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에 싣고 가던 꼼장어 7,500파운드가 프리웨이에 쏟아져 내리는 사고가 있었다. 8년전 오리건에서였다.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일반 미국인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꼼장어가 101 프리웨이 한 구간을 뒤덮고 꿈틀거렸다. 거기에 진득거리는 진액까지. 치우는데 불도저가 동원되고, 물 5,000갤런이 들었다. 이 ‘기이한 장관’을 전하는 방송기자나 미국인들의 반응도 가관이다. 지금도 인터넷에 ‘hagfish truck spill’이나 ‘오리건 꼼장어’ 등을 치면 동영상과 기사가 좌르르 쏟아져 나온다.
이 꼼장어들은 오렌지카운티의 최정진 사장이 한국에 수출하려던 물량이었다. 수산업 40년의 최 사장을 만나 그의 ‘바다생물 이야기’를 들었다.
우선 꼼장어. 롱비치에서 시작했다. 한국은 꼼장어의 80%를 수입산이 차지할 정도로 수요가 크다. 꼼장어는 카탈리나 섬 근해만 해도 많다. 잡는 건 어렵지 않다. 드럼통 같은 데 구멍을 뚫고 고등어 미끼를 던져 놓으면 된다. 미국인은 먹지 않으니 잡지 않았을 뿐이다. 얼마 뒤 사업장을 오리건으로 옮겼다. 위로 갈수록 굵고 실한 놈들이 잡히기 때문이다. 거기서는 배 두 척을 사고, 어부를 고용해 직접 잡았다. 한 번 나가면 배 한 척에 2만 파운드도 잡아왔다. 산 채 비행기로 서울에 보냈다. 배를 직접 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뱃사람 부리기도 그랬고. 꼼장어는 재작년에 손을 뗐다. 대신 지금은 해삼 하나만 하고 있다.
해삼도 미국인은 먹지 않는 것. 꼼장어와는 달리 쿼터로 물량을 관리한다. 워싱턴 해삼은 한국 마켓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크다. 맛은 같다고 한다. 최 사장은 여름 석 달만 시애틀 쪽에 올라가 일한다. 해삼 철이기 때문이다. 1만 스케어피트가 넘는 해삼 공장을 운용하면서 잡아온 해삼을 삶고, 염장하고, 냉동한 후 출하한다. 거래처는 100% 중국 상인들.
해삼은 다이빙 장비를 갖춘 ‘해남’들이 바다 밑에서 수확한다. 해삼 밭을 알면 한 사람이 하루 1,500파운드도 긁어 온다. 아니면 줍줍이를 해야 한다. 90%이상이 물이라는 해삼의 크기는 해삼 장수 마음대로다. 말린 해삼은 가격이 껑충 뛰지만 건조법이 까다롭다. 올해는 건조 해삼도 해 볼 생각이다
해삼은 모름지기 뿔(pin, spike)이 있어야 한다. 뿔 없는 멍텅구리 해삼과는 가격 차이뿐 아니라 맛이 다르다. 해삼이 들어간 요리를 식당에서 먹을 때 뿔이 있나 뒤적거려 보기도 하지만 잘 알 수 없다. 지지고 볶는 혹독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식당에서 어떻게 그 비싼 뿔 해삼을 쓰겠나 짐작할 뿐이다.
페루에서는 복어도 했다. 먼저 한국의 당국자에게 문의했었다. ‘수입 가능’이라는 답을 들었다. 한국인들이 얼마나 복을 좋아하는가. 얼음에 채워 우선 500kg을 비행기로 보냈다. 그런데 통관에서 막혔다. 수입 불가 품목이라는 것이었다. 잔뜩 준비해 뒀던 복을 모두 폐기해야 했다. 손실이 컸다. 낙망하며 페루의 바닷가를 걷다가 우연히 키 조개 껍질을 봤다. 일본서는 사시미 보다 비싼 건데 모르고 찾지 않으니 가격이 아주 좋았다. 일본 회사에 넘겼더니 있는 대로 보내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 해 겨울을 넘기면서 그 많던 키 조개가 싹 사라졌다. 96년 12월, 처음 닥친 엘니뇨 때문이었다. ‘1년만 하면 몇 백만 달러는…’ 했던 꿈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던 순간이었다.
비즈니스 초기엔 멕시코에서 조기를 했다. 바하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본토 사이의 긴 바다에 조기가 많았다. 현지인들은 먹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수산업은 생존율이 낮은 업종이다. 뛰어 들었다가 갖가지 이유로 손 들고 나간 사람이 많다. 최정진 사장은 미국 시장에는 거의 수요가 없고, 현지에서는 잘 소비되지 않는 어종을 주로 다뤘다. 끊임없이 새 품목을 찾아 개발해 나간 것이 석세스 스토리의 비결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속임도 당하면서 비싼 수험료를 냈다.
참, 한 가지 빼 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UFO와 조우했던 일이다. 멕시코에서 조기를 할 때니까 86년 7월쯤이었다. 저녁 9시 언저리, 운전하고 가다 딱 마주쳤다. 바하 캘리포니아의 뿌에르또 시또스, 바다와 잇대인 야산 비탈에 집채 만한 접시형 타원 물체가 지상에 닿을 정도로 내려와 있었다. 불과 100여 미터 앞. 비행체에서는 이 세상에서 보지 못한 빛이 위로 치솟고 있었다. 흰색에 약간 노른빛이 도는 광선. 희안하게 광선 바로 옆은 밝지 않았다. 한참 동안 공중부양 상태로 있던 물체는 미끄러 지듯 수평으로 이동해 사막 쪽으로 사라졌다. 그는 시동을 끈 픽업 트럭 안에서 종업원과 함께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지켜봤다. 문을 열고 나갔으면 죽었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 UFO가 그의 생선에 영향을 미친 건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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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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