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커스 시즌 피날레의 히어로 코비 브라이언트가 바이런 러셀의 품에 안겨 환호하고 있다.
4쿼터 종료 1초전 동점포 이어
2차 연장전 종료 1초전에 또…
레이커스, 우여곡절 끝 퍼시픽 디비전 우승
2번시드로 내일 로케츠와 PO시리즈 1차전 격돌
쐈다
꽂았다
어이가 없어 코트에 드러누운 트레일 블레이저스 가드 데릭 앤더슨.
킹스 자멸, 4번시드 추락
연속극 드라마였다면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라는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프로레슬링이었다면 기가 막히게 ‘짜고 친 고스톱’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LA 레이커스는 바로 그렇게 퍼시픽 디비전 챔피언에 올랐다.
레이커스는 정규시즌 마지막 날인 14일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는 동시에 꿈도 야무지게 앞서가던 새크라멘토 킹스가 약체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에 덜미를 잡혀주길 바래야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명색이 ‘드림팀’인데 창피하게 4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것이었다.
일단 킹스가 먼저 패하며 문을 열어줬다. 그리고는 그 아무 것도 건질 것이 없는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투혼에 벼랑 끝까지 밀렸다가 경기 종료 1초전 코비 브라이언트의 극적 3점포로 기사회생했다. 직전에 어이없게 자유투 2개가 다 빗나갔던 브라이언트가 ‘코비 스타퍼(Stopper)’로 유명한 루벤 패터슨의 수비를 피해 밸런스를 잃어가며 던진 26피트짜리 동점 3점슛이 어떻게 골대로 빨려 들어가 87-87 동점이 됐는지 알 수가 없다.
두 팀은 1차 연장전에서 5분 동안 더 치고 받은 뒤에도 95-95 동점으로 승부를 가릴 수가 없어 2차 연장전까지 갔다.
레이커스에게는 디비전 타이틀에 상위시드가 걸린 경기였지만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스포츠 정신은 높이 살만 했다. 킹스를 꺾은 워리어스도 마찬가지로 미국 스포츠는 이래서 멋지고 재미있는 것이다. 시즌 막판에 플레이오프 상대를 고르느라 일부러 지고 개인기록 수립을 돕기 위해 승부에는 관심도 없는 경기를 치르는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레이커스는 칼 말론이 오른쪽 발목부상, 드반 조지가 왼쪽 다리 근육 부상으로 퇴장한데다 2차 연장전에서는 샤킬 오닐마저 6반칙으로 쫓겨나 패색이 짙었다. 브라이언트가 왼쪽 3점슛라인 바로 안쪽에 있는 브라이언 쿡을 무시하고 무리한 슛을 쏜 결과 리바운드가 데이먼 스터들마이어의 레이업으로 연결돼 단 2초를 남겨두고 102-104로 뒤졌다.
그것도 모자라 레이커스는 브라이언트가 인바운드 패스를 놓쳐 슛도 못 쏘고 주저앉는 것으로 보였는데 데릭 피셔가 마침 공을 잡고는 파울을 당해 마지막 1초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타임아웃.
레이커스의 필 잭슨 감독은 결국 골밑에 박아뒀던 브라이언트가 3점슛 라인으로 달려나오며 인바운드 패스를 받아 터닝슛을 날리는 세트플레이를 지시했고 브라이언트는 동료들에게 “곧 집에 가게 해줄테니 스크린만 제대로 세워달라”고 부탁했다.
“말도 안돼…” 브라이언트가 골대에서 멀어지며 상대 수비수의 손을 피해 높게 쏴 올린 페이드어웨이슛은 거짓말처럼 네트에 꽂혔다. 슬로우모션으로 보이는 듯 지붕에 닿을 듯 솟아올랐다가 림은 건드리지도 않고 정확하게 네트만 흔들었다.
“소설이라도 좀 심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레이커스의 정규시즌 스토리는 결국 105-104 역전승으로 막을 내렸다. 브라이언트의 성폭행 재판, 브라이언트와 오닐의 불화, 칼 말론의 커리어 첫 부상, 브라이언트의 ‘사보타지’ 등 우여곡절 끝에 퍼시픽 디비전 챔피언의 왕관을 쓴 것. 레이커스는 “브라이언트 때문에 죽었다, 브라이언트 덕분에 살았다”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새크라멘토로 갈 준비를 하던 서부 7번시드 휴스턴 로케츠는 LA로 진로를 바꾸게 됐다. 정규시즌 4차례 대결에서 2승씩을 나눠 가진 레이커스 대 로케츠 NBA 플레이오프 1회전 시리즈 1차전은 17일 LA 스테이플스 센터서 열린다.
<이규태 기자>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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