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대통령 시대가 막을 내렸다.
20일 워싱턴DC에서 조지W. 부시대통령의 취임식이 화려하게 열렸지만 그보다 물러나는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소회가 더 깊은 것은 미국대통령 가운데 클린턴처럼 대중과 가까운 사람이 없었고 또 50대 중반으로 아직 많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에 클린턴만큼 ‘한 시대의 영욕’을 한꺼번에 경험한 사람도 드문듯하기 때문이다.
닉슨이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물러나는 굴욕을 당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정치게임의 결과였지 개인적 삶의 문제는 아니었다.
르윈스키 스캔들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는 ‘스타검사’의 탄핵보고서를 통해 일반인으로도 차마 견디기 힘든 굴욕을 당했으나 결국 그것을 견뎌냈고 전반적으로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역설적으로 한 개인의 사생활을(대통령도 개인이기에 하는 말이다.) 너무 지나쳐 역겹다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스타검사’는 그뒤 몰락하다시피 했고 클린턴은 근래 미국역사상 최장기 경제호황을 일구어낸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되었다.
굳이 새로 시작하는 부시에 대한 이야기보다 물러나는 클린턴에 대해 천착하는 이유는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한 시의 구절을 돌이키면서 ‘미국의 퇴임 대통령들의 모습은 한국의 퇴임 대통령들과 왜 이렇게도 비교가 되는것인가’를 생각하게 될 때 다가오는 열패감(劣敗感) 때문이다.
클린턴이 그 많은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인기있는 대통령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그는 한사람 한사람 만날때마다 소탈하면서도 최선으로 상대를 대하는 자세때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욕하던 사람들도 그와 무슨 행사장에서든 한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악수를 하면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상대의 신분이나 귀천을 가리지 않고 예의 그 항상 웃는 모습과 유머,소탈함과 그리고 굳은 악수로 상대에게 신뢰를 느끼게 했다.
아마도 이런 모습들이 근래의 미국대통령중 소수계로부터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대통령으로 남을수 있게한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제 클린턴은 레이건,부시,카터,포드등과 함께 퇴임 대통령의 반열로 남게 되었다.
클린턴대통령 퇴임후 르윈스키 성추문스캔들에 대한 기소여부를 결정짓겠다던 로버트 레이 특별검사는 바로 엊그제(19일) ‘클린턴을 기소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고 부시대통령당선자는 이달초 상원 법사위원장이 클린턴 성추문혐의에 대한 사면을 제안했을 때 ‘기소도 안되었는데 사면이야기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 문제로 클린턴 대통령을 계속 괴롭혀서는 안된다’는 뜻을 분명히 해 물러나는 대통령의 어깨를 홀가분하게 해준바 있다.
미국국민들은 카터의 목수일을,병에 걸린 레이건의 일거수 일투족을 애착있고 관심있게 바라보듯이 이제 전임대통령으로 남겨지는 클린턴의 퇴임이후도 그렇게 따사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회창은 반드시 정치보복을 할 인물’이라느니 ‘DJ는 반드시 정치보복을 당할 것’이라느니 하는 살벌한 말들이 차기대선을 앞두고 난무하고 전직 대통령이 야당 돌격대장처럼 현대통령을 욕하는가 하면 현대통령은 차기대선후보중 ‘퇴임후 안전이 보장될수 있는 인물’을 골라야 하는게 현실인 본국의 정치상황속에서 한번도 멋진 퇴임 대통령의 모습을 경험하지 못한 우리 한국인들을 생각할때 참으로 착잡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거기에다 ‘미국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려고 안달을 한 본국 정치인들의 한심한 모습이라니....’
이제 그들이 귀로에 하와이도 들를 예정이라는데, 본국정치인들이 참석해 무엇인가 배워야 할 곳은 부시대통령의 취임식장이 아니라 클린턴대통령의 퇴임식장이 아니었을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