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후 내다보며 새해를 설계한다.
▶ (1) 55세 늦깍이 대학생 유병호씨
2002년 새해는 임오년(壬午年), 말의 해다.
뉴욕 한인들은 9.11 테러로 고통받았던 2001년을 보내고 새로운 각오로 2002년을 맞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인 미주 이민 100주년’을 1년 앞두고 있다. 100년전 선조들의 도전 의식과 개척 정신을 기리며 올해는 최소한 ‘10년 후를 내다보며 새해를 설계하는’ 웅지를 가져볼 필요가 있다. ‘10년 후’라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준마처럼 힘차게 뛸 뉴욕 한인들의 임오년 소망과 각오를 들어본다. <편집자주>
유병호(55·브루클린 선셋팍 거주)씨는 오후 5시께면 어김없이 묵직한 책가방을 둘러메고 자신의 세탁소(JUN CLEANERS)를 나선다.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고 30여분 걸려 도착한 곳은 브루클린 다운타운 소재 뉴욕시립대 테크니컬 칼리지.
막내 아들(혁준, 24)보다 훨씬 어린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잡담하다 유씨를 보자 “하이!”, “헤이 미스터 유!”라며 인사를 해온다. 처음엔 유씨의 나이와 벗겨진 머리 때문에 가까이 오지 않던 학생들이 첫 학기를 마치고 겨울방학 프로그램에서 유씨를 다시 만나자 오히려 더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유씨는 1966년 인천 송도고교를 졸업하고 무려 35년만에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었다. 지난해 12월 대학 1학기 11학점을 수강해 받은 성적표는 ‘회계학, 경영수학 A-, 미적분수학 B+’다. 한국어가 아니라 중년들에게는 거의 공포나 다름없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미국 대학에 도전했음에도 ‘어린 친구들이 질릴 정도’의 성적을 올린 것이다.
유씨는 미국에 이민와 청과업 등을 전전하다 조그마하지만 알찬 세탁소를 경영하고 있다. 아내 이희복(51)씨와 둘 다 뉴욕주립대를 졸업한 공인회계사 창준(27·언스트 & 영 회계법인), 애널리스트 혁준(맨하탄 은행) 등 두 아들을 둔 가장이지만 유씨가 가장 대견스러워하는 것은 자신이 대학 1학년생이라는 점이다. 세탁소 일을 하느라 공부 시간이 부족, 잠든 아내 몰래 새벽에 일어나 숙제와 예습, 복습을 해야만 했다.
그러면서도 100% 출석에 지각 한번 없었다. 하지만 유씨의 꿈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칼리지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뒤 정규 4년제 대학에 편입, 컴퓨터 관련 학과를 전공할 생각이다.
“졸업 이후요? 우선 취직을 할 생각입니다. 미국 사회가 좋은 점은 나이와 관계없이 능력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잖아요. 젊은 사람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10년 후면 환갑도 훨씬 지난 나이입니다. 앞으로 취직해서 돈을 벌면 얼마나 더 벌겠습니까.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은 더 많은 봉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섭니다. 한국에 돌아가 어린이들에게 영어와 제가 대학에서 뒤늦게 배운 지식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10년 후, 봉사하는 삶’을 위해 대학교로 향하는 유병호씨. 한 손으로 들기에 벅찰 정도로 무거운 책가방을 어깨에 멨지만 목에 건 학생증 보다 더 가벼워 보이는 건 유씨의 꿈 때문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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