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셰익스피어와 같은 위대한 문학 작품을 쓸 수 있을까.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원숭이를 타이프라이터 앞에 앉혀 놓고 아무 키나 누르게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언젠가는 셰익스피어가 쓴 것과 똑같은 구절을 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러기까지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원숭이가 대대손손 키보드 앞에 붙어 앉아 일생 동안 타이프만 쳐도 셰익스피어의 희곡 하나를 쓰려면 우주 역사를 능가하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현대판 ‘키보드 앞의 원숭이’ 비슷한 작자들이 있다. 인터넷의 공해 스팸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E 메일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만 하루에도 수십 통씩 들어오는 정크 메일은 E 메일의 편리함을 악용하는 기생충 같은 존재다.
“어떻게 내 주소까지 알고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을까” 궁금해 할 필요가 없다.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순식간에 무작위로 대량 E 메일 주소를 뽑아내는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대부분은 엉터리지만 워낙 천문학적 숫자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극히 일부만 맞혀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물론 제대로 된 주소라고 다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AOL이나 MSN 등 인터넷 서비스 공급 회사들은 자체 정크 메일 차단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걸러지는 것은 전체의 50~70%밖에 안 된다. 차단 망이 철저하면 할수록 정크 메일 발신자들은 더 많은 E 메일을 보낸다. 하나라도 더 많이 보내야 방공망을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통에 정크 메일 수는 나날이 폭증, 올해 미국인들에게 보내지는 스팸 수는 작년에 비해 80% 늘어난 5조 통에 달할 전망이다. 인구 1인당 2만 통에 해당하는 숫자다.
정크 메일을 직업적으로 보내는 ‘스패머’들은 네티즌 사이에서는 증오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이들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이것이 누워서 떡 먹으며 고소득을 올리기에는 최고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크 메일에 응답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러나 워낙 많은 메일을 보내기 때문에 역시 극소수만 응답을 해 와도 물건 파는 입장에서는 장사가 된다. 전문 스패머 가운데는 재택 근무를 하며 연 수십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이 수두룩 하다.
더 이상 스패머들의 횡포를 좌시할 수 없다는 여론이 들끓자 연방 의회는 스팸 메일을 규제하는 법안을 추진중이다. 이 법안은 스패머를 150만 달러의 벌금과 징역형을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일반인들에게도 스팸을 받지 않기 위한 노력 의무를 지우고 스팸에 ‘수신 거부’ 링크만 있으면 처벌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효과가 의문시된다. 인터넷과 함께 등장한 신종 ‘키보드 앞의 원숭이’들은 오래 동안 우리 곁에 있을 것 같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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