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 (4)
반군의 습격을 피해 구루 마을 중심부 학교에서 잠을 자기 위해 모여든 어린이들이 카메라 프레시가 터지자 손을 흔들며 신기해 하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피해 다니는 어른과는 다른 모습이다.
마을서 잠을 잔 어린이들이 아침에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간다의 길거리 정육점
반군에 납치됐던 크리스틴(오른쪽).
납치될까 2천여명이 함께 노숙
밤이 무서워요
담요한장 두르고
셸터 찾아 10킬로
구루 지역에서는 밤마다 참담한 장면들이 벌어진다.
해가 질 무렵인 오후 7시가 넘어서면서 길거리는 마을로 들어오는 맨발의 어린이들로 가득 찬다. 두툼한 옷가지나 담요 같은 천을 두르고 오는 어린이들도 눈에 띈다.
밤이면 반군들의 습격을 피해 마을 한가운데에 마련된 국제구호기구들의 셸터나 초등학교, 성당 등에서 잠을 자기 위해 몰려드는 어린이들의 행렬이다. 마을 친구들과 또는 형제끼리 삼삼오오 떼를 지어 몰려오는 어린이들 중에는 10여킬로미터가 넘게 걸어오는 어린이들도 많다. 어린이들은 마을에서 잠을 잔 후 아침이면 근처 물웅덩이에서 손발을 씻고는 집으로 돌아가 학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거리가 먼 어린이들은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아침도 거른 채 학교로 향하는 어처구니없는 생활을 반복한다.
이들의 잠자리는 스폰지 매트가 전부다. 어린이들이 많이 몰리는 날이면 땅바닥에서라도 자야한다. 온몸에 흙먼지를 쓰고 나오는 어린이들은 그래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떠들고 조잘대며 손까지 흔드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허름한 옷가지와 맨발이라는 것 이외에는 여느 어린이들과 차이가 없다.
맑고 깨끗한 동심에 어른들이 얼룩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콧등이 시큰거려 왔다.
데니스 오루크 소년병 재활센터 소장의 안내로 어둠이 짖게 깔린 오후 9시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셸터를 찾았다. 전기가 없어 지척을 구분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어두운 학교에는 2,0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운동장에 앉아 취재팀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전날에는 2,395명의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자고 갔다고 당직 교사는 설명했다.
취재팀을 환영하며 어린이들이 불러준 노래는 더욱 가슴이 아팠다.
반군에 납치되는 우간다 어린이들의 슬픈 현실을 전통음악에 맞춰 부르는 노래와 HIV/AIDS로 부모가 죽어 고아가 되는 어린이들의 애절한 심정을 담은 노래였다. 마지막 소절에서는 노래를 부르던 어린이들이 엉엉 울기까지 하는 것이다. 정말 우는 줄말 알았더니 “원래 노래가 그렇다”는 설명을 듣고는 이런 노래를 불러야 하는 어린이들의 현실이 갑갑하기만 했다.
구루 지역에서는 1만여명의 어린이들이 매일 밤 4곳의 학교와 셸터에서 잠을 잔다.
확산일로 AIDS
우간다 역시 HIV/AIDS 해결이 고민거리다.
학교나 방송을 통한 다양한 홍보로 국민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오기는 했지만 검사 자체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많아 정확한 실체 파악이 어렵다. 우간다 정부는 성인 중 5%가 감염자라고 발표하고 있으나 구루지역 보건국은 피검사를 받은 100명당 약 12명꼴로 감염이 확인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돈이 없다는 것이다. 나라가 가난해 국민들의 보건에 제대로 신경을 쓸 겨를이 없는 데다가 반군들의 출몰이 잦아 월드비전 이외에는 국제 구호기구들이 꺼려한다.
반군과의 전쟁이 에이즈의 확산을 부채질하는 주요 원인을 꼽힌다.
우간다 북부 지역에 위치한 수십여 난민캠프의 여성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매춘에 나선다. 농사지을 땅도 없고 움막 렌트비 조차 내기 힘든 피난민들에게는 여성들의 매춘이 유일한 생계 유지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옷가지를 받고 또는 먹을 것을 대신해 몸을 팔고 있다. 취재진이 머문 호텔 2층 식당 겸 커피샵에서도 매춘 여성이 서성일 정도로 심각하다.
‘에볼라’로 떼죽음
구루의 위생은 거의 0점 수준이다. 이곳은 수년 전 죽음의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에볼라’라 창궐해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했었고 내륙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지난 7월부터 올 2월까지 8개월간 260명의 인명이 말라리아에 감염돼 죽어갈 정도로 거주환경이 엉망이다. 말라리아는 간단한 투약으로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7달러도 못되는 약값을 마련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 억울한 죽음들이 이곳에서는 수없이 볼 수 있다.
정부 조차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취재팀이 만난 구루 보건국장은 더러운 지역 환경을 개선할 돈이 없어 월드비전과 같은 국제 구호기구에 의존하는 일 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서 흔히 보았던 흰 연기를 뿜어대며 다니는 소독차도 없다.
생활 하수들이 그대로 길거리로 방류돼 악취가 진동을 하는 데가 식수마저 부족해 아침이면 ‘젤리캔’이라고 불리는 노란 물통을 들고 물을 길으러 가는 것이 일과처럼 되어 있다. 어쩌다 끓이지 않은 물을 마시다가 콜레라로 숨지는 어린이들이 수없이 많을 정도다.
김정섭- 이승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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