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민은 몰론 미주 한인들까지 TV드라마 ‘야인시대’에 푹 젖어있다. 과거 ‘여명의 눈동자’때처럼 비디오가 출시되는 저녁이면 비디오 가게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데 플러싱 지역의 한 비디오 가게에선 ‘야인시대’ 비디오 테이프를 100여개씩 복사한다고 한다.
독립군 사령관 백야 김좌진 장군의 아들로 태어나 18세에 주먹왕이 되고 해방 후 2선 국회의원으로서 파란만장한 삶을 산 김두한의 일대기가 인기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첫째 우리 역사 중 가장 굴곡이 심했던 일제 시대부터 지금 막 지나온 현대사는 우리에게 친근감과 더불어 나를 돌아보게한다. 일제하 독립투사의 활동상, 신간회,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살사건등을 다루었고 앞으로 해방과 6.25를 거치며 좌우 이념대립으로 주먹패도 좌우로 갈리고 독재와 금력의 한국 정치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둘째 야성미 넘치는 남자들의 화려한 액션과 의협심, 일본 주먹과의 대항이 항일 운동이라고 세뇌시키며 살짝 자존심과 애국심을 건드리는 터치, 그리고 어려운 사람은 자신의 주머니를 다 털어 돕는 선한 마음등이 일반 대중들에게 먹혀들고 있다.
세째 전통 주먹에 대한 향수이다. 탈당과 배신을 밥먹 듯하는 철새 정치인들에게 새삼스레 분노할 것도 없는 국민들에게 비록 그 시절 깡패일지라도 지면 깨끗이 물러나며 오야봉을 위한 충성 서약, 확고한 선후배의 위계질서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야인시대’의 인기가 심히 걱정되는 이유도 많다.
당시 주먹패가 한 일이 조선인의 상권보호라는 미명 아래 다른 사람보다는 적게, 일본인보다는 인정스럽게 상인들의 자릿세를 받아 조직을 유지했고 해방이후 이들도 좌우로 갈려싸웠으며 그중 동대문시장 상인조합 이사장 이정재는 주먹을 적절히 이용, 자유당 정권과 야합하며 정치테러를 일삼은 점이다.
맨몸으로 싸우던 주먹들이 차차 변질되며 무기를 휴대하고 80년대 건설현장, 주주총회, 야당창당식, 90년대에는 주류 공급권등 각종 이권 있는 곳에서 부정과 불의를 저질러왔다.
정치와 폭력과의 잘못된 연계는 아직도 남아 유언비어, 중상모략 뿐 아니라 유세장에서 진행을 방해하면 혹시나 순진한 국민들이 정치판이란 다 그런 것이지, 혼탁한 세상이니까 하고 폭력을 용납하고 이해할까 우려되는 것이다. 더구나 지나치게 미화된 깡패의 존재가 순수한 리트머스 시험지같은 청소년들의 머리에 고스란히 스며드는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또한 재미없고 따분한 인생, 답답하기만 미래를 지레포기하고 조직에 끼는 것만을 장래 희망으로 두지는 않을까. 화나면 주먹부터 나가는 것이 사나이답다고 생각하고 내 구역을 침범했다는것만으로 양보나 타협없이 죽기살기로 싸우는 심성을 키우다 폭력을 정당화할까 봐 겁나는 것이다.
하물며 드라마의 여파가 1.5세나 2세들의 머리에 한국현대사가 금전과 폭력, 부정선거로 폭력배를 고용하고 유권자를 매수한 역사로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것인가. 1.5세나 2세들이 이드라마를 보려하면 부모는 그 시절의 역사를 미리 설명해주어야한다. “이것은 픽션이야. 그냥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일뿐이라구.”
민병임 본보 뉴욕지사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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