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는 장사가 아니라 예술이어야 한다.” 만화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윈저 맥케이의 말이다. 그런 그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만화영화는 오랫동안 ‘저급한 아동용 오락물’이란 천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만화영화도 당당히 하나의 예술품 대우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카데미상에 만화 부문이 신설되는가 하면 주요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을 만화 영화가 받고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의 질이 현저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만화가 아이들 장난이 아니라 예술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 보여준 이는 1914년 ‘공룡 거티’를 만든 맥케이다. 그 후 20년간 만화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던 그를 딛고 월트 디즈니는 만화를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 공을 세웠다. 1928년 미키 마우스가 처음 등장한 ‘스팀보트 윌리’로 주목받기 시작한 디즈니는 1937년 ‘백설공주’와 1940년 ‘피노키오’와 ‘팬타지아’로 ‘만화 영화의 제왕’으로 자리를 굳혔다. 요즘 나온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정수를 보여준 ‘토이 스토리’와 전편보다 더 잘 됐다는 ‘토이 스토리 2’, 그 뒤를 이은 ‘먼스터 주식회사’(Monsters Inc) 등등은 어른이 봐도 재미있는 영화다.
최근에는 디즈니 이외에서도 디즈니를 뺨치는 수작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의 계관 시인 테드 휴즈의 원작을 만화로 만든 ‘철의 거인’(Iron Giant), 자유를 찾는 닭들의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린 ‘치킨 런’(Chicken Run), 전래 동화의 의미를 뒤집어 본 ‘슈렉’(Shrek)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현재 장안의 화제작은 지난주부터 ‘Spirited Away’란 제목으로 미 전역에서 개봉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다. 만화라면 한 가닥 한다는 디즈니의 애니메이터들로부터도 ‘만화의 신’으로 추앙 받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이 영화는 만화로는 처음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베니스 영화제 골든 베어 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흥행에도 성공, 일본에서는 2,500만명의 관객을 동원, ‘타이태닉’의 종전 기록을 깨고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미야자키는 괴도 루팽이 등장하는 ‘칼리오스트로의 성’, 시골로 이주한 자매와 숲 속 정령의 우정을 그린 ‘내 이웃 토토로’, 자연과 인간의 대립과 화해를 다룬 ‘모노노케 공주’ 등으로 잘 알려진 인물.
10세난 철부지 소녀가 역경을 겪으며 성숙한 인간으로 변신한다는 주제를 다룬 이 영화는 풍부한 상상력과 유머, 가슴이 저리도록 아름다운 풍경 등 만화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유감 없이 보여준다. 한 평론가 말대로 “한 때 10세이었거나 현재 10세인 사람 모두가 즐길 수 있는”이 영화를 보며 주말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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