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시신도 못보고 사망통보도 받지 못했지만 아들이 더 이상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 한구석엔 사랑하는 아들이 살아서 돌아올 것만 같은 실낱같은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인 노인 200여명 등 총 300명이 애용하는 뉴저지 팰리세이드 팍 노인센터 이병교 관장은 테러 참사 이후 아들의 시신을 찾기 위한 DNA 테스트를 받느라 단 하루만 결근했을 뿐 매일 회원 노인들을 뒷바라지하며 슬픔을 달래가고 있다.
뉴저지주 각 타운 노인센터 관장 가운데 유일한 한인인 이 관장은 “9.11 테러의 한인 희생자 가족들이 하루 빨리 슬픔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눈물로만 지새는 것을 사랑하는 내 아들도 원치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6년 전 시민권 영어강사로 노인센터에 첫 발을 디딘 이 관장은 이후 성실성을 인정받아 이듬해 카운티 노인국에 의해 관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한국고전무용과 서예, 골다공증예방운동, 빙고게임, 시민권영어교실 등을 개설, 한산하던 노인센터를 한·미 노인들이 매일 찾고싶어하는 사랑방으로 발전시켰다. 이 관장은 노인 아파트 입주 방법, 사회보장혜택 및 처방전 약 보조프로그램 등과 관련 매일 수십통씩 걸려오는 질문에 정성껏 답해주고 있으며 한인노인들을 위한 각종 번역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작년, 아이 아버지(이성재·뉴저지 한인교협 회장 역임·웨스트우드장로교회 담임목사)가 심장이상으로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아들은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며칠 밤을 지새며 간병하는 등 효성이 지극했다. 대학 인터뷰 때 헤진 구두를 신고도 부모에게 얘기조차 하지 않았던 것 등 풍족하게 뒷바라지하지 못한 것이 많았지만 아들은 훌륭하게 자라주엇다”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 관장의 외아들 스튜어트 리(31·이수진)씨는 아이비리그인 코넬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골드만 삭스 등을 거쳐 월가에서 벤처 기업을 운영했다. 사고 당일 사업 설명회를 하러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방문했다 변을 당했다.
“9.11 참사로 자녀를 먼저 보내고 가게까지 판 뒤 슬픔에 잠긴 한인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는 그는 “희생자들은 부모나 가족들이 힘없이 쓰러지는 것을 결코 원치 않을 것이다.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자”고 거듭 당부했다.
<김대영 기자> d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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