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는 그냥 지나치는 10월 9일, 한글날. 한국을 떠나 있으니 더 절실한 우리 글에 대한 자부심을 되살려본다. 나는 누구를 만나도 한국인이며, 특히 이 땅에서 태어난 2세면 한국말을 배울 것을 권한다. 그래서 준비 부족으로 실패하긴 했지만 새크라멘토에서 교회 사역이 시작되었을 때도 한국말 교실을 만들어 손수 가르쳤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을 만들어내고 그 말속에 담겨 있는 사상과 문화를 전수 받을 수 있는 너무 소중한 통로다. 이 땅에 살기에 불편함 없이 영어 쓰면 되지 뭐 한국말을 꼭 써야 되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만난다. 영어를 쓴다고 해도 한국 사람은 역시 한국 사람이라는 뜻이리라. 그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야겠지.
나는 전직이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디를 가도 틀린 글자를 잘 잡아낸다. 예를 든다면, 한국식당 차림표에서 보는 육계장은 반드시 육개장이라고 고쳐주면서 그 말의 유래도 일러준다. 주인이나 종업원이 인정하든 않든 마치 사명처럼 그렇게 한다. 찬송가에서도 주님과 같이 내 마음 만지는 분은 없네라는 가사가 있으면 어법에 맞지 않아서 도저히 넘어갈 수가 없어서 ‘분’을 ‘이’로 바꾸어놓고야 만다. 부르는 사람이 고쳐서 부르든 말든.
한국인이기를 말하지 않고 머리에 노란 물 들이고 유창한 영어 쓰면서 숨어있으면 그 존재를 알 길이 없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는 아시아인이고 한국인이다. 미국 시민으로 바뀌어도 1세 이민 자들은 여권에서부터 Korean American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다. 머리카락은 노란 물을 들였으나 생각까지는 노란 물을 들일 수 없다. 유전자가 말하는 본질적인 것을 바꿀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것처럼 우리의 생각도 바꿀 수 없다. 미국에 살지만 피 속에 흐르는 한국인으로서의 유전과 생각, 그리고 이런저런 습관들을 어찌 뿌리째 바꿀 수가 있을까.
말은 우리의 생각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우리 자녀에게 한국적인 사고를 영어로 가르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한국학교를 보내 보라. 거기서 서투른 한국말이라도 배우기 시작하면서 김치 냄새와 된장찌개 맛의 의미를 알아가기 시작할 것이다. 서투른 한국말이라도 웃지 말고 칭찬하라. 그리고 기쁨으로 어휘와 표현력을 늘려나가도록 노력하라. 그것은 그를 힘있는 코리언 어메리컨으로 세울 수 있는 지혜로운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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