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이민자들에게 한국은 영원한 고향이다. 우리 말, 음식, 명절은 눈을 감기 전까지 잊을 수 없다. 교포들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특히 그렇다. 어쩌다가 우리말이 귓전을 스치는 순간 그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곧이어 발걸음도 그쪽으로 향한다. “한국 분이시군요”라는 한마디는 가족의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조국 사랑이나 그리움은 한국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에서 살았던 때의 일이다. 여름 휴가철에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 유럽에는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를 관통하는 남북 종단 고속도로가 있다. 고트하르트 터널을 지나 이탈리아 밀라노 방향으로 가던 중이었다. 뒤따라오던 자동차에서 요란한 경적이 들리고 운전자와 옆 좌석에 탄 사람이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들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이 우리를 추월한 후 자동차 번호판을 보니 우리 차와 같은 스위스 번호판 자동차였다. 그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스위스 자동차임을 보고 반갑게 경적을 울려준 것이었다. 스위스 자동차 번호판에는 번호 왼쪽에 스위스 국기(빨간 바탕에 흰색 십자가)가 새겨져 있어서 곧 스위스 국적임을 식별할 수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의 조국 사랑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 못지않다. 유럽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긴 세월 동안 나라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강한 군사력이 아니라 국민의 조국 사랑 때문이었다.
스위스는 매우 작은 나라이다. 인구 구백만 명, 국토의 넓이는 한국의 절반도 되지 못한다. 이 나라의 공용어는 4개이다.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로만슈어이다. 다양한 언어 배경만큼이나 이들의 역사는 외세의 영향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제약, 화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발전을 하였다. 특히 금융 분야에서는 가장 신뢰받는 나라로 공인되고 있다. 세계정세가 불안할 때마다 스위스 프랑화가 급등하는 이유이다.
유엔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40개의 국제기구가 집결되어 있다. 스위스가 이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민의 근면과 성실은 나라를 든든히 바치는 기둥과 같다. 주부들의 거친 손, 초등학교에서부터 빵 굽는 실습, 목공예로 다지는 작은 손은 나라 사랑을 배우는 꼬마 애국자들의 모습이다. 나라 사랑은 성인들에게서 절정을 이룬다. 집마다 총을 보관하게 하고 훈련 시에는 개인 무기로 사격 훈련을 받게 한다.
스위스와 한국은 유사한 나라이다. 두 나라 주변에는 강대국들이 둘러싸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가 스위스를 둘러싸고 있다면 러시아, 중국, 일본이 한국을 에워싸고 있다. 높은 교육 수준, 생존을 위한 외교 전략의 절실성, 내부의 갈등을 극복하며 국가 정체성을 강화해야 하는 점, 기술, 과학 등의 발전을 통한 경제 발전의 필요성 등은 두 나라가 함께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다. 이 두 나라는 국민들의 근면과 성실을 기반으로 진한 애국심으로 뭉친다면 장래는 결코 우리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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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두 서북미수필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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