄를 풀어주고 키이우로 하여금 러시아 영토내의 군사 및 에너지 타겟을 공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트럼프는 미국산 무기를 나토에 판매하고, 대금은 유럽 우방국들이 지급하며, 이들이 구입한 무기를 우크라아나에 제공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런 방식을 이용해 미국 납세자들을 보호하고 국내 방위산업기반을 강화하면서 수익까지 창출하게 된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국가안보에 모두 도움이 되는 상생효과를 낼 수 있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것이 하나있다: 이는 결코 정책 변화가 아니다. 2023년 7월, 폭스뉴스의 마리아 바티로모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푸틴이 평화협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에게 이전에 받았던 것보다 훨씬 많은 무기를 넘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가 지난해 9월 마라 라고에서 인터뷰했을 때에도 트럼프는 그의 이같은 정책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푸틴에게 평화를 이룰 기회를 제공했고 푸틴은 모욕과 확전으로 응답했다. 이제 러시아의 독재자는 트럼프에게 그런 모욕을 가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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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A. 시쎈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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