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비핵화 협상에서 시간에 쫓겨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유 수출을 차단하는 해상 봉쇄가 핵무기 포기든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이든 이란이 전부 양보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란이 허풍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백악관 취재진에 종전 협상 타결을 “서두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진행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충분하고 나는 훌륭한 합의를 하기를 원한다”고 부연했다. 시간이 걸려도 개전 뒤 줄곧 자신이 공언한 대로 이란으로부터 핵무기 보유 잠재력을 박탈하겠다는 뜻이다. “그들이 영원히 (핵무기를) 가질 기회조차 없게 하고 싶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실 미국 입장에서 상황은 전쟁 전보다 더 나빠졌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보다 더 비용이 적게 드는 무기를 찾아냈다. 원유·천연가스 수송 병목인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다. 국제 유가가 치솟았고, 가뜩이나 비싼 미국 물가도 더 올랐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느끼는 압박감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관측을 일축한 것이다. 그는 이날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도 “내가 아마 이런 상황에서 가장 압박을 덜 받는 사람일 것”이라고 썼다. “내게는 세상 모든 시간이 있지만 이란은 그렇지 않다”며 “시간은 그들 편이 아니다. 합의는 미국과 우리 동맹, 세계에 적합하고 유익할 때에만 이뤄질 것”이라고 적기도 했다.
장담의 근거는 대(對)이란 해상 봉쇄 효과에 대한 기대다.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100% 효과적인 봉쇄 조치를 하고 있다”며 “그들은 재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상황이 좋지 않고 봉쇄 때문에 아무 사업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원유 수출 사업 비중이 이란 경제에 절대적인 만큼 이란 항구 봉쇄가 이란에 극심한 물가 상승과 재정 위기를 초래해 결국 이란이 양보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게 미국 행정부 봉쇄론자들의 신념이라고 미 NBC뉴스는 전했다.
실제 미국은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한 휴전 연장 선언 이후 대이란 해상 봉쇄를 확대·강화하고 있다. 24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전황 브리핑에서 “봉쇄 조치 이후 지금까지 이란 선박 또는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 34척이 회항했다”며 “봉쇄는 확대되고 있으며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가 최근 해협에 기뢰를 추가 설치했다는 보고를 받고 격분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기뢰 부설선을 전부 격침하고 철통같이 해협을 봉쇄하라는 지시를 미국 해군에 내렸다고 밝혔다. 미군은 세 번째 항공모함을 중동 인근 해역에 추가 투입했다.
최우선 목표는 유리한 협상 타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이란은 합의를 원한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에 따른) 혼란을 해결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트루스소셜에 자신이 직접 백악관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주미 대사 간 회담을 주재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양국 간 휴전이 3주 연장될 것이라고 공표했는데, 이것도 이란 요구를 수용해 협상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관건은 이 전략이 이란에 먹히느냐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협상 시한을 다섯 번이나 미루며 이란 말살 경고를 실행에 옮기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 변덕이 미국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대니얼 바이먼 미국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교수는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최근 보낸 논평에서 “트럼프가 자주 부리는 허세는 미국의 ‘레드라인’(금지선)에 실체가 없다는 확신을 이란에 심어 줄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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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권경성 특파원·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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