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쩌둥은 중국을 41년간이나 통치했지만 죽을 때까지 후계자에게 정권을 물려주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까지 권력에 연연하다가 숨을 거뒀다. 후계자 문제에 있어서만은 마우쩌둥은 째째하고 속 좁은 처세를 보였으며 혁명가답지 않은 보통사람에 불과했다.
마우쩌둥이 린비아오(임표)를 69년 전국 인민대표대회에서 자신의 공식 후계자로 선언해 놓고 왜 2년 후 그를 다시 제거하려 했는지는 수수께끼다. 린비아오의 오버액션에 불안을 느꼈으리라고 추측할 뿐이다.
아무튼 마우쩌둥의 마음이 흔들리고 그가 젊은 인물을 후계자로 삼으려 한다는 소문에 불안을 느낀 린비아오는 아들 린구오와 함께 마우쩌둥을 암살하기로 결심한다. 후계자 양성의 최악의 시나리오-고양이를 키웠는데 호랑이로 변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571 프로젝트’라는 마우쩌둥 암살계획은 린비아오의 딸 린리헹이 저우엔라이(주은래)에게 귀띔을 해주는 바람에 불발되었고 결국 린비아오 부자는 서둘러 탈출하다가 몽고에서 비행기가 추락하여 죽음을 맞았다. 마우쩌둥이 남부 지방순시를 마치고 돌아올 때 다리를 폭파하여 그의 전용열차를 강물에 묻어버리는 것이 암살내용이었는데 이를 알아챈 마우쩌둥이 며칠 앞당겨 돌아와 린비아오 긴급 체포령을 내린 것이다. 아들은 아버지(린비아오)와 모택동 암살계획을 꾸미고 딸은 이를 당국에 일러바쳤으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때부터 마우쩌둥은 후계자 피해망상증에 시달리기 시작하여 급기야는 덩샤오핑(등소평)을 세번째 당에서 축출하려다가 숨을 거두게 된다. 마우쩌둥이 죽기 전 지명한 후계자는 무능력자로 손꼽히던 화궈펑(화국봉)이다. 그러나 마우쩌둥 사후 집권한 사람은 화궈펑이 아니라 그가 숙청하려던 덩샤오핑이다. 마우쩌둥 신화에 결정적인 흠을 입힌 역사적 사건이다.
적어도 마우쩌둥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앞을 내다보는 눈을 가지고 덩샤오핑에게 정권을 넘겨준 후 은퇴하는 시범을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흐르시초프의 스탈린 깎아 내리기를 보고 겁을 낸 나머지 아무도 믿지 않았다.
덩샤오핑은 달랐다. 그는 집권하자 처음부터 후계자 양성에 전력을 기울였고 92년 인민대표대회에서는 “중국 공산당에서 60대가 젊은이 취급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4세대에서는 60세에서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것을 공공연히 언급했다. 이와 같은 덩샤오핑의 인사개혁 바람을 ‘남순동풍’이라 불렀는데 이 바람을 타고 당시 3단계나 뛰어 오른 사람이 바로 엊그제 새 주석이 된 후진타오다. 92년 전인대에서 장쩌민은 덩샤오핑에게 새로 뽑힌 수십명의 정치국위원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이 자리에는 49세밖에 안된 정치국위원도 있습니다”라며 젊은 사람을 인사시켰는데 그가 바로 후진타오다.
후진타오는 올해 60세다. 대장정 경험이 없는 최초의 지도자며 문화혁명 이전에 입당한 공산당원이다. 전쟁 경험이 없는 세대며, 고생해 보지 않은 세대고, 명문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세대다. ‘제4세대’로 불리는 오늘의 중국 지도자는 덩샤오핑과 장쩌민이 키운 인공진주인 셈이다.
마우쩌둥이 죽으면 후계자들이 권력다툼을 벌여 중국이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중국은 암초를 피해 잔잔한 바다로 들어서는데 성공했다. 적어도 후계자 양성과 평화정권 교체에 있어서는 말이다. 덩샤오핑의 ‘남순동풍’ 구조조정 캠페인이 10년 후 열매를 맺은 셈이다. 후계자 문제를 조용히 해결했다는 것은 경제발전 못지 않은 중국의 체제 발전이다.
중국 속담에 ‘민심을 잡는 자가 천하를 잡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오늘의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는 후계자 양성이 궤도 위에 올랐기 때문에 민심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누가 ‘덩심’(덩샤오핑의 마음) ‘장심’(장쩌민의 마음)을 잡았느냐가 천하를 잡는 것으로 연결되었고 앞으로는 ‘누가 후심(후진타오의 마음)을 잡느냐’에 따라 ‘제5세대’의 지도자 탄생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철 주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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