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은 미국 화가 케너가 그린 ‘끊임없는 도전’이다. 유화로 그려진 이 그림은 말을 탄 3명의 카우보이가 가파른 산비탈 길을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앞에 선 리더는 모자가 벗겨진 것을 잊은 채 긴장된 얼굴로 전력을 다해 밸런스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말은 입을 벌린 채 숨이 차서 헐떡거리고 있다.
부시는 텍사스주지사 시절 이 그림을 사무실에 걸어 놓고 말 탄 카우보이와 자기를 비교하기 좋아했다. 아무도 가기 싫어하는 자갈 언덕을 올라가는 리더는 힘들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서 뒷사람들에게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리더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며 도전에는 반드시 사명감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금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고 있다. 밸런스를 못 잡고 말이 쓰러지는 날엔 그의 ‘용기 있는 도전’이 ‘무모한 도박’으로 평가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외로운 전쟁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이라크 문제 때문에 잘못하면 NATO가 분열될지도 모르고 전통적인 프랑스, 독일과의 우호관계에도 금이 가고 있다. 후세인을 몰아낸다 해서 테러리스트의 극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중동에 미국증오 바람을 일으켜 알카에다가 더 발악할 수도 있다. 잘되면 영웅이지만 잘못되는 날에 도박으로 가산을 날린 가장처럼 되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에게 가장 고통스런 시간은 전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순간이라고 한다. 쿠바 위기 때 소련과의 일촉즉발 전쟁위기를 놓고 케네디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창 밖을 내다보며 고민하는 사진은 대통령직이 어떤 것인가를 실감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대통령의 전쟁 선택여부에 따라 수많은 젊은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고 구제될 수도 있다. 전쟁을 앞둔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인간’으로 불린다. 현 대통령(43대)의 아버지인 부시 대통령(41대)은 노리에가를 내쫓기 위해 미군이 파나마를 침공을 하던 날 젊은 장병들이 목숨 잃는 것을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팔과 목에 마비증상을 일으키기까지 했었다고 실토한 적이 있다.
부시 대통령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그는 서슴지 않고 “나의 아버지”라고 대답한다. 아들 마음 속에 아버지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가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 부자가 처음부터 화목했던 것은 아니다. 부시 대통령은 젊은 시절 파티 좋아하고 과음하기로 유명해 한때 부인인 로라 여사의 입에서 “이혼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에게 대들었으며 아버지와 영국 여왕이 저녁 하는 자리에 참석해 “부시 가문에서는 내가 흑염소(말썽꾸러기)인데 여왕 집안에서는 누가 나와 같습니까”라고 질문해 아버지를 난처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그러던 그가 새로 태어난 것은 1985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 부시 가족이 일주일간 메인주에 있는 부시 별장에서 함께 지내면서부터였다. 석유 사업에 실패해 놀고 있던 부시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의 대화에서 크게 감명 받아 그 날부터 술을 끊고 교회에 열심히 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와의 만남은 그의 재탄생이었다.
그러나 신앙이 너무 깊은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이 있다. 믿음이 지나쳐 외곬으로 빠지면 아집이 되는 법이다. 모든 것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게 되고 내가 주장하는 선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악에 동조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부시의 ‘악의 축’ 표현은 그의 신앙배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대통령이 신앙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신앙에 빠져 종교적 가치관을 정치에 연결시켜 결정을 내리는 것도 문제다. 부시 대통령이 신앙심 깊은 사람들이 겪는 아집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기를 바란다. 그의 주변에 극우 보수주의 종교인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이철 주 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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