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니아주이 남성 간호사가 지난 16년간 최고 40명의 환자를 죽였다고 시인, 전국적인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의료인이 환자를 고의적으로 사망케 하는 사례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USA 투데이가 17일 보도했다.
과거에는 의료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백의의 천사’로 알려진 간호사들이 연쇄살인범으로 돌변하는 일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의료인에 의한 환자 살해사건은 1970년대의 4건에서 1980년대에 12건, 1990년대에 14건으로 꾸준히 늘어났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벌써 5건이 보고됐다.
USA 투데이에 따르면 의료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연쇄살인범은 영국에서 최소 215명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진 의사 해롤드 쉽먼.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 살해사건은 간호사 및 간호보조원들에 의해 자행됐다.
이들의 동기도 가지각색으로 1987년 이후 최고 40명을 죽였다고 시인한 찰스 컬렌(43)은 말기환자들을 고통에서 해방하기 위해 강심제 다이옥신으로 안락사시켰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9년 인디애나에서 6건의 살인혐의에 유죄평결을 받은 오빌 메이저스는 환자들의 불평에 싫증이 나서 살인마가 된 경우였다. 1984년 텍사스에서 살해한 소아과 간호사 지니 존스는 아기들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것은 즐겨 구경했다. 개중에는 주목을 받고 싶어서 의료 비상사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일부 간호사들이 살인을 저지르는 가장 큰 이유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이들은 피해자가 되기 쉬운 노약한 환자들을 자주 접하고 눈에 띄지 않게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약품을 다룰 뿐 아니라 특히 소송이 두려워 문제에 파고들기를 꺼리는 직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한 병원에서 의심을 받아도 다른 병원에 무난히 취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컬렌의 경우, 2002년 펜실베니아 병원에서 환자들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도 이곳을 사임한 후 뉴저지의 서머셋 병원에 취직할 수 있었다. 서머셋 병원은 컬렌이 과거 근무한 병원들에 신원조회를 했으나 많은 병원들은 소송을 피하기 위해 정책상 고용기간만 확인할 뿐 어떤 평가도 내리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간호사 부족사태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미병원협회(AHA) 계열 간호사단체의 팸 톰슨 회장은 간호인들에 의한 환자 살해사건은 우리 모두를 낙담시키지만 실제 발생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간호계가 강한 윤리기준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죽음의 천사들>
▲도널드 하비-오하이오와 켄터키에서 간호 보조원을 지내면서 최소 3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987년 유죄를 인정했으며 현재 종신형을 살고 있다.
▲로버트 디아즈-캘리포니아 페리스 소재 병원에서 심장병 간호사로 일하면서 1981년 3월에서 4월 사이 12명의 고령 환자들에게 치사량의 심장약을 투입,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오빌 메이저스-인디애나 병원 간호사로 1999년 6건의 살인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을 받아 36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크리스틴 길버트-매서추세츠 재향군인 병원에서 2001년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아 종신형을 살고 있다. 검찰은 그가 에피네프린 주사로 환자들의 심장박동을 가속시켜 비상사태를 만드는데 스릴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앤젤로-뉴욕 병원에서 4명의 환자를 살해한 혐의로 1990년 징역 5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불치병 환자들의 안락사를 도와 영웅이 되고 싶어서 이들에게 마비주사를 투입했다고 털어놓았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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