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김종한 탈장센터장(위장관외과 교수)이 탈장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운동을 쉬면 탈장(脫腸)이 자연스레 나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복벽에 생긴 틈으로 장기나 지방 조직이 빠져나오는 탈장은 배 안의 장기를 감싸는 근육이 약해지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2일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김종한 탈장센터장(위장관외과 교수)은“운동을 하지 않아도 뱃속 압력(복압)은 항상 존재하므로 복벽 내 구멍은 점차 커질 수밖에 없다”며“탈장은 자연 치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상처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이 늘면서 역설적으로 수술 부위인 배꼽 주변 탈장도 많아지는 추세다. 김 교수는“오래 참다 병원을 찾게 되면 수술 범위도 커지고, 재발 위험도 올라간다”며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 때문에 탈장이 생길 수도 있습니까.
“해부학적 구조의 차이로 탈장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5, 6배가량 많이 발생합니다. 남성은 태아 시기 복부 안에 있던 고환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지나온 길이 있기 때문에 소아 탈장이 잦아요. 또 연령이 높아지면 장기를 보호하는 복벽 근육이 얇아지고 약해집니다. 이 근육에 결손이 생겨 틈이 벌어지고, 배 안의 압력으로 장기가 밀려 나오면서 탈장이 발생해요. 특히 최근에는 흉터를 줄이기 위해 배꼽 주변 부위를 미세하게 절개하는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이 대중화했는데, 해당 부위는 복압이 세지만 이를 버텨줄 복벽 근육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복강경·로봇 수술 후 탈장이 생기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탈장을 의심해볼 전조 증상은 무엇입니까.
“성인의 경우 갑자기 사타구니 주변이 뻐근하거나 뭔가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느낌이 든다면 탈장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서 있거나 기침할 때, 혹은 힘을 줄 때 튀어나왔다가 손으로 누르면 다시 들어가는 것이 탈장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만약 과거에 복부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수술 상처나 배꼽 부위에서 뭔가 만져질 때 탈장을 의심해봐야 해요.”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약 8만8,000명이던 탈장 환자가 2024년 약 10만 명으로 늘었어요.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많은 환자가 탈장으로 튀어나온 부위를 손으로 밀어넣으며 병을 방치하곤 합니다. 드문 경우지만 튀어나온 장이 탈장 구멍에 끼는 ‘교액 탈장’까지 생길 수도 있어요. 교액 탈장은 혈류가 차단돼 장기가 괴사하는 응급 질환입니다. 누르면 들어가던 탈장 부위가 어느 날 딱딱한 덩어리처럼 굳어 만져지고 진통제로도 조절되지 않는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다면 즉각 병원에 가야 해요.”
-수술받지 않고 운동을 줄이거나 쉬면 나아집니까.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예요. 탈장은 댐에 구멍이 난 것과 같습니다. 구멍을 메우지 않는 한 물이 계속 새는 것처럼, 탈장 역시 배 안에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복압 때문에 장기가 지속적으로 밀려 나옵니다.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복압이 있으니까 구멍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어요. 탈장은 약이나 물리치료로는 낫지 않아요. 수술로 결손 부위를 막고, 인공막으로 복벽을 보강하는 게 유일한 완치 방법입니다.”
-수술하면 꼭 인공막을 넣습니까.
“일부 병원에서 인공막의 부작용을 언급하며 쓰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소재와 기술이 발전해 감염 같은 합병증 위험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여러 연구에서도 인공막을 이용한 수술이 재발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고요. 과거에는 주변 근육을 당겨 탈장 부위를 봉합하는 방식이 주로 시행됐지만, 억지로 당겨진 근육 탓에 수술 후 통증이 심했고 재발도 잦았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는 인공막을 덧대 약해진 복벽을 보강하는 수술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어요.”
-고려대 구로병원에 탈장센터가 생겼습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복벽이 약한 노인 환자가 늘고 있고, 각종 수술 후 발생하는 절개부 탈장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절개부 탈장은 재발률이 높아요. 탈장이 재발한 환자들이 여러 병원을 떠도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3차 병원에선 중증 질환 위주로 대응할 수밖에 없으니 이런 환자들은 소외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우리 병원에서 지난달 탈장센터를 개소한 이유예요. 대학병원에서 탈장센터가 만들어진 건 국내에서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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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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