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정기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대기실에서 오진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날 따라 환자가 밀려 오래 기다리다보니 환자들끼리 자연스럽게 ‘병원 경험담’들을 나누게 되었다. 다음은 50대의 한 흑인 여성이 털어놓은 오진 경험.
“10여년 전인데 속이 더부룩하고 몹시 안 좋았어요. 소화도 안되고 배도 아픈 것 같아서 내과에 갔더니 맹장염이라며 수술을 받으라는 거예요. 수술 날짜를 잡고 기다리는데 아무래도 기분이 이상했어요. 산부인과에 가보니 임신이라고 하더군요”
병원은 병을 고치러 가는 곳인데 병원에서 오히려 병을 얻어오는 경우들이 있다. 가장 흔한 것이 오진으로 인한 심적 고통.
최근 친지 한분도 며칠간 생의 마지막을 맞는 비장함을 경험했다. 소변보기가 불편하고 통증이 있어서 평소 다니던 병원에 갔더니 의사 말이 “암이다”는 것이었다.
“충격이 심하지는 않았어요. 비교적 차분하게 받아들였지요.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내가 벌써 세상을 하직해야 하는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며칠간 가족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혼자 고민하던 그는 다시 한번 진단을 받아볼 생각으로 그 분야 전문의를 찾았다. 진단 결과는 좀 심한 염증. “암으로 판정 내리기 쉬운 케이스이지만 암은 아니다”는 의사의 말과 함께 그는 며칠간의 심적 고통을 접을 수가 있었다.
오진이 마음 고생으로 끝난 경우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 오진을 바탕으로 수술까지 받고 나면 그 억울함과 분노는 풀 길이 없다. 지난 4월 미네소타에서 병원 병리담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린다 맥두걸이라는 여성의 케이스가 대표적인 예.
맥두걸은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 판정을 받고 양쪽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을 마친 후, 그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암 진단이 오진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전국 환자안전협회에 의하면 오진이나 의료과실은 너무 흔하다. 이 협회의 무작위 추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이나 가족, 친지가 의료 과실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42%에 달한다. 거의 두명중 한명은 의료과실을 직간접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말이다.
의료 과실로 인한 최악의 케이스인 사망 건수만도 미국에서 연간 4만4,000명 정도. 많게는 9만8,000명 정도가 의료과실로 인한 사망건수로 추정된다. 입원환자 200명중 한명이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의료진의 과실로 목숨을 잃는 꼴이다.
의료과실은 의료행위가 시작된 이후 있어온 일이다. 고대 함무라비 법전에도 의료과실에 대한 처벌조항이 나오는데 예를 들면 수술중 환자를 죽게 한 의사에게는 손가락들을 자르는 벌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의료과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환자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는 마음의 자세가 아닐까.
<권정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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