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친구나 친척들과 전화를 하다보면, 요즘 둘만 모이면 자연스럽게 주식 얘기가 나오고, 누구는 대박을 터트렸다느니, 앞으로 장세가 좋을 것이므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등의 대화가 오간다고 한다. 지난 9월말에 480 이하로 떨어졌던 종합주가지수가 며칠전 700까지 올라갔으니, 서울에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은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번 한국 주가 상승에서 재미를 본 투자자는 외국인이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3개월 사이 뉴욕에서 접근된 몇가지 정보를 통해 그 증거를 찾아보자.
뉴욕 증시에서 테러 이후 미국 경제가 ‘V자형’의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은 10월초였다. 그리고 미국 경제가 회복할 경우 한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사가 10월25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게재됐다.
신문에 기사가 나올 때는 그 이전에 뉴욕 월가의 상당한 자금이 한국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월가 투자자들은 대략 10월께 한국 증시에 몰려들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1월 중순 종합주가지수가 600을 돌파할 때까지 한국의 투자자들은 긴가민가하고 있었다. 그러다 외국인 자금의 힘으로 주가가 추가로 상승하자, 기관투자자들은 그때부터 대세상승론을 내세우며 뛰어들었다.
그 무렵 일부 월가 펀드들은 주가가 700을 넘으면 빠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주가가 650을 넘자 외국인들은 두달 사이에 30~40% 이익을 실현했으므로 슬슬 빠지는 상태에서 기관투자자들의 힘으로 700을 넘고, 이제 이른바 개미군단이라고 불리는 소액투자자들이 달려들고 있는 것이 현재의 정황이다.
문제는 주가가 650~700에서 장기간 조정을 거칠 경우, 한국 증시는 그야말로 외국인들의 잔치로 끝나고 만다는 점이다. 한국 기관투자자들은 뒷북치고, 막판에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의 이익 실현 자금을 마련해준 꼴이 된다. 한국증권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 9월17일부터 11월27일까지 외국인 보유주식의 시가 총액 증가분은 30조원에 이르고 있다. 두달 사이에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 노름에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을 번 셈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뉴욕 굴지의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지난 99년에 국민은행에 5억달러를 투자했다. 최근 주택은행과 합병한 국민은행은 2년 사이에 주가가 2배로 뛰었다. 골드만 삭스는 아직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않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10억달러로, 본전을 빼더라도 2년만에 5억달러의 가치를 창출했다. 이 금액은 지난해 국민은행의 영업이익 7,000억원에 버금간다. 국민은행이 수많은 은행원을 자르고, 기업 부도가 늘 것을 알면서도 신용을 까다롭게 하면서 얻어낸 일년 수익을 골드만 삭스는 돈장사로 고스란히 번 것이다.
물론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증시가 상승하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고,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등 한국 경제에 기여한 바를 평가절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또 골드만 삭스의 투자가 있었기에 국민은행은 건실한 은행으로 살아났고, 한국 금융시장에 피가 돈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한국 경제는 재도약을 위해 더많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중요한 것은 이제 한국도 국제금융시장의 고도의 기법을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제조업이 살 길’이라며 경제개발에 매진했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많은 젊은이들이 외국에 기술을 배우러 간 적이 있다. 그때 습득한 기술로 한국의 자동차, 반도체, 기계, 화학, 조선 산업이 세계 반열에 서게 됐다. 이젠 금융기술을 배우러 외국, 특히 뉴욕 월가에 많은 젊은이들이 와야 한다. 월가의 기법을 배우고, 정보를 교환하고, 그리고 그 기술로 해외 금융시장을 개척해서 돈을 벌어야 할 때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