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12학년 입시 시즌, 그리고 11학년의 고강도 학업 구간에서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보면 “의지”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차이가 자주 보인다. 같은 만큼 공부했고, 같은 시험을 봤고, 같은 결과를 받았는데도 반응이 완전히 갈린다.
1학기 성적이 기대보다 내려가 B, C가 섞이는 순간 “이 정도면 끝”이라며 손을 놓는 학생이 있는 반면, 울고 흔들려도 며칠 안에 다시 플랜을 세워 도전하는 학생도 있다. 바이오 올림피아드를 한 달 앞두고 “입상은 어렵다”는 현실 판단이 나오면 바로 철수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전공과 연결되니 끝까지 배워보겠다”며 남은 시간을 학습 자체에 투자하는 학생도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인상은 분명하다. 포기하지 않는 학생들 중 상당수는 운동팀에서 ‘지는 경험’과 ‘훈련으로 기량을 끌어올린 경험’을 갖고 있다. 혹은 댄스처럼 컴피티션을 반복하며, 결과가 즉시 나오지 않는 시간을 견뎌본 학생들이 많다. 그렇다면 질문은 학문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실패 앞에서 버티는 힘은 타고나는 성격인가, 아니면 특정 경험을 통해 ‘학습’되는 역량인가? 그리고 운동 경험은 왜 그 힘과 자주 연결되는가?
포기하지 않는 힘은 성격이 아니라 기술이다.
대학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대표적 인성인 ‘포기하지 않는 힘’을 흔히 그릿(grit),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사회 전반에서도 가장 강조되는 인성이다. 그릿은 장기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고 관심을 유지하는 경향으로 알려져 있고, 단기 성과의 흔들림 속에서도 방향을 유지하는 특성과 연결된다.
중요한 점은 그릿이나 회복탄력성이 “무조건 참는 근성”이 아니라, 좌절 이후의 해석 방식 즉, 내가 실패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혹은 다시 계획하고 움직이는가, 그리고 반복 루틴을 재가동하는 능력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런 요소들은 충분히 훈련될 수 있다. 실제로 청소년기 동안 노력과 학습으로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믿음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한다는 종단 연구도 있다.
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균형이 필요하다. “성장 마인드셋이면 성적이 오른다”는 단순 등식은 연구에서 일관되게 지지되지 않는다. 어떤 연구들은 성장 마인드셋이 성적과 강하게 연결되지 않거나, 효과가 상황·집단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고한다. 즉, ‘마음가짐’만으로 성과가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무너진 뒤 다시 시작할 수 있느냐”라는 핵심 관문에서 여전히 강력하게 작동한다. 교육 현장에서 우리가 관찰하는 차이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포기하지 않는 힘은 배워지는 기술이다
같은 실패를 경험하고도 학생들의 반응은 분명하게 갈린다. 어떤 학생은 성적 하락이나 좌절 앞에서 손을 놓는 반면, 어떤 학생은 흔들리면서도 다시 계획을 세운다. 현장에서 반복해서 관찰한 공통점은 끝까지 가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운동이나 경쟁적인 활동을 해 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운동팀에서 경기를 져본 학생들, 기량을 높이기 위해 반복 훈련을 견뎌본 학생들, 혹은 댄스 컴피티션처럼 평가와 연습을 반복해 온 학생들은 실패를 특별한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은 좌절을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과정의 일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 학생들이 원래 의지가 강한가, 아니면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배운 것인가이다. 연구와 교육 현장의 경험은 후자에 가깝다. 포기하지 않는 힘은 성격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길러지는 기술에 가깝다.
운동의 세계에서는 패배가 흔하다. 그러나 그 패배는 “나는 안 된다”는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어디에서 밀렸는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점검하고 다음 훈련으로 이어진다. 이 경험은 학업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성적이 떨어졌을 때 자신을 평가하기보다 시간 관리, 개념 이해, 전략과 같은 통제 가능한 요소를 먼저 살핀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목표에 부여된 의미이다. 결과만을 목표로 삼은 학생은 성과가 멀어지면 멈추기 쉽다. 반면 공부가 전공이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를 가진 학생은 결과가 불확실해도 과정을 지속한다. 목표가 성과가 아니라 성장일 때, 포기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운동이 아니어도 괜찮다. 댄스, 음악, 로보틱스, 디베이트처럼 실패와 피드백, 재도전이 반복되는 경험을 해 본 학생들은 비슷한 힘을 갖는다. 중요한 것은 활동의 종류가 아니라 실패를 정상화하고 다시 시도하도록 만드는 경험의 구조이다.
부모와 교사의 역할도 분명하다. 결과 목표와 함께 과정 목표를 세워야 하며, 실패 후에는 감정을 공감하되 빠르게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바꿀 수 있는 것 두 가지만 정해보자”라는 한 문장은 아이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출발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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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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